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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통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통일을 취재하는 언론인 ①

  ‘통일 대박’의 시대라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통일은 먼 미래의 일처럼 막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작은 노력은 험난한 통일의 여정을 헤쳐 나가는데 있어서 굉장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통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통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직업을 소개하고 그들의 삶과 노고를 알림과 동시에, 통일 관련 분야로 자신의 진로를 모색하는 미래세대를 위한 알찬 정보를 담았습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최 일선 현장에서 통일을 취재하는 사람들’, 통일부 출입기자의 하루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정부종합청사 내 통일부 본부△정부종합청사 내 통일부 본부

※ 본 기사는 통일부 출입기자의 입장에서 서술된 것으로, 지난 6월 23일에 통일부 출입기자와 동행하면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기자들과 나눈 진솔한 대화 내용은 다음 편 기사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SBS 안정식 기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통일부 출입기자입니다. 매일 아침 회사가 아닌 정부서울청사 6층으로 출근합니다. 이제는 같은 언론사 동료보다 출입기자실에서 매일 보는 타 언론사 기자들이 더 친근합니다. 오늘은 UN북한인권현장사무소가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 새로 둥지를 트는 날입니다(6월 23일 당일은 UN북한인권현장사무소 개소식이 있던 날로 UN인권최고대표를 비롯하여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하였습니다. 개소식은 오후에 개최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변인이 백 브리핑을 하러 온다고 합니다. 백 브리핑은 공식적인 기자회견이 끝난 후, 보충적인 질의응답을 위해 대변인 또는 담당자가 직접 기자실을 찾아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공식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기사에는 정보 제공자의 실명과 직책을 생략하고 보도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 전에 오늘 발행된 타사의 조간신문을 꼼꼼히 살펴봐야겠네요. 아 참, 통일부 출입기자로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확인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죠.

△정부종합청사 6층에 위치한 통일부 기자실△정부종합청사 6층에 위치한 통일부 기자실

 

“그걸 이제 알려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대변인과 대변인실 직원들이 들어옵니다. 동료 기자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대변인 가까이 자리를 잡고 노트북으로 타이핑을 하는 동료들도 있는 반면, 여유 있게 수첩에 메모하는 베테랑 기자들도 있습니다. 대변인의 간단한 모두발언이 끝나자 질문이 이어집니다. 주로 UN북한인권현장사무소 개소식 관련 소식, 통일부 장관과 UN인권최고대표와의 면담 관련 질문입니다. UN과 우리나라 간 외교 행사이기에 비공개 사안이 많군요. 그럴수록 더 궁금하기 마련이죠. 더 캐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뒤에서 “아니 그래도 시간이랑 장소는 알려줄 수 있잖아요?” 하는 동료 기자의 볼멘소리가 들려오네요.

△통일부 대변인의 백 브리핑 현장△통일부 대변인의 백 브리핑 현장

 통일부 출입기자로서 장관의 일정과 동향은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하는데 정보 제공이 제때에 이뤄지지 못한 모양입니다. 또 다른 동료 기자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시정을 요구합니다. 대변인이 다음부터 좀 더 신속하고 투명하게 ‘서비스’ 할 것을 약속합니다. 우리가 좀 심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한반도가 통일로 나아가는 길의 최 일선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통일 정책 관련 소식을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전해야하는 통일부 출입기자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당연한 역할이자 의무인 셈이지요. 

△백 브리핑 중 대변인의 답변을 메모하는 통일부 출입기자들△백 브리핑 중 대변인의 답변을 메모하는 통일부 출입기자들

 

“네, 여보세요? 12시 뉴스 읽겠습니다. OOO입니다.”

 뉴스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업데이트됩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지요. 방송뉴스의 경우에는 새로운 소식이 있을 때마다 정오뉴스, 오후 2시 라디오 뉴스, 오후 3시 뉴스, 8시 메인뉴스 등에 새로 리포팅을 해야 합니다. 회사로부터 꽤 먼 거리에 있으니 매번 왔다 갔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때문에 정부서울청사와 이어져 있는 외교부 청사 기자실에는 방송녹음전용 부스가 있습니다. 단 한 번의 리포팅을 위해 한참을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하지만 매번 회사로 가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합니다.

△외교부 기자실에 위치한 방송녹음 전용 부스△외교부 기자실에 위치한 방송녹음 전용 부스

 라디오뉴스는 조금 덜 해도, 방송뉴스는 음질이 생명과도 같습니다. 방송녹음전용 부스에는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고마운 시설과 장비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본 뉴스의 오디오 송출 전 여러 번의 사전연습과 체크는 필수입니다. 보다 간결하고 명확한 뉴스 전달을 위해서 목소리를 몇 번이고 가다듬고 연습합니다.

△방송뉴스 녹음 전 리허설하는 SBS 안정식 기자△방송뉴스 녹음 전 리허설하는 SBS 안정식 기자

 

“아이고 국장님 담배 태우러 가십니까?”

