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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서용선 작가와의 대화 : 정전 60주년의 기억과 재현

이번 전시가 6.25 전쟁 60주년이 지난 우리에게 과거의 전쟁들을 어떻게 돌아볼 수 있고 현재, 미래의 우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하는 전시가 됐으면 합니다.


서용선 작가는 전시회가 많은 이들에게 6.25전쟁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전시회가 되었으면 하는 염원을 표했습니다. 6월 25일부터 8월 25일까지 진행되었던 전시회에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조소진, 천현빈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이 주최한 ‘서용선 작가와의 대화’ 강연이 한국전쟁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목적으로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렸습니다. ‘정전 60주년 기억과 재현, 서용선과 6.25 특별전 개최’를 주제로 열린 이번 강연에는 조명철 관장, 민경현 교수(고려대 사학과) 등을 비롯해 4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정영목 교수(서울대 서양화과)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작가에 대한 자유로운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유일한 표현주의적 경향의 회화작가

정 교수는 서용선 작가를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표현주의적 경향을 띈 유일한 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는 서용선 작가가 두드러진 색채를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경향을 띄기 때문입니다. 또한 역사적인 사건을 작품소재로 주로 다루는 것도 작품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정 교수는 “이번에 전시된 한국 전쟁 이외에도 단종의 삶, 동학, 이라크 전쟁 등의 역사적, 사회적 문제를 작품에 담기도 했다”며 미술 작품이 현실 참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라는 서 작가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서 작가는 ‘표현주의 미술가’라는 호칭이 스스로 명료하게 정리 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 유행했던 추상주의 바람에 반발하여 표현주의적인 미술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미술잡지에서 본 초기 마티스의 색채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또한 서 작가는 스스로를 자연주의와 사실주의에서 맴돌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동양의 붓글씨를 좋아해 다소 거칠고 자유로운 붓 터치를 하는 편이다. 아마 이런 부분들이 표현주의의 한 외곽으로서 맞아 떨어진 것 같다”며 평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건을 표현하는 점은 사진을 관찰하고 재현한 사실주의적 속성을 지녔다고 자평했습니다.


단종애사를 비롯한 역사적인 주제에 대한 그림

서용선 작가는 “한 국가의 왕이 죽고 혁명이 일어난 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를 통틀어 이 사건을 그림으로 표현한 적이 없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며 단종애사를 그리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한 '엄격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단종애사를 그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답을 찾으며, 스스로를 지독하게 속박하는 인간의 습성을 깨고자 했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역사화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입니까"라는 관중의 질문에 서 작가는  “역사개념을 정립하고 그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스케치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끄집어내 그림을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과 작품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내 자신에게 그 의미가 명료화 된다”며 관객과의 대화가 자신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나에게서 분리할 수 없는 ‘한국전쟁’

서 작가는 한국전쟁을 주제로 삼은 이유 2가지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로 '작가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는 "전쟁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에게 피난 당시 이야기를 듣고 스케치했다. 전쟁 후가 나의 어린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 전후에 나를 이해시켜주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며 작가 자신을 표현하게 된 의무성과 당위성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로 '전쟁을 통해서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찾을 수 있는 점'을 들었습니다. 서 작가는 “역사는 지속된 개념이므로 6.25 전쟁을 생각하면서 현 시대의 문제가 가진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대상의 역사적인 의미를 알면,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며 “역사적 의미를 알 때와 모를 때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 작가는 한국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제2, 제3의 한국 전쟁이 지속되는 현 대한민국 사회를 이해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구분의 경계, 속박으로부터 벗어나자

서 작가는 “일각에선 '그림이 왜 역사와 정치, 사회를 다루어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는데 이런 생각 자체가 대단히 속박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미술을 전문화된 소속체계 안에서 언어로써 분류하지만, 미술은 이런 경계를 허물 수 있다”며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형상을 통한 문학작품’으로 해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영목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는 “이제 미술이 정치사회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미술도 정치 사회적인 현상들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서 작가의 주제의식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사진: 고대신문 이지영 기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