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조선일보
최근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유사시 핵무기의 운반체로 쓰일 미사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사일은 로켓이라는 기계에 탄두를 부착한 것으로서 북한의 비대칭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현대전의 가장 중요한 공격수단 중 하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로켓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우주개발의 역사
1957년 10월 4일에 발사된 소비에트 연방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호는 그 동안 소련의 기술력을 과소평가해왔던 미국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다. 국가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미국은 이듬해 곧바로 국가 항공자문위원회를 승격시킨 미 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하고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의 지휘 아래 익스플로러 1호를 발사하며 효과적으로 대응했고, 결국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이 소련에 앞서 달에 성조기를 꼽으며 우주 경쟁에서 승리했다. 현재까지도 미국은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주요국의 우주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거금을 투자하며 항공우주 분야에서 따라오기 힘든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좌>인류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우>미국이 대응책으로 발사한 익스플로러1호의 모형 사진출처=wikipedia.org
그렇다면 IT 강국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의 우주개발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우리나라우주개발의 역사는 1990년 아리안4호에 실려 올라간 우리별 1호 위성으로부터 시작한다. 개발 시간이 많이 요구되는 발사체 기술(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는데 필요한 로켓 기술)보다 인공위성, 즉 탑재물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결과 인공위성 기술은 우주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발전한 것으로 대내외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몇 년전 전국민의 주목을 받은 나로호만 해도 핵심적인 기술인 1단계 추진체를 온전히 러시아에서 구입해왔기 때문에 아직도 한국은 위성을 독자적으로 궤도에 올릴 방법이 없다. 1958년 1월 13일에 미국은 최초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린 것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발사체 수준은 미국보다 60년 가량 뒤쳐져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 출범 당시에 발표한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는 2020년까지 한국형 발사체 개발과 함께 달에 착륙선을 보내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지속적인 예산 삭감에 의해 1단 엔진 개발 목표시한이었던 2015년으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아직까지도 1단 로켓은 지표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우주개발의 문제점
그렇다면 한국형 우주개발의 문제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 할당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미국의 NASA 같이, 우리나라에서 우주개발을 관장하는 기구는 바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다. 2015년도에 KARI의 예산은 5225억, 미래창조과학부 예산 11조 3204억 중 단 4.6%만이 우주개발에 투입되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GDP의 0.034%로, 40조원 가량을 투자하는 미국보다 절대적인 수치도 작지만, 0.2%를 투입하는 미국보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훨씬 작다.
주요국GDP 대비 우주개발예산 (위)와 총 우주개발예산,단위 1백만$ (아래.) 사진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홈페이지
두번째 문제는 항공우주산업의 발전 토대가 되는 전문 연구인력이 너무 적다는데 있다. 일반적으로 공학분야에서 상위 9개 대학으로 통용되는 대학들 중 서울대(기계항공공학부)와 KAIST(항공우주공학부), 항공대(항공우주기계공학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에 항공공학 혹은 우주공학 과정이 없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연구 인력은 약 850명 정도로 미국의 20만명, 혹은 유럽연합의 3만 6천명에 비해서 적다. 인구가 6600만명, 8천만명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교적 가까운 영국과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10배정도 많은 8천500명이상의 우주산업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
주요국 국가별 우주산업 인력현황.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http://www.kari.re.kr/kor/sub04_01.do)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 번째로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투자 예산을 증대해야 한다. 경쟁국들보다 50년 늦게 시작한 후발주자의 위치를 감안하면, 최소한 독자적인 발사능력을 갖춘 일본보다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예산할당을 늘려 항우연이 달탐사를 목표로 하는 2020년까지는 현재 한국의 4배수준인 일본에 근접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산학협력의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항공우주공학이 개설된 대학의 수를 늘리고 기존 대학들의 커리큘럼을 재정비해야 한다. 한양대의 DIAMOND 7 입시전형(한양대가 내세운 주요 7개 학과에 최초합격으로 등록하면, 4년간 모든 학비를 면제해주는 전형)을 본받아, 앞서 말한 상위 9개 대학 중 나머지 학교들에 학사 및 석박사 과정으로 항공공학 과정을 설립하고 등록금 감면 등의 혜택을 앞세워 공학도 신입생들을 모집해야 한다.
미국개발의 아버지,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 사진출처=연합뉴스
마지막으로는, 우주개발 정책들을 뒷받침 하기 위해 민심을 모으기 위한 대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요구된다. “스푸트니크 쇼크”를 받은 미국이 우주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도약을 준비하던 때, NASA를 이끌던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는 디즈니의 만화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우주개발의 당위성을 호소하는 글들을 신문에 연재하면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다. 그런 아이들이 성장해서 항공우주 엔지니어가 되어 NASA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1] 우리 나라도 EBS 같은 기관에서 우주관련 만화와 캐릭터 상품을 제작해서 어린아이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을 높임과 동시에 항우연에서 전국순회 강연과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매년 의치대로 몰리는 엘리트 이과 학생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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