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평양 (Goodbye, Pyeongyang, 2009)>은 오사카에서 재일교포로 4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양영희 감독의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아버지의 판단으로 당시 10대였던 어린 오빠 3명을 북한으로 보내면서 가족은 이별을 하게 됩니다. 몇년 후 아버지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른이 된 양영희 감독이 북한에 있는 오빠와 조카를 만나러 갔서 찍었던 영상들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낯선 땅에서 살면서 고향과 이별하고, 나아가 가족과도 헤어져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양영희, 영선화
양건화, 양공선, 강정희
양영희씨의 아버지는 15살에 고향 제주도를 떠나 일본에 정착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아내에게 첫 눈에 반해 결혼을 하고 4남매를 낳았습니다.
커피와 음악을 좋아하고 건축가를 꿈꿨던 3명의 오빠들은 청소년 시기에 아버지의 권유로 북한으로 보내집니다.
양영희씨는 당시 매우 어린나이였기 때문에 오빠들처럼 북한으로 보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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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평양의 실정을 알게된 어머니는 오빠들에게 생활필수품과 같은 물자를 보냈습니다.
오빠들이 평양으로 간지 11년 뒤, 가족들은 배편으로 평양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오빠의 딸, 즉 양영희씨의 조카인 '선화'와의 만남과 성장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를 통해 일본에서 북한으로 간 이민세대와 함께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라게 된 세대의 모습을 함께 보여줍니다.
양영희씨는 13년 동안 조카 선화와 오빠들을 만나러 평양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가족들은 가끔씩 만나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기도 합니다.
오빠들과 조카 선화는 어머니가 생활필수품을 꾸준히 보내준 덕에
어려운 북한 환경 속에서도 약간의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큰오빠는 북한으로 간 뒤 계속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아버지는 마음속으로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떨어져 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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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2009년 뇌졸중으로 인해 돌아가십니다.
같은 해에 우울증을 앓던 큰오빠도 죽음을 맞이합니다.
<굿바이, 평양 (Goodbye, Pyeongyang, 2009)>이 개봉한 뒤 양영희씨는 북한입국금지령을 받습니다.
더이상은 가족들을 보러 북한에 갈 수 없습니다.
영상 속 훌쩍 자란 조카 선화와의 인사,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 되고말았습니다.
양영희 감독은 재일동포 2세입니다. 그녀는 <굿바이, 평양 (2009)>뿐 아니라 <디어 평양 (2006)>, <가족의 나라 (2012)>를 통해 '평양'이라는 공간을 둘러싼 재일동포 1~3세의 시선과 의미를 그렸습니다.
▶ 양영희씨 아버지와 같은 재일동포 1세
이들에게 평양은 초반에는 지상낙원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아들을 통해 알게된 평양은 이념적 공간으로 이별의 슬픔을 느끼게 하는 닫힌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 양영희씨와 같은 재일동포 2세
이들에게 평양은 이해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 정서적으로도 멀리 존재하는 '그 나라'로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나의 가족의 생존의 근거지가 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평양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재일동포 1세와 2세에게 엇갈라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평양은 '가족이 있는 곳'입니다. 때문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생존을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국민국가의 경계를 지우고 평양을 바라보았을 때, 그들에게 평양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 되는 것입니다.
- 참고 논문 : 김지혜, <양영희감독 영화에 나타난 평양의 공간성>, 2014,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사회주의 아래 국민들을 통제하고 폐쇄적인 외교를 하는 나라 북한.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북한은 그저 폐쇄적이고 특이한 국가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양영희씨와 같은 이산가족들에게 그곳은 나의 가족이 살고 있는 공간이자 슬픔의 공간으로 인식됩니다. 물론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굿바이, 평양>과 같은 작품을 통해 북한이 그저 먼나라가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이 살고 있는, 그리고 양영희씨의 조카 선화와 같은 아이들이 뜻하지 않게 그곳에서 태어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보편적인 공간이기도 하다는 시각들을 배움으로써 북한과 남한의 심리적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여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참고 자료 : 사진 - NAVER 영화 매거진
글 - 김지혜, <양영희감독 영화에 나타난 평양의 공간성>, 2014,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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