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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열린북한방송이 불량?" : 정혜영 PD 인터뷰

여러분! 혹시 ‘열린북한방송’에 대해서 알고 계시나요?

열린북한방송은 대한민국에서 개국한 제1호 민간대북방송입니다. 현재 열린북한방송은 자체 제작한 방송과 외부 제공의 프로그램 등을 구성하여 독자적인 방송을 북쪽에 보내고 있습니다. 또한 2009년에는 북한전문 소식지인 "열린북한통신"을 창간하여 남한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열린북한방송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남북한의 정치, 경제,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북방송협회 창립 현장)


 열린북한방송은 북한 동포에게 관심이 있는 시민과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참여방송입니다. 사실 이번 인터뷰 기사를 쓰게 된 노소담 기자와 박찬미 기자도 열린북한방송에서 활동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 경험을 계기로, 그 당시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정혜영 PD를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열린북한방송 정혜영 PD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의 민간대북방송사 열린북한방송에서 북한 주민들이 듣는 라디오 방송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제 이름은 정혜영입니다.


열린북한방송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북한 주민들이 듣는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있는데요. 저는 주로 보도 소식을 전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반도 세계에서 일어나는 소식들을 전하는 시사방송도 만들고 있어요.


 

열린북한방송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교 때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는데 학과 특성상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학회가 있었어요. 1학년 때 그 학회를 들어가서 활동하다가 북한문제에 대한 강연을 듣게 됐는데요. 북한 전문기자가 중국에서 취재를 했던 경험을 듣게 됐어요. 제가 당시에 북한에 대해 알고 있던 건 식량냔과 같은 막연한 문제뿐이었는데, 그 분이 탈북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더라고요. “탈북여성과 중국남성이 잘 만나 살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범죄자로 보고 있어서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국적을 얻지도 못하고 학교도 다니지 못하며 살아간다.”라며 직접 취재한 이야기를 들으니 더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위쪽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당시 북한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던 대학생들이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북한 인권 캠페인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곳에 참여해 북한에서 벌어지는 공개 총살을 극으로 보면서 ‘나도 20대를 살아가는 젊은 지성인이자 정치외교를 공부하는 학생인데, 내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갖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열린북한방송은 어떤 곳인가요? 

열린북한방송은 구성원들이 젊고, 방송을 듣는 청취자도 젊기 때문에 젊은 방송이고, 한국 시민들이 다 같이 참여해서 북한주민들에게 진실의 소리를 알릴 수 있는 참여방송, 그리고 같이 간다는 의미에서 공동체방송을 지향하는 방송이에요.

 

열린북한방송의 주된 업무와 그 외의 활동이 궁금합니다.

열린북한방송의 주된 업무는 라디오 방송 제작인데요. 매일 5시간씩 단파, AM, FM 주파수를 통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보도와 사회문화 등의 주제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어요. 그리고 참여방송의 형태로 한국시민들이 직접 대북방송을 제작할 수 있는 '라디오 남북친구'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또, 북한의 인권 실상을 한국사회와 국제사회에 더 알리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영상을 만들어서 한국사회와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일들도 하고 있어요. 국제 캠페인 사업으로는 세계 3대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와 휴먼라이츠와치(HRW)와 국제인권연맹(FIDH) 등 세계 15개의 나라의 40여 개 인권단체와 연대하여 북한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열린북한방송에서는 어떻게 시민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고, 어떠한 기대효과를 가지고 있나요?

저희 방송국에서 잘 알려져 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라디오남북친구인데요. 라디오남북친구는 2008년 12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14기 참가자들이 수료를 했고요. 약 500여 명의 시민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사실을 전하는 방송을 만들어 송출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작년부터 라디오남북친구가 해외판으로 보이스라는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한국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 중에서도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에 처음으로 1기를 모집해서 북한관련 교육을 하고, 라디오를 제작해서 북한에 송출하고 있어요. 또, 지난해 9월에는 저희가 공개방송을 진행했었어요. 공개방송은 인권과 한류를 주제로 해서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했어요. 그리고 11월에는 “한류, 북한 주민과 통하다!”라는 주제로 북한 내 한류현상을 연구하시는 교수님과 한국에 와서 예술 활동을 하시는 탈북예술인, 두 분을 모셔서 재밌게 북한 사회에 대해서 한국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부산 동아대학교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어요. 이런 사업을 통해서 북한 인권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젊은 층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가요?

