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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세미나 -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 방안 & 이정훈 인권대사 인터뷰



안녕하세요, 제9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진입니다! 저는 현재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북한인권위원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4월에 기자단에 합격한 이후 첫 기사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마침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지난 5월 2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북한인권 세미나를 소개해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워싱턴 D.C.에 위치하고 있는 세계적인 싱크탱크인데요, 이번 세미나는 CSIS의 한국석좌와 일본석좌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였습니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방안'이라는 주제로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인 로버트 킹 대사, 한국 외교부 인권대사인 이정훈 대사, 일본 납치문제 담당상 가토 가츠노부가 발언했습니다. 토론이 끝난 뒤에는 토론 내용에 대해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님과 추가적인 인터뷰 시간을 가졌습니다.


개회사에서 CSIS의 한국석좌인 빅터 차 교수는 북한인권 문제가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북한인권에 대한 한미일 3국이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세미나가 한미일 3국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유하고 서로 협력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CSIS의 일본석좌인 마이클 그린 교수도 북한인권 문제가 전에는 외교적 장애물로 인식되곤 했지만 이제는 안보 문제에 버금가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한미일 3자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가토 가츠노부 납치문제 담당상

"일본인들이 납북되기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고, 가족들은 이들을 다시 보지 못한 채 비통함 속에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일본인 납치문제에 있어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가토 가츠노부 납치문제 담당상이 먼저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발언했는데요, 가토 담당상은 UN COI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 규모, 성격은 현대 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일본인 납치문제도 이 중 하나에 해당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에 의하면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일본인 납북자는 17명으로 이들 중 5명만이 일본으로 송환되었고 여전히 납북이 의심되어 조사 중인 사례는 886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가토 담당상은 일본인 납치문제는 일본의 국가 주권과 일본인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앞으로 일본은 북한인권문제에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대화와 압박(dialogue and pressure), 행동을 위한 행동(action for action)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인 조처 없이는 북한에 어떤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대북제재 해제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이 2002년에 합의한 조일 평화선언에 기반하여 일본인 납치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면, 일본은 적극적으로 대화에 응하고 북한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

다음으로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는 UN COI 보고서가 발표된 지 2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보고서에 언급된 잔혹한 인권유린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용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작년 UN 총회에서 UN 안전보장이사회에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촉구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는데요, 이정훈 대사는 이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김정은을 ICC에 기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ICC에 기소하기 위해서는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되어야 하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차선책으로 ICC 회원국에서 개별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5만 명에서 1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를 해외 40개국에 파견하고 있는데, 파견국 중 ICC 회원국인 폴란드, 나이지리아, 몽골 등의 경우 자국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 유린 사례에 대하여 ICC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제시된 방안은 개별 국가가 보편적 사법권을 행사하는 것이었는데요, 보편적 사법권이란 반인도범죄 등의 국제범죄의 경우 해당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도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편적 사법권의 범위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2015년에는 아프리카에서 최초의 보편적 관할권을 적용한 재판이 세네갈에서 진행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정훈 대사는 특히 1980년대의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을 언급한븐 한편, 앞으로 북한인권 문제에서 UN과 EU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인권단체들과 협력하여 강하게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정훈 대사는 발언의 마지막에서 "이제 북한에서의 잔혹 행위에 대한 논쟁은 끝났으며, 집행(enforcement)과 책임 추궁(accountability)만이 남았다"고 덧붙이면서 특히 한미일 3국이 앞장서 문제를 풀어나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북한인권 문제에서 한미일 3국은 긴밀하게 협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는 것은 매우(extremely) 중요합니다.”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북한인권특사로서 북한인권 문제에 깊게 관여해왔는데요, 이번 세미나에서 킹 특사는 도쿄, 제네바, 뉴욕에서 일본인 납북자들의 가족을 수없이 만났다며 일본인 납치문제는 이제까지 일본만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지만 사실은 훨씬 더 큰 범위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킹 특사는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면서 미국도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킹 특사는 북한인권 문제에서 한미일 3국의 협력을 강조했는데요, 한미일 3국은 북한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에 가장 깊게 연관되어 있는 당사자들로서 앞으로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국 역시 한국, 일본과의 협력을 지속,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확인하였습니다.


Q. 안녕하세요, 대사님.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국에서 북한인권을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한미일 3국이 북한인권이라는 주제를 놓고 모여서 회의를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한일 간에 과거사, 위안부 문제로 협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북한인권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놓고 일본, 미국과 함께 인권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됐다는 자체가 상당히 의미가 큽니다. 이번 세미나가 한미일 3국이 북한인권 문제에서 더 포괄적으로 협력을 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오늘 발언하셨던 내용 중에 특히 강조하시고 싶었던 부분이 있나요?

A. 이미 2년 전에 UN COI 보고서가 나왔지만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인권 문제를 남북 관계라는 특수 관계의 틀 속에서 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남북 관계는 남북 관계대로 진행하되,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국제 사회의 흐름과 맞물려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북한인권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중국, 러시아 모두 북한인권 문제에서는 일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기 위해서 한국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시나요?

A. 중요한 것은 한국이 양자관계와 다자관계에서 중국에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정상회담은 물론 APEC, EU, UN등의 다자외교 틀 속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시진핑을 포함한 중국 당국에 탈북자 북송 문제 등을 포함하여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해나가야 합니다.

Q.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는 북한인권에 대한 심각성을 폭로하거나 관심을 고조시키는 데 집중되어 왔는데요, 성과가 있었던 만큼 이제는 어느 정도 고착화되는 단계에 이른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A. 국제형사재판소 (ICC) 회부가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중국을 계속 설득해나가야 합니다. 이외에 북한이 해외 노동자를 파견하는 국가들 중 ICC 회원국이나 로마규정 (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당사국의 경우 인권 침해 사례가 있다면 조사 요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UN 총회에서도 평화를 위한 통합결의 (Uniting for Peace Resolution)라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기 때문에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절차들을 실행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인권 침해 당사자들에게 형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절차 자체가 당사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북한도 전과 달리 인권문제에 있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폭로하고 망신주기(Naming and shaming), 즉 책임자들은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미국의 북한인권 세미나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저 스스로도 북한인권이 더 이상 북한만의 문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무려 11년 동안 계류되던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제까지 북한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한국이 앞으로는 북한인권 문제에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