 얼른 기자실로 복귀합니다.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하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제 걸음걸이는 보통 사람들보다 빠릅니다. 이동 중 통일부의 고위공직자들과 마주치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마냥 편안하게 브리핑 장과 기자실에 앉아 있어서는 양질의 기사를 쓸 수 없습니다.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거나 직접 ‘쳐들어가기도’ 하지요. 담배를 피우는 기자들은 종종 흡연 장소에서 예기치 못한 소스를 얻기도 한답니다. 오늘은 통일부 차관과 마주칩니다. 가벼운 눈인사를 하며 안부를 묻습니다. 이렇게 취재원과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는 것도 기자들의 임무입니다. 그래야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기자실 개인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SBS 안정식 기자△기자실 개인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SBS 안정식 기자

 기자실로 돌아오니 동료 기자들 몇 명은 나가고 없군요. 기자실의 분위기는 굉장히 조용합니다. 마치 도서관 열람실 같습니다. 자리에 남은 동료들은 자기의 업무에 몰두할 뿐 다른 잡담은 일절 하지 않습니다. 노트북 타이핑 소리와 전화 통화하는 목소리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오후에 배달되는 석간신문을 오늘은 제가 직접 챙겨왔습니다. 조간신문만큼이나 석간신문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동료 기자 한 분과 함께 오늘 취재할 소식과 관련하여 보도된 것이 없는지 체크해야겠습니다.

△취재현장에서 영상팀과 상의하는 SBS 안정식 기자△취재현장에서 영상팀과 상의하는 SBS 안정식 기자

 

“영상팀 지원 요청합니다. 네, 싱크 따야 되요.”

 가까운 곳에서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해서 모처럼 외부취재를 나가야 합니다. 정치부 기자는 사회부 기자처럼 외부 현장으로 달려가는 일은 드뭅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뉴스라면 어디든 출동할 준비가 항상 되어있지요. 근거리이기 때문에 차량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영상팀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회사 영상팀에 전화를 걸어 지원 요청을 합니다. 취재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싱크 따는’ 작업이 필요한지 묻는군요. 인터뷰는 불필요하지만 싱크는 따야겠습니다.

△배포된 기자회견 자료를 살펴보는 SBS 안정식 기자△배포된 기자회견 자료를 살펴보는 SBS 안정식 기자

 이미 수많은 취재진들이 운집해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녹음기와 노트북을 가지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메모를 하는 것이 더 편합니다.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멀찌감치 자리를 잡았습니다. 요즘에는 대학교 수업에서도 노트북으로 필기를 한다고 하니 젊은 기자들은 타이핑하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자회견 전 별도의 자료가 취재진들에게 배포됩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에 이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필수입니다.

△취재현장에서 기자회견 내용에 귀 기울이는 SBS 안정식 기자△취재현장에서 기자회견 내용에 귀 기울이는 SBS 안정식 기자

 

“예, OOO의 OOO 기자입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 통일부 출입기자는 정치부 외교안보팀에 소속됩니다. 그 이유뿐만 아니라 통일 관련 사안의 경우 국제정치와 무관치 않기 때문에 외교부 소식도 챙겨야 합니다. 오늘은 UN북한인권현장사무소 개소식 현장에 후배기자들이 나가기 때문에 나머지 소식들을 직접 취재해야 해서 조금 바쁘네요. 외부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에 맞춰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들으러 갑니다. 뙤약볕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더니 조금 피곤하군요. 브리핑 시작 전까지 잠시 앉아서 눈 좀 붙여야겠습니다.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기다리는 한 기자△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기다리는 한 기자

 정부 부처의 브리핑 내용은 경우에 따라 조금 추상적입니다. 특히 브리핑 내용이 외교적인 사안이라면 국익이 걸린 일인 만큼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추가적인 질문을 통해 기사거리를 잡아내야 합니다. 질의응답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제 앞의 마이크를 켭니다. “예, OOO의 OOO 기자입니다.” 정확한 사실 확인과 숨겨진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동료 기자들의 질문 내용과 그에 대한 대변인의 답변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브리핑 장에서 오고가는 모든 말들이 중요한 정보니까요. 

△통일부 기자실에 걸려있는 평양시가도△통일부 기자실에 걸려있는 평양시가도

 외교부 백 브리핑을 듣는 것으로 오늘 예정된 중요한 일정은 마쳤습니다. 추가적인 정보를 얻었으니 다음 뉴스를 위해 다시 오디오 송출을 해야 합니다. 8시 메인뉴스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통일부 기자실의 제 자리로 돌아가 추가 취재를 거친 뒤 기사를 확정지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발걸음이 빠른 저를 숨 가쁘게 따라다니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로서의 더 속 깊은 이야기는 다음에 또 들려드리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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