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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2) 국경을 걷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의 통일책 읽어주는 기자 천현빈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황재옥의 평화 르포르타주, 북한 국경 답사기, 국경을 걷다'입니다. 북·중·러의 국경 1376.5km를 따라 답사한 일지를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책은 북한의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의 북한주민들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책을 북-중 접경 지역 답사의 완벽한 안내서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연변지역이나 백두산 지역 국경답사를 가시는 분들은 이 책을 꼭 읽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전직 통일부 장관 세 명을 비롯해 북한관련 전문가 여덟 명이 8박 9일간 북-중 접경 지역을 답사한 기록을 담았습니다. 생생한 사진과 시각적 자료가 풍부해서 국경지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소개하면서 제가 느낀점을 언급하자면,

첫째, 저자는 북한학 박사로서 이 책을 통해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을 첫장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북한이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급속하게 발전하는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발전상과 북한의 낙후된 지역이 강 하나를 끼고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도 변화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책의 내용 중에 '1998년의 북-중 접경 지역을 찾았을 때 강 건너 북한 마을은 고요했고, 간혹 강가에 나와 멀뚱히 앉아 건너편을 응시하는 북한의 주민들은 팔다리조차 움직일 힘이 없어 보였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14년 후인 2012년 8월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북한의 모습은 '중국의 경제 발전과 맞물려 북한과의 경제 교류가 활기를 띠고 있으며, 강 건너로나마 북한 주민들의 형편이 다소 나아진 듯 보였다. … 이제 북한의 도시들은 예전의 죽은 도시가 아닌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로 느껴졌다'고 저자는 서술합니다. 1998년 고난의 행군시기와 지금의 북한의 상황과 비교하면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나, 지금 북한의 경제가 중국에 심각하게 예속되어 있다는 사실로 생각해보면 그리 긍정적인 면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없겠습니다. 

 

 

둘째, 북한 주민의 인권입니다. "탈북 여성들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것이 두려워 중국 농촌 남성들과 결혼하는 방식으로 신변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중국 남편에게 학대를 받아도 도망을 칠 수 없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중국 남성들은 북한 여성을 감금하거나 폭행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식을 낳은 뒤 내쫓기도했다."라는 말에서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북한주민들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는데 이 책에 나온 적나라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은 더욱 저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배고픔은 인간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인용구절을 보면 가장 시급한 북한문제가 바로 식량난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셋째, 중국의 마구잡이식 백두산 개발에 대한 대목입니다. 책에는 '중국은 2007년 1월 말 창춘에서 개최된 동계 아시아경기 때 창바이 산, 즉 백두산에서 올림픽 성화를 채화함으로써 백두산이 중국의 산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중국은 창바이 산을 중국 10대 명산 중 하나로 지정하고, 창바이 산을 청나라 만주족의 영산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창바이 산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단독 신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백두산을 창바이 산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키려는 것이다.'라고 써있습니다. 중국은 뿐만 아니라 백두산에 아시아 최대 스키장을 포함한 대형 리조트를 건설하여 동북아 최대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이 남북이 분단된지 7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완전히 중국에 넘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넷째, 간도문제입니다. 아직도 역사적으로 논쟁이 벌어지는 간도영유권에 대한 문제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조선시대 숙종 때 백두산 정계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간도의 영유권이 조선에 속하였는지 청나라에 속하였는지 분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실효적인 지배하에 있던 간도는 1909년 일본과 청의 간도협약에 따라 완전히 중국영토로 편입되게 됩니다.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옌볜 조선족 자치주와 연결됩니다. 최근들어 동북 3성의 조선족이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조선족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 정부의 한족 이주정책으로 인하여 조선족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책에서는 사라져가는 조선족 마을에 대한 안타까움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중국에서 소수 민족이 자치주를 유지하려면 소수 민족 인구가 지역 전체의 30% 이상이 돼야 하는데 2020년이 되면 조선족 비율이 10%대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 역사적으로 한민족에게 의미가 큰 간도 지역에서 조선족의 위상이 내려가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인구가 줄면서 각급 조선족 학교의 80%가 이미 문을 닫았다고 한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공세적인 동북공정에 맞물려 간도지방에서의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영향력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향후 통일한국이 되었을 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밖에도 이 책에서는 한국 전쟁 전후의 중국과 소련의 내부상황 등 역사적 사실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장 궁금하고 흥미를 끌만한 북-중 지역의 주민들의 직접적인 인터뷰가 많이 실리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 책에 대한 추천사에서 "앞으로 북-중 접경 지역을 답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사전 정보와 지식 입수 차원에서, 그리고 이미 현장을 답사한 이들에게는 지역 상황과 북-중 관계에 대한 재정리 차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분단의 상황으로 인해 북한 땅을 통해 북-중접경지역으로 가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통해 강 너머로나마 북한주민들의 실상과 북한 땅의 내음을 맡을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정보와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북-중접경지역의 중국 땅을 밟아가지만 머지않아 통일이 되면 북한땅을 밟으며 북-중 접경지역을 돌아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