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팅은 MBC다큐멘터리 "통일의 작은 실험실 셋넷학교"를 감상하고 난 후, 소개하는 글입니다. 다큐멘터리는 http://bit.ly/gDr2Ff 링크를 따라 가시면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먼 나라는 어디일까요?
이 질문에 '북한'이 떠오르신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그런 '가장 가깝지만 먼' 곳에서 온 친구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세들어 사는 2층 가정집 분위기의 학교-"셋넷학교"입니다.
셋넷학교는 하나원에서 나와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좀 더 수준높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줌은 물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일종의 대안학교입니다. '셋넷학교'라는 지금의 이름은 하나원에 있는 '하나둘학교'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는데요. 이 곳의 학생들은 공부도 하고 연극도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남한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셋넷학교는 비단 공부나 문화생활 뿐만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나홀로 던져지는 외로움을 서로가 기대어 이겨낼 수 있도록 서로가 가족처럼 지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각기 다른 개성의 사람들이 만나서 좌충우돌 사건이 끊이지 않는 셋넷학교. 그렇다면 셋넷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떤 이들인지 먼저 소개해 드려야 겠네요.
먼저 소개할 학생은 눈웃음이 귀여운 박영명 군. 셋넷학교의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자신의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그의 꿈은 바로 '경찰'이 되는 것입니다. 영명씨는 남한에 오고나서 한 때 폭주족이라 불리는 그룹에 속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문에 경찰서에도 많이 들락거리기도 했지만, 이제 영명씨에게 그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유도도 수준급인 영명씨. 또한 영명씨는 소녀시대 제시카의 열렬한 팬이기도 합니다. 저도 제시카씨 많이 좋아하는데, 굉장히 반갑기도 하고 친숙하네요. ^^
두 번째로 소개할 박유정 양. 훌륭한 기타 솜씨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아름답게 노래하는 그녀는 셋넷학교에 입학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아직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이 많이 그립습니다. 이러한 외로움을 노래로 달래며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며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그녀에게 갑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북한이탈주민 대다수는 탈북하는 와중에 겪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데요. 사회복지사가 꿈인 윤나영 씨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북한이탈주민을 비롯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합니다. 나영 씨의 아버지는 탈북 과정에서 붙잡혀 감옥으로 끌려가셨다고 하는데요. 결국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하신 아버지. 나영씨는 아버지가 흰 쌀밥 한번 제대로 드시지 못하신 채 돌아가신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한편, 셋넷학교를 졸업한 졸업생도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게 된 최금희씨. 비록 2개월 동안 일하는 곳이지만 금희씨는 그 곳에서 열심히 노력합니다. 자신이 탈북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고 동료 사원들과 친해지는 한편, 북한과 많이 다른 남한의 국어 때문에 글쓰기가 부족해서 아직도 열심히 공부 중에 있습니다. 인턴생활 중, 상사에게 글쓰기 첨삭을 받는데 새빨간 글씨가 여기저기 울긋불긋합니다. 마지막 평에는 역시 빨간 색연필로 써진 "눈물나게 노력하라!"는 글이 써져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좌절할 금희씨가 아니지요. 금희씨는 과연 고난을 이겨내고 정직원이 될 수 있을까요?
셋넷학교 학생들과 교직원 - 출처 : 셋넷학교 홈페이지 (
www.34school.net)
어떠세요, 여러분? 셋넷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우리들과 많이 다른 것 같나요? 제가 보기에는 이들은 우리와 너무도 똑같은 감정들을 느끼고 있고, 고민하는 주제가 같았습니다. 개인사가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만, 개인과 개인이 모여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는 마치 하나의 몸처럼 비슷한 고민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도 이 시대 젊은 층이 하는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영어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들 역시 우리 사회의 하나의 부분집합이니까요.
이때문에 셋넷학교의 학생들이 남한사회에 정착해 나가는 과정은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일생동안 가졌던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내던지고 새로운 문화로 나를 채워나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셋넷학교의 학생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비록 모양새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만나기 어려울 것 같은 남한과 북한이 잘 섞여가는 과정이 보입니다. 남한에서 정착하기 위해 많은 것을 바꾸어나가고 있지만, 북한에서 즐겨먹던 두부밥을 만들어 먹는 것을 보면,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남한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학생들이 정말 대견합니다. 이는 학생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겠지요.
이 다큐멘터리에는 남한 출신의 학생들과 셋넷학교의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저 역시 '통일부 상생기자단'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으로서 통일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을 매도하거나 할 자격이 제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쏟아지는 냉랭한 시선들을 받으면 누구나 맥이 빠지고 말 것입니다. 셋넷학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학생들이 꿈꾸는 것들을 꼭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고, 또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은 스스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우리의 따뜻함이 함께 한다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 셋넷학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북한에서 온 친구들을 위해 마음속으로나마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최소한 이들의 노력을 알아준다면 이들의 꽃봉오리는 활짝 피어 향기로운 꽃으로 만개하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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