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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김현희 고백록《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제1,2부를 읽고

  고려원에서 출판된 김현희 고백록,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제1,2부)>>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장에 꽂혀있던 책인데요. 그때는 책의 제목만 보고는 단순히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가 쓴 책인가?’라는 단편적인 추측만을 품었을 뿐, 동화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펴볼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통일’‘북한’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이칭 KAL기 폭파사건)’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고, 이 사건의 주동자가 이 책을 집필한 김현희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10여년 만에 이 책을 다시 펼쳐보게 되었는데요. 내용은 인상 깊었지만 처음 읽었을 당시 서평을 남기지 않아 기억에 남는 내용은 많지 않았고, 분단의 아픔(가장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에 대한 감정만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근래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피살사건으로 국내에서 ‘간첩’이 또 한차례 이슈가 되었고, 저 역시도 이전에 읽었던 북한 여공작원 김현희의 자서전이 집에 있던 것이 생각나 다시 한번 더 정독하고 이렇게 서평까지 남기게 되었습니다.

 

 먼저 KAL858기 폭파범 김현희에 대해서 생소한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김현희

김현희(金賢姬, 1962년 1월 27일~)는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 1987년 11월 29일 일명 ‘KAL기 폭파 사건’의 범인이다. 범행 후 사형 판결을 받았지만 사면되었다.


생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직할시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대학 일본어학과를 졸업했고, 공작에 투입되기 전까지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로 추정되는 리은혜로부터 개인 집중교육을 받았다. 덕분에 일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경찰에 잡히기 직전에 하치야 신이치(蜂谷 真一)라는 일본명으로 활동한 공범 김승일(金勝一)과 음독 자살을 도모했지만 김현희는 목숨을 건졌다. 어렸을 적에는 아역으로 <<사회주의 조국으로 돌아간 영수와 영옥>>에서 영옥의 어린시절 역할을 맡았다.


이력

- 외교관인 아버지 김원석(金元錫)과 교사인 어머니 림명식(林名植) 사이에서 태어났고, 태어난지 얼마 안 지나서 아버지의 부임지인 쿠바로 갔다가 4살 때 평양으로 돌아갔다. 여동생 김현옥(金賢玉, 남편은 심장마비로 사망), 남동생 김현수(金賢洙)와 김범수(金範洙, 15세 때 피부암으로 사망)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 1972년 남북조절위 대표로 평양을 방문한 이동복 전 국회의원과 화동으로 꽃다발을 전달한 김현희, 그리고 이 장면을 촬영한 전 일본공산당 기관지 신문 아카하타 평양특파원 하기와라 료가 39년 만인 2011년 7월 12일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 1987년 11월 29일 하치야 마유미(일본어: 蜂谷 真由美 (はちや まゆみ))라는 일본명으로 가장하여, 대한항공 858편의 폭파 범행(수사결과)
- 1989년 2월 3일 검찰(서울지검)에 의해 살인, 항공기폭파치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 1990년 3월 27일 대법원, 김현희 사형 확정 판결
- 1990년 4월 12일 노태우 대통령 특별 사면
- 후에 외교관인 친아버지를 포함한 가족이 강제수용소에 수용된 것을 알게 됨
- 1991년 6월 2일 수기집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발간.
- 1997년 12월 28일 사면 이후 자신을 경호했던 전직 안기부 직원과 결혼
- 현재 정부의 특별 경호속에 대한민국 내 모처에서 거주
- 2009년 2월 조갑제닷컴의 조갑제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 2009년 3월에 방송인터뷰를 했다.
- 2010년 일본정부의 초청으로 7월 20일부터 4일 간 일본을 방문해 일본인납북자 가족을 만났다. 이때 대한민국 정부의 돈으로 시간당 천만원에 가까운 호화 도쿄 헬기 관광을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 2013년 1월 15일 MBC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에 출연해 2003년 11월 방송된 ‘PD수첩-16년간의 의혹,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 편에 대해 왜곡보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당시 ‘PD수첩’은 KAL기 유족 취재를 통해 ‘김현희가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출처 : 위키백과 김현희(https://ko.wikipedia.org/wiki/%EA%B9%80%ED%98%84%ED%9D%AC)

 

김현희 대한항공 858편 폭파사건

1987년 11월 28일 밤 11시 27분 이라크의 바그다드를 출발, 아랍 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기착한 뒤 방콕을 향해 가던 대한항공 858편 보잉 707기(기장 김직한)가 29일 오후 2시 5분경 버마 근해인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공중폭발, 탑승객 115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

수사 결과 테러범은 하치야 신이치, 하치야 마유미라는 일본인으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 김승일((70))과 김현희((26))임이 밝혀졌으며, 김현희의 자백으로 드러난 사건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김승일과 김현희는 「88서울올림픽 참가신청 방해를 위해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하라」는 김정일()의 친필 공작지령을 받고 11월 13일 북한을 출발, 28일 바그다드에 도착, 문제의 KAL858기에 탑승, 라디오와 술로 위장한 고성능 폭탄을 좌석 선반위에 남겨둔 채 아부다비 공항에서 내렸으며, 바레인 공항을 빠져나가다가 위조여권임이 발각되자 담배 필터 부분에 장치된 독극물을 삼켜 김승일은 자살했으나 김현희는 소량을 삼켜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 사건을 <남조선당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으며, 또한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 사건이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선거일 바로 전날에 폭파범 김현희의 한국압송으로 이 사건은 한때 세인의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김현희는 사형을 언도받았으나, 90년 4월 특사로 풀려나 안기부 촉탁직원이 되었으며, 사건발생 약 2년 후 기체의 일부가 인양돼 우리 측에 인도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KAL858기폭파사건 [-八五八機爆破事件] (한국근현대사사전, 2005. 9. 10., 가람기획)

