푸른 하늘에 전투기가 일렬로 하얀 포물선을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무기들이 등장하는 모습. 지난 9월 24일 개최된 제1회 원산국제항공축전의 이야기입니다.
북한 정부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원산에서 에어쇼를 준비해 왔습니다. 에어쇼는 주최국의 공군력을 뽐내기 위한 행사로, 항공관련 기업과 관련기관의 최신 항공 기술을 관람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지난 5차핵실험과 SLBM, 무수단 미사일 발사 등 군사력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북한으로서는 욕심이 나는 행사입니다.
이번에도 북한은 영국, 중국 등 북한여행 전문업체를 통해 해외 관광객을 모집했습니다. 해외 고위층의 집단 탈북과 북한 노동자의 해외파견 제재로 외화 수급 위기를 겪는 북한이 이 행사에 갖는 관심이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 원산 에어쇼, 그것이 궁금하다
원산은 북한의 강원도에 위치해 있는 도시입니다. 원산 에어쇼는 원산 갈마공항에서 24일, 25일 이틀간 펼쳐졌습니다. 이틀 동안 어떤 볼거리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의 에어쇼는 '구형 비행기'의 전시장이었습니다. 1966년도에 도입된 미그 21을 비롯한 IL(일류신)-18, AN(안토로프)-24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구 소련시절 제작된 미그-29 펄크럼 초기 모델과 수호이-25 전투기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번 에어쇼에는 미국 공군의 군용헬기와 전투기가 모습을 보였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24일에는 미국 휴스 MD-500 군용 헬기를, 25일에는 전투기 F-16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전투기 F-16은 실제 모델이 아닌 리모트 컨트롤로 조정하는 작은 모형이라고 합니다. 미국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북한이 정작 미군의 무기를 전시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북한 전투기는 곡예비행시범을 보였고 해외의 유명 스카이다이버를 초청해 스카이다이빙 시범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글러스 잭스(68)라는 한 미국인 스카이다이버는 "이색적인 장소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유혹 때문에 북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주최 측은 관람객들을 위해 대동강맥주와 평양맥주, 금강맥주 등 북한의 맥주를 맛 볼 수 있는 맥주 박람회를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노력이 보입니다.
◆ 원산 에어쇼를 '관람'하려면...
행사 주최 측이 마음 먹고 행사를 준비했던 것은 많은 해외 관광객을 모집하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북한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영국의 '주체 여행사'와 원산 에어쇼의 공식 파트너, 베이징의 Z여행사는 유럽과 중국 관람객을 모집했습니다.
여행사 측은 중국보다 서양 관광객이 더 많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6년간 10차례 북한 여행 경보를 내렸지만 '여행 금지' 조치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호주, 영국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터무니 없는 이유로 북한에 억류될 가능성이 있지만 '금지된 왕국'을 여행하는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 원산 에어쇼의 저 이면에는,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은 대북 제재결의안 2270호를 발의했습니다. 결의안에는 북한이 해외로부터 항공유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처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에어쇼를 통해서 북한은 자체적으로 항공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원산 에어쇼를 공동으로 준비한 한 여행사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항공유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원산 에어쇼는 그 동안의 대북 제재로 막힌 새로운 외화벌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해외 종업원의 집단 탈북과 고위층의 탈북으로 해외에서 수급하는 상납금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해외 노동자 파견도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역대 가장 강력하다는 2270호의 제재를 피해서 5차 핵실험과 각종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게 관광 행사로 벌어들이는 돈은 매우 달콤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제1회 원산 에어쇼의 개최를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는 북한은 내년에도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로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소리(Voice of America)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2일 미국 국무부가 처음으로 북한의 관광 수익이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애나 리치-앨런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출처에서 수익을 끌어 쓰고 있다"며 "북한에서 관광객들이 쓴 돈이 이런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것이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민에게 북한 해외 여행 금지 조처를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0&oid=081&aid=0002733536
http://www.nocutnews.co.kr/news/4659055#csidxe5f74cc4c7c1d679b20faeb7a17323b 
http://news.joins.com/article/20567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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