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몰래 강을 넘습니다.
한밤 중에 총성이 울리는 건 그 때문이에요.
다음 날 강에 가 보면 어김없이 시체가 물에 둥둥 떠 있어요.
경비병들은 일부러 시체를 치우지 않아요.
탈북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라고 경고를 하는 거예요.
우리가 이렇게 목숨까지 걸고 두만강을 건너는 이유는,
이대로 있다간 굶어 죽을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 본문 <우리는 언제까지 유령으로 살아야 할까요?> 중에서
▲ 2002 보도사진전 대상작 `자유를 향한 절규'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수가 2만 천 명을 넘어섰고, 중국 등 제3국에서 남한행을 기다리는 사람 수만도 10만 명이 넘습니다. 북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는 걸까요?
그 해답은 책《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북한 아이들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고, 믿겨지지 않는 북한 어린이들의 처참한 실상이 담겨 있습니다.
열 살 명진이는 북한에 있는 수용소에 갇혀있습니다. 이유는 아버지가 라디오로 남조선 방송을 몰래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거지와 다름없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고되다 보니 씻을 기운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보위원들은 아이들에게 죄인의 자식임을 세뇌시키고 닥치는 대로 몽둥이를 휘두릅니다. 아이들은 굶주림과 노동, 폭력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취급당합니다. 명진이는 지옥보다도 못한 이곳에서 그래도 살겠다고, 매 순간을 버티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거의 굶다시피 하며 혹사당하고 있는 성진이, 동생과 함께 꽃제비가 되어 구걸하며 살아가는 명섭이,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는 청혜 등 비극적인 북한 어린이들의 이야기 6편이 실려 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 속 이야기면 좋으련만, 슬프게도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바로 해당 책의 작가가 오랜 기간동안, 남한에 온 탈북 어린이들을 취재하여 그 아이들이 겪은 실화를 재구성한 것인데요. 책에 나오는 아이들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온 탈북 작가가 그린 생생한 그림이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동포, 가까운 북한에서 이뤄졌다니, 그리고 지금도 아이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대충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하고 비참할 줄은 몰랐습니다. 부모의 보호 안에서 행복한 시절을 보내야 하는 어린 시절에 북한 아이들은 굶주림과 추위, 폭력 속에서 죽음의 위기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유엔에서는 15세 이하 어린이들이 불법으로 팔리고 착취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여러 가지 법을 만들고, 세계 여러 나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모른 척 하고 있습니다. 북한 어린이들의 신음 소리가 들리나요? 들려야 합니다. 그리고 들어야 합니다.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 개선은 우리의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더불어 탈북자에게도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살기 위해 남한으로 건너 왔지만 남한에서도 천국은 없었습니다. 더 이상 북송될까 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밥을 굶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은 북한에 있을 때보다 더 응어리져 있습니다. 남한 사회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고, 남한 사람들의 편견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북자는 같은 민족입니다. 이들에게 경제적 지원도 절실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차별 없는 시선은 너무나 절박합니다.
최근 통일교육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이렇게 북한 어린이들의 비참한 일상을 생생하게 설명해주는 책을 읽는 것이 통일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에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중학생 동생에게도 꼭 읽어 볼 것을 권해야겠습니다.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아니, 몰랐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요.
통일부 상생기자단 4기 이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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