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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최초로 밝혀지는 북한 교화소의 실상, 교화소 이야기

‘북한의 수용소’라고 하면 많은 국민들은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정치범수용소(관리소)에 대해 떠올릴 것입니다. 정치범수용소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대표적인 구금시설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현재 정치범수용소 출신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북한에는 정치범수용소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혹독한 구금시설이 있습니다. 바로 ‘교화소’라는 곳입니다. 북한의 일반 범죄인들이 수용되는 교화소와 교화소 내의 실태는 아직 정치범수용소만큼 세상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는데, 여기서 교화소라는 곳은 한국의 교도소와 같은 개념입니다. 이곳에는 정치범과 경제범, 강력범이 함께 수용됩니다. 교화는 인민보안부(한국의 경찰청) 교화관리국에서 관리하며 시설과 수인들에 대한 처우는 정치범수용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정치범수용소가 재판과정도 생략된 채 가족까지 수감될 수 있는 반면, 교화소는 정식 재판을 통해 수감여부가 결정되며 가족단위의 수감은 없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각 도마다 1개 이상씩, 10여 개 이상의 교화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때 수감자들은 수감기간동안 공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이처럼 교화소는 정치범수용소와 다를 것 없이 구타, 고문 등 비인간적인 처우가 만연한데, 이러한 실상을 최초로 밝힌 책이 있습니다. 바로 리준하씨가 쓴 ‘교화소 이야기’라는 책입니다. 여기서 저자인 리준하씨는 북한 함경도 농촌에서 태어나 우발적인 사건으로 회령 제12호 교화소에서 5년간 복역했습니다. 출소 후 사회의 냉대와 보안원의 착취,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중국으로 탈북하여 현재 지린성 농촌마을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 중입니다. 리준하씨는 책을 쓴 동기에 대해 “죄를 지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짐승같이 취급받다가 죽어서도 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불망산 불가마에서 한 줌의 재로 사라져야 하는 많은 영혼들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죄인들의 죄를 합리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체포되어 송환 당할 때 이 책을 썼다는 이유로 가중되는 처벌 등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1부, 2부, 3부의 세편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에는 리준하씨가 교화소에 들어가게 된 이유와 교화소 내에 적응하면서 혹독한 시간을 보냈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2부에는 교화소 안에서의 생활에는 적응했지만 그곳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만행들을 보게된 리준하씨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3부에는 5년 만에 출소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리준하씨의 이야기가 적혀 있는데, 이때 교화소 출신이라는 이력으로 인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탈북을 결심하는 리준하씨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리준하씨는 결국 중국에 정착하게 되고, 현재까지 중국에 숨어살게 됩니다.

 

<책 내용 일부 살펴보기>

1.
아침부터 칙칙한 잔비가 내리는 교화소 철문 앞으로 옷이 축축이 젖은 채 초라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19살 된 한 소년이 있다. 그가 본의 아니게 살인죄를 짓고 교화소에 입소하는 나 리준하이다. 터벅터벅 걸어서 철문 앞에 멈춰서 보니 어마어마하게 크고 시커먼 철문이 앞에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서 있는데 갑자기 공기를 째는 날카로운 초병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가리 떨구라!” 엉겁결에 머리를 숙였는데 콰르릉! 하는 요란스러운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교화소 철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2.
교화소 생활은 나에게 많은 고통과 가슴 아픈 추억들을 남겨 놓았다. 벌목반 배치 받은 지 며칠 후의 일이었다. 기상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다들 일어나서 무릎 꿇고 앉아서 사 선생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영훈이가 그냥 누워서 자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의 어깨를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무심결에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일으켜 세웠는데 반쯤 몸을 일으키던 그가 털썩하고 쓰러졌다. 속으로는 약간 놀랐지만, 설마 하는 생각에 그의 얼굴을 살펴봤다. 그는 이미 숨져 있었다.

3.
어느새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정말 오랜만에 반원들에게 눈물을 보였다. 반장만 깔고 자는 침대모양의 이깔마루, 목재로 된 김일성, 김정일 명제학습카드 걸개, 모두가 옷을 벗지 않고 자니 멋으로만 벽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 옷걸이, 목재 등잔 받침대, 변소 문, ‘생활문화’ 준칙판 등 내 손이 가지 않은 것이 없었다. 반장과 반원들이 출소를 축하하며 한 마디씩 해주는데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 ……길을 걸으면서 몇십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내 뒤로 아직 새까만 총구멍이 따라오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빗길을 홀로 걷고 있었지만 자꾸만 뒤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철문이 열리면서 경비대 초병이 나를 다시 불러 세우면 어쩌나?’ 하는 소심한 생각까지 들었다.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고 성한 몸으로 교화소 골 안을 빠져나간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울다가 웃고, 소리 지르고, 돌부리를 걷어차고,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며,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교화소 골짜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교화소 철문이 보이는 마지막 굽이 길에 서서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불망산을 바라보니 눈물이 왈칵 솟았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교화소 이야기’는 어느 탈북 청년의 개인 수기를 뛰어넘어 오늘날 북한 현실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사회의 사법제도와 수형시설에 대한 관찰을 통해 인권보장 수준과 법치주의를 평가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사회학자들이 선택해온 분석 방법입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수령 독재 반세기를 넘기고 있는 북한 사회가 어떻게 ‘비인간화’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전거리 불망산에서 한 줌의 재로 사라져 간 수많은 영혼들에게 바치는 리준하씨의 ‘진혼곡(鎭魂曲)’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죽은 자들에 대한 책임은 북쪽 위정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땅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 그 책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교화소 이야기’를 읽어도 알 수 있듯이, 현재 북한의 인권문제는 비참한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범수용소와 마찬가지로 비인간적인 교화소의 폐지는 인권침해 행위를 근절하고, 근대적 봉건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인권의식과 인권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끊임없는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에 관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같은 말을 쓰는 우리 동포들이 겪는 비참한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될 것입니다.

탈북청년 리준하씨의 이야기가 이제 세상의 빛을 보아 사람들에게 책으로서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리준하씨는 책을 쓰는 동안 자신이 죄인들의 죄를 합리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체포되어 송환 당할 때 이 책을 썼다는 이유로 가중되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큰 상태였지만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이 책을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리준하씨의 열정에 존경을 표합니다. 앞으로 북한인권 개선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 세계 살아 있는 양심이 리준하씨와 함께 하길 원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책을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기를 빌며, 하루 빨리 한반도가 통일 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사진>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64346
-http://www.koreaweeklyfl.com/news/cms_view_article.php?aid=11891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677287&ctg=12
-도서출판 시대정신(http://www.zeitgeist.co.kr/index.php)

<정보>
-도서출판 시대정신(http://www.zeitgeist.co.kr/index.php)
-교화소 이야기: 리준하 지음
-북한인권학생연대 7th 대학생 북한전문가 아카데미 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