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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쫑알쫑알 수다방

'아이스크림 고지', 달콤한 이름에 숨겨진 비극의 역사

 

 

   여러분, 디저트나 간식으로 아이스크림 많이 드시나요? 저는 달달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아서 아이스크림을 꽤나 좋아한답니다. 게다가 요즘은 알록달록한 색깔로 예쁜 아이스크림이 많아서 절로 손이 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강원도 철원에 "아이스크림 고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장소가 있다는데 알고 계셨나요? 평소에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부드럽고 달콤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왠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딱일 것 같은데요. 그러나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아이스크림 고지의 유래는 사실 이렇습니다.

 

 

   아이스크림 고지는 삽슬봉의 별명으로,  해발 219m의 얕은 산입니다.  '고지'는 지대가 높은 땅을 부르는 말인데, 전쟁 시에는 이러한 지리적 장소가 전략적으로 유리한 요충지라고 합니다. 6ㆍ25 전쟁 당시 휴전협정이 진행되는 긴 시간동안 휴전선 근처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휴전이 성립되기 전에 서로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이지요.

 

 '아이스크림 고지'라고 불리우는 철원의 '삽슬봉'

 

 

   삽슬봉에서도 처절한 쟁탈전이 있었습니다. 극심한 포격으로 인하여 산이 마치 아이스크림이 녹 듯이 흘러내렸는데 이를 목격한 UN군들과 외신기자들이 이 곳을 아이스크림 고지라고 별명을 붙였다고 합니다. 일설에서는 집중적인 폭격으로 인하여 수많은 군인들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없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도 합니다. 실제 이 지역에서만 4~5만명에 육박하는 청춘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네요. 정말 비극적이고 씁쓸한 이름의 유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 '아이스크림 고지'는 생태계 보존이 아주 잘 되어있어 자연환경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고 하네요.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 땅이면 그 당시의 자연파괴는 어마어마했을텐데, 새삼 자연의 치유력이 놀랍기도 합니다.

 

 

   또, 6ㆍ25 전쟁 중에 붙여진 이름 중에는 '펀치볼 분지'가 있답니다.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펀치볼 분지는 한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한반도의 배꼽'이라는 별명도 있어요. 이곳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었다고 해요. 저는 펀치볼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이런걸 생각했었답니다. 길라임씨가 열심히 복싱하면서 두드리는 바로 저것! 혹시 저와 같은 생각 하신 분 계신가요^^?

  그~러~나~, 펀치볼 분지는 한국전쟁 때의 외국종군기자가 가칠봉이라는 봉우리에서 내려다 본 모양이 마치 화채 그릇(Punch Bowl)처럼 보인다고 해서 펀치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분지의 지형이 뚜렷하게 잘 보이나봐요- 아래에 사진을 한 번 보세요. 어떠세요?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니 정말 지형이 화채그릇이랑 비슷해 보이는 것 같아요. 펀치볼 분지는 '가칠봉'이라는 봉우리에서 가장 잘 보인다고 해요.

왼쪽의 펀치볼 분지와 오른쪽의 화채그릇 :)

 

   6ㆍ25 전쟁 중에 DMZ 근처에서 벌어진 전투는 전쟁기간 중에 가장 치열한 전투들이었다고 들었습니다. 휴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전쟁이 직접적으로 발발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는 평화로웠겠지만, 휴전회담 중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 남과 북은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투를 치렀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아이스크림 고지 전투, 펀치볼 지구 전투 뿐만아니라 도솔산 지구 전투, 포크찹 고지 전투, 백마고지 전투, 저격능선 전투, 수도고지 전투, 크리스마스고지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피의 능선 전투 등 이 외에도 수많은 전투가 벌어졌는데요. 이 전투들의 이름만 들어도 그 당시의 참혹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감이 오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백마고지 전투는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벌어진 전투임에도 그 사이에 7차례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치열한 전투가 있던 곳인데요. 이곳에 무차별적으로 퍼부은 포탄이 공중에서 보면 새하얀 말처럼 보인다고 해서 백마고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네요. 실제 미군은 2,700개 이상의 각종 폭탄과 358개의 네이팜탄을, 중국군은 5만 5,000발 이상을, 남한군은 18만 5,000발 이상의 포탄을 백마고지에 퍼부었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그 당시 치열함에 비해 '백마고지'라는 이름이 너무 평화로운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한국 전쟁 최대의 격전지였던 백마고지에서 희생된 장병들을 위한 위령탑

 

   또한 '단장의 능선'에서 '단장(斷腸)'이란 새끼 원숭이를 잃고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죽인 원숭이에 유래하여, '창자가 끊어질 듯한 애달픔'을 뜻하는 말인데요. 미군 종군기자 스탠 카터(Stan Carter)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다"고 말한 부상병의 호소를 듣고서 "Heart Break Ridgeline(심장이 터진 능선)"이라는 보도를 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역시 전쟁의 참상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되네요. 

   이렇듯 오늘은 6ㆍ25 한국전쟁 중에 새로이 붙여졌던 지명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아이스크림 고지, 펀치볼  분지- 이렇듯 달달함이 생각나는 이름 뒤에 비극적인 우리의 역사가 있었다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그 치열한 전투에서 풀 한 포기도 남아있지 않았던 땅이 지금은 치유되어 우수한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절대 낫지 않을 것 같은 깊은 상처에도 새살이 돋아 언젠가는 아물듯 지금은 냉랭한 남북관계도 치열한 전투지가 황무지에서 울창한 숲이 되듯이, 과거와 현재의 미움을 이겨내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참고자료>

「얘들아, DMZ에서 공을 차자!」, 박진섭, 2011, 한울림.

「두산백과사전」,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