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북한 관련된 행사를 하면서 음식나눔을 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북한 음식이 바로 ‘두부밥’입니다. 그래서 북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두부밥을 드셔 보셨거나, 아니면 두부밥이라는 이름이라도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저도 얼마전 두부밥을 직접 먹어보고, 또 두부밥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두부,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죠. 그래서 저도 처음 두부밥이라고 할 때 기대를 좀 했습니다. 하얀 두부가 들어가 있는 맛있는 밥이겠거니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두부밥을 처음 볼 때의 느낌은, 유부초밥이나 순대와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름이 두부밥이 아니었다면 이것의 정체가 두부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상상하는 두부는 하얗고 물컹물컹한 두부이죠~ 그러나 두부밥에 들어가는 두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같은 두부이지만 기름에 튀겨서 그런지 쫄깃쫄깃하기도 하고, 약간 질기기도 한, 그런 식감이었습니다. 두부 사이에 밥을 넣고 튀겨서, 그 위에 양념을 한 것이 바로 두부밥입니다.
두부 사이에 밥을 넣고 튀긴다
처음 두부밥을 먹어볼 때는 두부껍질의 약간 질긴 식감이 씹는 맛이 제법 있어서 맛있기도 했지만, 사실은 이내 질리고 그냥 밥에 고춧가루 뿌려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두부밥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평가는 맛있다는 편과, 또 저처럼 맛없다는 편이 모두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두부밥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두부밥이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쉽게 먹고 쉽게 생각하는 두부밥에 들어간 재료들이 모두 북한에서는 귀한 것들로서, 두부밥은 북한에서는 특식과 같다는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던 시절, 함께 잘 이겨내자는 뜻에서 해 먹던 특식이 바로 두부밥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경제 사정으로 인해 고기를 먹기가 매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럴 때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로 ‘가짜고기’, 즉 콩이라는 것입니다. 이 콩조차도 북한 사회에서는 매우 귀한 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북한에서는 흰 쌀밥 역시 구경하기 힘들지요. 그런데 두부밥에 들어가 있는 흰 쌀, 역시 두부만큼 귀한 것입니다. 게다가 두부밥은 이것을 튀긴 것입니다. 기름 역시 북한 사회에선 매우 귀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위에 고춧가루마저 뿌려져 있습니다. 고춧가루 역시 북한에서는 매우 귀해서 서민들은 함부로 먹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한국에 온 한 탈북민은 북한에 있던 시절 고춧가루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김치라면 흰 김치밖에 없는 줄 알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귀한 재료가 두부밥에는 들어가 있다는 것이죠. 또 다른 탈북민은 고춧가루 1Kg을 살 돈이면 쌀을 3Kg을 사 먹을 수 있기에 북한에서는 함부로 고춧가루를 사먹을 수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즉 두부밥은 하나같이 북한에서는 귀한 재료들로 만든, 일종의 ‘특식’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음식에는 그 사회의 모습이 들어가 있습니다. 음식은 일단 사람의 긴장감을 풀어줍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일단 음식으로 긴장감을 푼 뒤에 음식 속에 담긴 사회의 모습을 알아가다 보면 어느새 한마음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통일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 음식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또 많은 행사들에서 북한 음식을 선보이는 것이겠죠! 모두 의미 있는 일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을 통해 남북이 더욱 가까워지길 바라며, 이현정 기자였습니다.
*사진출처: (순서대로)
http://blog.naver.com/sbssbi69?Redirect=Log&logNo=9010896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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