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년에 중국인 교환학생들을 도와주는 버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이 활동을 할 때 제가 담당했던 중국인 학생은 저에게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물어보았었는데요, 그 친구가 물어보았던 것 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왜 한국 여자들은 항상 집에 가서 양푼에 밥을 비벼 먹는 거야?”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그 친구에게 질문의 내용에 대하여 다시 물어보았더니, 한국 영화에 나오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밖에서는 아무것도 안 먹다가 집에 가서야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장면이 매번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중국인 학생의 질문이 웃기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가 이렇게 사회를 엿보는 방식으로 작용하는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영화를 통해 본 한국 사회가 ‘여자들이 집에 가서 양푼에 밥을 비벼 먹는 것’ 이였다면, 북한의 영화를 통해 본 북한 사회는 어떠한 모습일까요? 북한의 대중문화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 “연극과 영화를 통해 본 북한사회”를 통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북한의 대중문화예술 가운데 연극과 영화에 관한 전반적이고 개괄적인 이해를 돕고자 만들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만큼, 이 책은 북한의 영화와 연극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더욱 유용할 것 같은 책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문화예술은 어떠한 모습일까요? 북한의 문화예술은 우리의 경우와는 달리 북한의 정치사회체제를 충실히 선전하고 주민을 선동하는 도구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연극과 영화 속에 숨어있는 북한의 사회현실 속에서 주민이 처한 문제와 고민을 찾아내어서 소개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나운규의 아리랑 스틸컷>
이 책은 북한의 예술 작품을 하나하나씩 분석 하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개된 작품들은 '피바다', '성황당', '아리랑', '조선의별', '민족과운명'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 중에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작품이 하나있는데요, 바로 나운규의 '아리랑'입니다.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배웠기에, 우리에게도 그 내용이 친숙한 '아리랑'은 북한에서도 유명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의 내용은 일제의 식민지적 억압과 지주계급의 경제적 폭력에 의해 전문대학을 중퇴하고 미쳐버린 주인공 최영진이 자기 가정을 수탈하는 지주계급의 마름 일당을 살해하고 민요 아리랑을 부르며 경찰에 잡혀간다는 내용입니다. 북한 영화계에서는 이 영화를 민족의 수난을 바탕으로 하여 민족의식을 심어주면서 일제에 대한 반항으로 승화시키고, 대사들에 심도있는 철악이 깔려있으며, 주인공을 미친 사람으로 설정해 놓고 작가가 하고싶은 말을 미친 사람의 입을 통하여 표출시키면서 주제를 돌출해 내는 형상 수법을 쓴 영화로 평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한과 북한이 '아리랑'이라는 한 영화를 함께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 모두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책의 초반에서 북한의 표준어인 문화어에는 ‘대중예술’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 문화어사전에는 ‘문화예술’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고 있는데요, 이 사전은 예술을 ‘인간과 그 생활을 형상적 수단과 형식으로 반영함으로써 사람들의 사상 정서적 교양에 이바지하는 사회적 의식의 한 형태, 가극, 음악, 무용 미술, 연극, 영화 그 밖의 여러 가지 형식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 책은 북한에서 예술이란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사람들을 사상 정서적으로 교양하는 사회적 이데올로기라고 설명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가장 감성적이어야 할 예술이 북한에서는 이데올로기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예술이 오롯이 예술로만 존재할 수 있도록, 북한의 예술이 이데올로기를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작용하지 않아도 되는 통일의 날이 어서 오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해 봅니다.
참고 도서 : 연극과 영화를 통해 본 북한사회 - 민병욱
이미지 출처 : 아리랑 스틸컷 : 네이버 지식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cid=1639&docId=579331&mobile&categoryId=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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