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남북청년합창단 통일하모니 : 합창단원 양정은씨 인터뷰

지난 2012년 12월 4일 오전 10시,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는 남북청년합창단 '통일하모니'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게 된 많은 연세대 학생들과 시민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는데요. 이날 대강당에 울려 퍼지던 통일하모니 합창단의 목소리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멋지고 감미로웠습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북녘 땅에 던지는 아픔의 메아리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각자의 바람이 한곳으로 모아지는 희망의 울림이었습니다.

여기서 통일하모니 합창단은 작년 8월에 ‘제2회 남북대학생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최우수상(통일부장관상)을 수상한 프로젝트로, 남북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처음 시도한 남북청년 합창단이었는데요. 남북 청년들이 ‘음악’을 통해서 먼저 만나고, 그 만남과 하모니를 통해 통합의 가능성, 통일에 대한 열망을 공동체와 한국사회에 확산시키고자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그룹이 만들어진 이후 첫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하모니 합창단은 공연 당일에 떨지 않고 담담하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 2012년 12월 4일에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렸던 '남북청년합창단 통일하모니' 공연 모습

 

모든 공연이 막을 내린 후, 저는 이번 통일하모니의 합창단원인 양정은씨를 만나 인터뷰 할 수 있었는데요. 밝은 모습으로 웃으며 인터뷰에 참여해준 양정은씨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부터 양정은씨가 들려주는 통일하모니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일하모니 합창단원 양정은씨의 모습(왼쪽)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모든 것을 스승으로 맞아들일 준비가 된 열린 마음의 소유자 양정은입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현재는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있는데요. 삶의 모든 것을 통해 배움을 얻고자 하는 것이 제 인생관이며 그렇게 얻은 배움을 널리 나누어 주려는 것이 저의 비전이에요. 

 

■ 통일하모니 합창단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를 위한 구체적인 경험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통일을 준비하는 청년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학교 공지사항을 통해 남북청년 합창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이 합창단이 남북청년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어울리는 통일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합창단원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합창단을 꾸준히 해왔거든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내성적인 성격 탓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에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합창부에 들게 되었는데요. 그 때 친구들과 함께 합창 연습을 하면서 저의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게 되었고 ‘음악으로 하나 됨’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어요. 그 때 이후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물론 지금까지 취미로 합창을 계속 해오고 있구요. 저는 비록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음악을 사랑하며 즐길 줄 알고 합창의 신비한 효과를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남북청년들이 음악을 통해 통일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는 남북청년합창단을 통해 정말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통일하모니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합격 소식을 문자로 통보받았을 당시가 생생히 기억나네요. 합격소식을 알고 뛸 듯이 기뻐서 정말로 이리저리 뛰어다녔어요! 오디션 때 긴장을 많이 해서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저의 진심이 심사위원님들께 잘 전달된 것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한참을 들떠 있다가 이내 차분한 마음을 되찾고 지원했을 때의 첫 다짐을 되새겨보기도 했어요.

또한 이 나라의 교육계를 책임질 예비 교육자로서 이번 합창 경험이 저 만의 배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제가 만날 많은 학생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는데요. 합창을 통해 남북청년들이 하나 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으며, 제가 교직에 있을 동안에 통일이 되어서 남북 아이들과 한 교실에서 어울리게 되는 희망찬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어요.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평화통일의 가능성에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책임감으로 흐뭇한 기분이었습니다.

 

▲ 합창단원들이 작성한 감사편지를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김혜옥 교수에게 전달하는 모습(끝에서 첫번째가 양정은씨)

 

통일하모니 활동을 하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일이 있나요?

