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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이야기/통일부는 지금

홍용표 통일부장관 제 6회 <한반도국제포럼 2015 (Korea Global Forum)> 기조연설 전문

 

1.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부 장관입니다.

한반도국제포럼을 위해 자리를 같이해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염원하고
이를 현실로 만드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와 주신
크리스토퍼 힐 덴버대 국제연구대 학장님,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님 등
각 국의 정부 관계자분들과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대사님, 파비앙 칼린 주한 루마니아 대사님 등
주한 외교사절 분들,그리고 전문가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경남대 박재규 총장님,
극동문제연구소 윤대규 소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2015년은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한반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의하는 이번 학술회의는
매우 의미있는 자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역사는 서막이다(What is past is prologue)"라는 말이 있습니다.
25년 전 워싱턴의 National Archives 앞에서
이 문구를 처음 봤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과거가 없이는 현재는 물론 미래도 있을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달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 한반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지난 시간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고민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면
우리는 분명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2.

내외 귀빈 여러분,

대한민국은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경제적 번영과
민주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이 기적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달라지겠다는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와
각고의 노력이 쌓인 결과입니다.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지원도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신용을 쌓기 위해 노력했고,
국제사회는 그 노력을 믿어 줬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대한민국은
해외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하였고
평화, 인권, 환경 등 세계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글로벌 파트너로 우뚝 섰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70년 전 분단된 남과 북은
여전히 불신과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단절은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었으며,
오늘도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휴전선과 NLL에서
군복을 입고 자신의 젊음을 바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분단으로 헤어진 이산가족들은
70년이 지난 오늘도 만나지 못한 채
한국에서만 매년 4,000여 분이 생을 달리하고 계십니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분단은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의 연결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러한 분단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일시적인 변화만 있었을 뿐
지속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만들었고
그 신뢰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남북한이 약속을 지키고
작은 일부터 협력하여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어
국제사회와 함께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고
통일로 나아가야 합니다.

 

3.

내외 귀빈 여러분,

평화는 모든 인류가 다 함께 만들고, 지키고,
또 확대해야 할 공동의 가치입니다.
한반도에서도 평화는 통일 과정은 물론
통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즉, 남과 북은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하며
통일 이후에도 비핵 평화국가로서
세계평화와 공동발전에 기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금부터 한반도에 건강한 평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상대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나약한 평화,
힘에만 의존하는 일방주의적 평화는
진정한 평화라고 할 수 없으며,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힘에 기초해 안보를 튼튼히 지킴과 동시에
서로 신뢰와 협력을 쌓으며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그러한 평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북한도 핵 개발이 아니라
한국 및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쌓는 일이
자신들의 안보는 물론
민족의 평화를 지켜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한반도에 건강한 평화를 만드는 데에 함께해주기를 기대합니다.

 

4.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혈액이 온 몸을 잘 순환해야 하듯,
한반도의 건강한 평화를 위해서는
한반도를 원래의 모습이었던
하나의 생활터전으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민생·환경·문화의 3대 통로’를 열어가자고
북한에 제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남북 모두에게 필요하고, 실천가능하며, 함께할 수 있는 분야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신뢰를 쌓아간다면
지금의 엄중한 상황을 협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은 정치·군사적 신뢰를 쌓고
북한이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첫째 박근혜 정부는 민생의 통로를 만들기 위해
단순한 긴급 구호 성격의 물품 지원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상호 협력을 통해
남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 나가기 위한
민생협력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진료소, 온실과 낙농 지원을 위해 민간단체의 대북사업을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민생협력사업과 관련된 제도와 절차를 마련하고 국내외 다양한 대북협력 주체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서로에게 필요한 지원을 잘 전달하고 잘 받을 수 있는 그러한 관행을 만들고자 합니다.

나아가 농업, 축산, 그리고 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를 남북이 협력해 조성해 나간다면,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한 주민이 서로가 협력하며
마음까지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민생협력’은 남북 ‘환경협력’과 함께 이루어질 때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장마가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한반도 전역은 가뭄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곧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수해라는 정반대의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계적 기후 변화와 맞물려
해마다 반복되고 피해가 커지는 이러한 자연재해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강 및 임진강과 같은
남북 공유하천의 유량 공동 관리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아가 남과 북이 산림협력을 통해
백두대간 등 하나로 연결된 한반도의 산과 숲을
푸르게 만들어 가야 합니다.

산림자원 공동조사, 종자교환, 양묘지원 등
남과 북이 산림녹화를 위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합니다.

정부가 지난 6월말 민간단체를 통해
대북 산림․환경 분야 협력 사업을 지원하기로 발표한 것도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또한 이러한 환경 협력은
비군사적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협력구상인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로 우리는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문화의 통로도
지속적으로 개설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남북교류협력 상황에 아쉬움이 있지만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이나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조사 사업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의 모멘텀을 이어가며
정부는 광복 70년을 공동으로 기념하기 위한
남북간 축구 등 체육 교류와,
안중근 기념관 건립 및 생가복원과 같은 민족 공동의 유산을
남북이 함께 발굴하고 보존하는
문화·역사분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현재 남북한이 제대로 교류하고 있는 상징적 협력의 장은
바로 개성공단입니다.

이곳에서는 남과 북의 근로자가 매일 함께 일을 하며
물건을 생산하고 있고,
관리위와 사무처 등을 통한 남북한 당국자들 간의 접촉도
수시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근처 저수지의 물을 정수하여
개성공단내 남과 북의 근로자는 물론
개성시내 주민들이 그 물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2년 전 북한의 일방적인 근로자 철수로
이렇게 소중한 개성공단이 한 때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의 시금석”이라는 마음으로 노력한 끝에
우리는 발전적 정상화에 합의할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이 처음 개성공단을 만들 때,
그리고 2013년 발전적 정상화에 합의하였을 때도
가장 중요히 여긴 것이 바로 남북한이 합의를 통해
공동으로 개성공단을 관리한다는 그런 정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개성공단 공동위원회”입니다.

현재 개성공단에서는 임금체계 개선 등
남북이 직접 만나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하루빨리 공동위원회가 개최되어야 합니다.

공동위원회가 개최되면 임금, 노무 문제뿐만 아니라
탁아소와 진료소 등 전반적 근로환경 개선, 3통 등
개성공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제반 문제에 대해
남북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노력들은 남북간 협력이 보다 큰 틀에서
당국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내외 귀빈 여러분,

한반도의 건강한 평화와 협력의 확대는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 통일로 가는
거대한 통로를 만드는 길입니다.

우리가 분단의 길이 아닌 통일의 길을 택한다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비약적인 성장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기적’은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남북한 주민 모두가 행복한
통일국가를 향한 새로운 도약입니다.

나아가 ‘한반도의 기적’은
동북아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아에서 핵과 전쟁의 위협을 감소시키고
동북아를 ‘협력’과 ‘공동발전’의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하여
전 세계의 인적․물적 연계를 이끌어 낼 것입니다.

6.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의 주제인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이 말과 관련해서
제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명언이 있습니다.

"현재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는 말입니다.
(The most valuable present in your life is present)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 현실에 최선을 다할 때
보다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현재의 소중함을 가슴에 간직하고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비록 어렵지만, 지금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통일의 미래를 열어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들의 지지와 격려, 그리고 조언을 부탁드리며,
오늘의 토론을 통해
달라지고자하는 남과 북, 그리고 국제사회의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