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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속담 사전,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언어에는 필연적으로 한 시대의 지식과 정서가 담기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속담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지혜와 사고방식이 반영된 언어 양식이기 때문에 문화적인 측면에서 큰 연구 의의를 가지게 됩니다. 

그 속에는 우리들 삶의 모습이 진솔하게 담겨 있고,

우리 조상들의 삶의 가치와 심오한 삶의 철학이 있습니다

따라서 속담은 일반 대중의 생활 경험을 통해 터득된 생활의 지혜이며

교훈이자 철학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속담의 속성을 통해 북한의 속담을 살펴봄으로써 

첫째, 분단 이전에 공유했던 언어 사용의 뿌리를 찾으며

둘째, 분단 이후 서로 다른 정치․문화․경제․사회적 배경이

북한의 속담 형성에 미친 영향을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속담의 정의

  

속담이란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와 더불어 함께 해 온 삶의 모습과 지혜가 담긴 말로,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 온 소중한 언어 유산입니다. 

 속담은 우리의 언어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익숙하게 사용하는 친근한 말이기도 하지요.

속담은 애초부터 엄격하게 개념을 규정할 수 있는 언어적 표현 양식이 아니라

하나의 설화적 이야기로부터 경구적 어구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관용구로 전승되어 온 표현 양식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학자에 따라 그 정의도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심재기는『국어어휘론』에서

'언어 현장에서 발생하게 되는 특정 사실을 수사적인 기법인 비유를 통하여 

나타내는 표현 양식'이라고 정의하였고

한글학회는 「우리말 큰사전」에서 '민간에 전해오는 쉬운 격언, 속된 이야기'라고 

정의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속담의 정의는 다양한데요.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속담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요? 

 

북한의 『현대조선말사전』에서는 속담을

"인민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간단하면서도 내용이 교훈적인 말, 

근로 인민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생활과 투쟁 속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 

그들의 사회적 견해와 지향 같은 것을 함축된 말로 표현하는 것." 

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2. 북한에서 속담의 기능

  

 

 

김일성 교시에 따라 발행된 『세계 속담집(황병규,1996)』에서는

우리나라의 속담과 함께 세계 여러 나라 속담들을 소개하였는데,

그 머리말에서 속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속담은 자연과 사회를 개조하기 위한 오랜 기간의 투쟁과정에 이루어진 민족의 귀중 한 문화유산이며 거기에는 인민들이 생활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과 교훈들이 적혀있다. 속담은 주로 근로 인민들의 지혜에 의하여 창조된 것으로서 거기에는 착취와 압박이 없이 잘 살아보려는 그들의 지향, 부정의를 타파하고 정의를 지향하는 깨끗한 양심, 조국과 향토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침략자, 착취자들에 대한 증오, 끝없는 향학열 등이 반영되여 왔다. 그뿐 아니라 자연기후현상으로부터 출발하여 도덕 생활, 가정생활, 로동생활,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의 사람들의 활동이 미치는 모든 분야를 다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북한에서는

담의 교화적 기능 매우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김일성 교시에 의해 추진된 북한의 『조선 속담(1984)』의 서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여러 방면으로 교양하여야 그들의 정신 생활이 풍부하여집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정치와 경제에 대하여 잘 알뿐만 아니라 력사와 지리, 문화와 예술에 대하여도 잘 알며 전설과 속담도 이야기할 줄 알도록 교양하여야 하겠습니다.

(김일성 저작집 16권 23페이지)


그러나 속담 자체가 지난날 낡은 사회제도를 적지 않게 반영하고 있는 만큼 속담을 쓸 때는 반 드시 그 내용과 성격을 잘 고려하여 옳게 쓰도록 각별한 주의를 돌려야 합니다.

(후략)

 

 

이 서문에는 전통 문화 유산에 대한 북한 사회의 갈등이 간명하게 드러나 있지요.

교양을 높이기 위하여는 속담을 많이 알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것이 낡은 사회 제도를 반영하고 있으므로

사용상의 주의를 요하는 것임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사회의 발전과 변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곳이라면 

과거 사회 제도에 대한 판단은 사회 구성원 각자가 알아서 하도록, 

특별히 주의를 주어야 할 필요는 없을텐데 

속담 한 마디 사용하는 데에도 정치 사상성 또는 당성 같은 것을 고려하여야 하는 

북한 사회의 분위기가 감지되는 듯하지 않나요?



 

3. 북한의 속담 살펴보기

 

 

-북한의 속담 사전 <조선 속담>-

 

북한에서 가장 큰 속담 사전은 1984년 10월에 간행된 <조선 속담>입니다. 

이 사전은 남한의 기존 업적들을 토대로 하여 편찬 되었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서문에서 김일성 대학 졸업생들과 어문학 관계 전문 종사자들이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자료 수집의 방법과 출처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총 "8천 개"의 속담을 어떤 과정으로 모았는지를 밝히지 않는 것은

우리의 상식으로 볼 때는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또한 이 8천 개의 속담은 교양적 가치가 없거나

낡은 사회에서 지배 계층의 이익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을

원칙적으로 배제한 나머지라고 한 것으로 보아

실제로 수집된 속담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오랜 시간을 걸쳐 형성해 온 속담을 말할 때

교양성의 유무를 말하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나요?

지배 계층의 이익을 반영한다는 사실도 뒤집어 해석하면

과거 사회 체제의 부당성을 알려 주는 증거가 될 것이므로 오히려 좋은 자료인데 

 그것을 배제하였다고 말하는 것 역시 북한 사회의 허구성과 모순성을 나타내고 있지요.

 

한편! 우리나라의 가장 짜임새 있는 속담 사전은 

1962년 민중서관에서 발행된 이기문 편의 사전입니다.

  이 책과 <조선 속담>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속담 사전이 북한의 속담 사전 편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a 남, b 북 으로 표시)

 

 

1a. 드물어도 아이가 든다.   ::    1b. 드물어도 아이 선다.

(일이 더디기는 하나 이루어지기는 한다는 뜻)


2a. 들녘 소경 머루 먹듯   ::   2b. 들녘 소경 머루먹듯

(멋도 모르고 덤벙대는 것을 이르는 말.)

 

사전에 인용된 뜻까지 동일할 정도니 이 정도면 확실히 영향을 미친 것 맞지요?

어느 누가 "B는 A의 것을 베꼈다"고 말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비슷합니다.

 

여기까지는 별로 재미없으셨다구요?

그럼 2탄에서는 재미있는 북한의 속담을 직접 살펴보도록 하지요!

 

 
















이 게시물은 2010/12/27 다음 뷰 '교육'부문 베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