합창단 활동을 하는 동안 매 순간순간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어떤 것을 꼽아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네요.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저희 합창단을 지도해주시는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김혜옥 교수님께서 모든 합창단원들에게 삼겹살을 사주신 적이 있어요. 그 때 고기를 먹으며 북에서 온 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때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음식문화, 청년들의 생활, 학교 교육 등 남과 북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다가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언니와 이야기 해 보니 북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서 좋아요. 그런데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통일을 바라는 한 마음으로 모였다는 것이고 이 마음만 같다면 남북청년의 차이점들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랬더니 북에서 온 언니가 이렇게 이야기 했어요.

“네 말이 맞아, 차이를 차이로 보려고 하니까 차이이지.”

그때 저는 고기를 맛있게 먹다가 언니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맞아요!”하면서 머리가 시원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교육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가 말했던 ‘만남’을 체험한 것 같았어요. 우리는 이 모든 상황들을 극복하고 다시 하나가 될 한 민족임을 깨달았던, 정말로 평생 잊지 못 할 순간이었거든요.

 

■ 합창 곡 중에 어떤 곡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통일의 노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곡은 이번 통일하모니 공연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곡인데요. 시민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을 모아 직접 작사한 것을 바탕으로 연세대 음대 정종열 교수님이 작곡해 주신 곡이에요. 최초로 시도되는 남북청년합창단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곡이어서 더욱 애착을 가지고 불렀던 곡이구요.

이 노래는 ‘이제 꿈을 꾸어요. 통일의 하모니.’라는 가사로 시작하여 ‘이제 꿈을 이뤄요. 통일의 하모니’로 끝이 납니다. 그리고 중간에 ‘세상은 알고 있을까 이런 우리 마음을 얼마나 그 날을 기다려’, ‘우리 노래해요 모두 시작해요 당신도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 함께 만들어요.’ 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연습을 하면서도, 공연 당시에도 ‘통일의 노래’를 부르면 항상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왔어요. 우리 모두의 마음이 한 곳에 모여서 진정한 하모니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꿈을 이뤄요! 통일의 하모니!” 

 

▲ 2012년 12월 6일에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통일부 주최 '동포사랑 후원의 밤' 공연 모습

 

■ 통일하모니를 마친 소감은 어떤가요?

11월 29일 트리점등식, 12월 4일 크리스마스 공연, 12월 6일 '동포사랑 후원의 밤' 행사, 총 세 번의 연주를 모두 마치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왔는데요. 사실 통일하모니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요즘도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통일의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거든요. 공연은 끝났지만 갈수록 제 안의 ‘뜨거움’은 점점 더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평생에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을 것 같아요.

또한 통일하모니는 다양한 측면에서 복잡하게 얽힌 남북통일의 문제들을 ‘감성의 하나 됨’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남북통일은 이익과 손실을 따져서 이룩해야 할 것이 아니라, 가족이 서로를 보듬고 지내는 것처럼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죠. 통일하모니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사람들을 얻었어요. 얻은 만큼 이제 베풀고 나눌 차례인 것 같아요. 통일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능동적으로 실천해 나가려고 다짐해봤어요. ‘통일하모니!’ 이것이 끝이 아니고 시작임을 알기에 더욱 기대가 됩니다.

 

■ 마지막으로, 양정은씨가 생각하는 ‘통일’이란 무엇인가요?

통일은 합창입니다. 서로 특색 있는 목소리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고, 서로의 허물을 가려주되 장점은 부각시켜주는 것. 결과적으로 부르는 사람들이나 듣는 사람들 모두가 감동을 얻는 것. 이것이 진정한 통일 아닐까요?

 

▲ 2012년 11월 29일에 연세대학교 본관 앞 트리에서 열렸던 통일하모니의 '트리점등식' 공연 모습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양정은씨의 통일에 대한 열망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양정은씨가 이번 통일하모니 합창단을 계기로 앞으로 통일을 위해 어떤 일을 해나갈지 무척 기대되었는데요. 통일이 성취된 후 남북청소년들에게 국어교육을 가르칠 양정은씨의 모습도 상상해보았습니다. 양정은씨의 아름다운 꿈을 통일부 상생기자단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