 

  예전에 대학 수업에서 <인문학 독서토론>이라는 수업을 통해 책을 읽는 기본방법을 배운 이후로는 다짜고짜 책을 펼치고 본문을 읽어나가는 습관을 떨쳐냈던지라, 이번에는 책제목의 의미에서부터 앞표지와 뒷표지 그리고 머리말과 목차 모두를 꼼꼼히 살피며 읽었습니다. 빛바랜 책의 모습과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다소 촌스러운 표지 글씨체는 이 책이 발간된 지 꽤나 오래된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본 책은 1991년도에 발간된 책이었지요. 계속해서 책의 앞뒤에 새겨져 있는 문구를 찬찬히 읽어보았는데 ‘눈물’, ‘비극’, ‘불행’, ‘번민’, ‘죄책감’, ‘괴로움’, ‘악몽’, ‘고뇌’, ‘갈등’ 등 상당히 부정적이고 암울한 어휘가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책을 펼치지 않아도 충분히 우울한 분위기의 책이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 지난 1987년 12월 KAL858기 폭파 후 체포돼서 김포공항에서 압송되는 김현희(자료사진) ⓒ 연합뉴스

 

  머리말에 ‘이 수기를 쓰고 싶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수많은 번뇌를 했을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잊고 싶은 기억을 넘어서 끔찍했던 기억을 계속해서 회상해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머리말 말미에 ‘속죄의 제물로 이 책을 열심히 썼다.’고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저는 순전히 자의로만 이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입장에서 그녀의 곤란한 마음을 이해는 하는 바이지만, 엄청난 비극적 사건을 저질렀던 것을 감안해보면 이 고통 또한 그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일들과 모든 경험들은 누구의 시각에서,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극히 비상식적인 일들을 제외하고는)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의 상황을 두고도 ‘너’냐, ‘나’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의미의 차이가 극과 극을 달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 폭파 사건을 두고 이야기 하자면, 1)사고 희생자들의 유가족 입장에서 봤을 때,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과 폭파범 김현희를 향한 분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며, 2)당시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극에 달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며, 3)북한 공작원 김현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우리의 분단지역인 북한에서 나고 자라, 조국인 북한을 위한 특수한 사명을 받은 만큼 본인에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3)의 경우에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보든 어떠한 관점에서 보든지 간에 상식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라 이야기가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이 책을 두고 저는 단 하나의 시각으로만 ‘잘못됐어’. ‘못됐어’라고 단정지어 말하는 것이 조금 어렵게 느껴집니다. 저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품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 개인의 비극적이고도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보여지는 ‘우리 민족의 분단이 낳은 비극’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입니다.

 

젊었을 때의 김현희 2010년 경의 김현희

  본 수필집을 읽으면서 수없이 느낀 점은 아무래도 무겁고도 조심스러운 내용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녀의 감정변화가 매우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도 그럴 것이, 자신이 범죄의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이 속한 국가의 사람들을 독자로 삼고, (마치 ‘간사하지만 저의 마음도 이해해주세요.’라고)감히 글을 쓸 엄두를 낼 수 있었을까요. 여느 책의 저자가 그러하지 않겠냐만은 그녀는 특히 더 말 한마디, 단어 하나의 선택도 고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현재 받고 있는 여러 부정적 평가와는 별개로)책을 쓰기로 결심한 그녀의 용기만큼은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그녀가 마음을 담아서 쓴 수필집 두 권을 읽고 나서 저는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비로소 책제목의 숨은 뜻을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이지만 그녀는 ‘간첩’, ‘폭파범’, ‘테러리스트’, ‘살인마’ 김현희가 아닌 그저 ‘여자’ 김현희로 불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여자 김현희가 되기에 그녀가 꽤나 먼 길을 걸어와버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조심스럽게 하고 싶은 말은, 그녀의 행동을 비판은 하되,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듯이요.

 

  이 책을 통해서 느낀 점은 상당히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은 '분단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분단이 지속되면 될수록 (현실적으로 분단비용도 문제는 문제이지만은) 남북 간 이질감은 극대화될 것이고, 김현희씨의 경우를 통해서도 드러나듯 남북한 주민 모두가 더 깊은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도 한반도 전역에서는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 사람, 두 사람, 열 사람, 그리고 그 이상이 모여 진실된 마음으로 통일을 바란다면 부러진 뼈가 다시 붙듯, 언젠가는 통일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시는 김현희씨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 본 서평은 김현희씨에 대한 정치적인 견해를 배제하고,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글이니, 특별한 오해나 비방은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ckhd4/118095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