 최근에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열린북한방송에서 일하는 분들이 걱정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그 전에 아날로그 방송으로 송출할 때는 북한 주민들도 한국 방송을 볼 수 있었거든요. 중국 국경지역에 사는 분들은 중국에서 한국방송을 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주파수를 통해서 들으시는 분들도 있고, 휴전선 근처에서 사는 분들은 전파가 딱 들어맞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국에 넘어가서 한국방송을 볼 수 있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디지털방송으로 전환된 후에는 북한 주민들이 볼 수가 없게 된거죠. 다행스럽게도 우리 정부에서 대북 TV 송출을 아날로그 형식으로 지속하도록 하겠다고 발표를 해서 안심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기억에 남고요.

 두번째로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해 4월에 있었던 일이에요. 현재 민간대북방송은 한국에 네 군데 있는데요. 자유방송조선방송, 북한개혁방송, 자유북한방송 그리고 우리 열린북한방송이에요. 그 당시, 하나가 되어 북한에 메시지를 전하고자 대북방송협회를 출범시켰던 경험이 있는데요. 그때 우리의 목표를 밝히는 출범식 행사를 가졌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반면에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서는 대북방송협회의 출범을 보고 “대북방송협회에서 일하는 사람들, 황천길로 보내버리겠다.”라는 언론보도를 했어요.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 하는데 북한 당국에서는 이 작은 일을 가지고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구나. 그만큼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얼마 전에 민간대북방송 수신에서 열린북한방송이 "불량" 또는 "보통"의 평가를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세계 단파방송을 연구하는 한국의 단체가 있어요. 그 단체는 한국대북방송의 방송 수신정도를 확인하는 단체인데요. 우리 단체가 “불량” 또는 “보통”의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바로 주파수 문제 때문이에요. 대북방송에서 주로 사용하는 주파수는 단파 주파수인데, 이 주파수는 수신 감도는 낮지만 지구 한 바퀴를 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가장 먼 곳까지 도달하는 주파수에요. 이것보다는 멀리 도달하지 못하지만 북한 지역에 안정적으로 송출할 수 있는 게 AM 주파수인데, 이 주파수를 쓰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의 허가가 필요해요. 그래서 재작년에도 한국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를 기다렸지만 결국 허가가 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단파 주파수를 쓰고 있어요. 제가 열린북한방송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지요. 대북방송에 있는 사람들이 여건이 좋아서 방송을 하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월급도 적고 야근도 많은 일이에요. 방송을 만들었는데 성과가 좋으면 그냥 그걸로 좋거든요. 그런데 전달해야하는 방송이 잘 안 들린다고 하면 너무 속상하죠. 

다른 시점으로 보면, 한국에서는 라디오 주파수가 너무 많다보니까 단파 주파수가 환송이 되어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한국처럼 주파수가 많지 않아서 수신감도가 우리나라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미국에도 대북방송이 있는 데 거기는 정부에서든 의회에서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거든요. 아마 그 영향도 있다고 생각돼요. 한국의 대북방송도 미국 의회에서 지원을 받고 있어요. 

 

정혜영 PD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인권에 대해 제대로 알고, 북한의 인권문제가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바지하는게 저의 목표입니다. 통일이 됐을 때도 남한과 북한 사이에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열린북한방송과 통일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현재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접하고 있는 정보의 양과 서로의 문화도 너무 다르잖아요. 그래서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 탈북민들을 만나면 '남한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낄 거예요. 어떻게 보면 그 차이를 열린북한방송이 라디오 방송으로 대신하는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 체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얼마나 섞일 수 있는 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열린북한방송은 소통의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통일은 OO다!

통일은 소통이다. 통일은 정부 당국자들이 통일을 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당연히 통일이 되어야 할 주체는 남북한의 주민들이고요. 그런데 남한과 북한이 60년 이상을 떨어져있었으니까 통일이 돼도 막상 만나면 서로간의 오해가 생길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통일에서 가장 필요한건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열린북한방송의 PD로서 향후 계획을 갖고 있다면 어떤 건가요?

북한 주민의 귀를 당길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 게 저의 향후 계획이에요. 탈북민 분들이 흥미가 있는 방송을 '귀를 당긴다'라고 표현하더라고요. PD로서 하는 역할은 북한 주민을 위해 방송을 제작하는 거니까 앞으로 북한 주민들이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사실과 희망의 소리를 전해보고 싶어요.

 

 

 

잠시 잊었던 마음들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진심으로 인해 통일을 잊고 살던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루하루를 학업과 일들에 빠져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었다면, 월급과 제시간의 퇴근을 포기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사는 정혜영 PD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통일을 함께 꿈꾸며 이상으로 노소담, 박찬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