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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북한이탈주민들의 한국 전쟁 인식

안녕하세요! 상생기자단 5기 박찬미입니다.

한반도에서 한국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60여 년이 흘렀습니다. 한국 전쟁은 반만 년 한민족사에 가장 큰 재앙을 남긴 동족상잔으로 기록되어 있는데요. 그 당시 일제의 식민지 기반에서 갓 해방되었던 남과 북은 잿더미로 변하게 되었고, 사회기반 시설은 여지없이 파괴되었습니다.

북한의 불의의 침공으로 시작된 한국 전쟁에는 남한의 자유 수호를 위해 16개국이 참여한 국제연합군이 투입되었고, 공산진영을 보전하기 위해 중공군이 북한 측에 가세함으로써 한반도는 외세의 이전투구장으로 변했습니다. 정전협정으로 미완종결된 한국 전쟁은 남북 대결과 반목의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재도 남북 사이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국지전이 지속되고 있으며, 2010년 11월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대한민국의 영토가 공격받는 비극도 낳았습니다. 한국 전쟁은 한반도를 재난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한국사회를 이념적으로 분열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를 이념으로 양분화 하는 잣대가 생겨난 것도 한국 전쟁의 골 깊은 상처 때문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민족에게 상흔을 안겨준 한국 전쟁에 대한 남과 북의 평가는 서로 다릅니다. 남한에서는 한국 전쟁에 대한 객관적, 역사적인 사실이 입증되어 “한국 전쟁은 북한에 의한 남침”으로 기정사실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당국차원의 왜곡된 세뇌교육으로 “한국 전쟁은 미제의 사주를 받은 남조선괴뢰군의 북침전쟁”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국 전쟁에 대한 이러한 남북한 사이의 인식 차이는 한반도에 평화공존을 가져오지 못하고 예측불허의 대결적 요소와 함께 남북 교류와 협력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6.15 남북공동선언’, ‘10.4 남북공동선언’으로 남북한 사이의 적대의식을 극복하고 대화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한반도에서는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로의 이행을 준비해왔지만, 북한의 남한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현재도 6월 25일을 ‘미제반대투쟁의 날’로 정해놓고, 평양의 ‘조국해방전쟁기념관’과 각 지방의 ‘김일성동지혁명사상연구실’에 전시한 사진 및 증거자료를 소개하며 교육하고 있으며, 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과 정전협정이 체결된 7월 27일을 국가적 기념일로 정하고 청년대학생, 근로자를 통한 당 및 사회단체의 집회와 성토대회를 개최하여 미국과 남한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을 고취시키고 있습니다.

2011년 4월 11일 행정안전부에서는 성인남녀 19세 이상 1,000여명의 국민안보의식 여론조사를 실시했었는데요. 그 결과는 중, 고생의 57.6%, 20대(19~29세)의 55.1%가 한국 전쟁 발발연도를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한국 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더구나 폐쇄적인 북한을 탈출해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수가 2만 3천여 명 이상으로 늘었지만, 이들이 한국 전쟁의 발발원인과 그 수행자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 정착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의 노력과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북한이탈주민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곧 남한주민이 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진 않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에게 역사의식을 통한 정체성을 바로 심어주어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리 매김하고 남북통일 후 사회통합,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재학했던 오태봉씨는 북한이탈주민을 상대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재북 당시와 입남 후 한국 전쟁 인식, 그리고 인식변화를 강화하기 위한 대한에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오태봉씨 또한 북한이탈주민이며 재북 당시 한국 전쟁을 미국과 남한에 의한 북침으로 인지해왔던 당사자였는데요. 역사인식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통감해왔고, 그로 인해 북한의 공산체제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동시에 경험한 산 증인으로서 시대의 아픔에 대한 방관자적 자세에서 벗어나 한국 전쟁에 대한 남북한의 역사인식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오태봉씨가 조사하여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의 인식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인구학적 변인에 따라 전쟁 인식의 차이검증에서는 입남 후 성별, 연령에 따라서 한국 전쟁 명칭에서 인식의 차이를 보였으며, 전쟁 인식경로에서는 재북시 학력에 따라 전쟁 인식경로에서 차이를 보였으며, 재북시 성별에 따라서 전쟁 개시자 인식 차이 분석에서는 유의미한 인식차이를 보였고, 중국과 미국의 인식 비교에서는 학력에 따라서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 중 두드러진 것은 전쟁에 대한 인식 경로가 재북 당시 ‘학교’를 통한 인식이었다면 입남 후에는 ‘방송’, ‘도서’를 접하면서 인식의 변화가 왔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통해 입남 후 근현대사 교육 및 한국 전쟁 재인식의 기회가 간접적이고 자연발생적이었고, 특정 계층에 편중되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계층변인에 따른 남북한 한국 전쟁 인식 차이 검증에서는 입남 후 당원 여부에 따라서 전쟁 명칭 인식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쟁 인식 경로에서는 재북시 생활수준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고, 특히 미국이 양민학살 주범이라는 인식에서는 입남 후 생활수준에 따라서 인식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경제적 생활수준이 여전히 중요한 변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 프로그램은 입남 전 그들이 소속됐던 계층 및 지식수준에 따라 차별화시켜 진행돼야 할 뿐만 아니라, 사후 교육도 경제적 수준 등의 요인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함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셋째, 재북시와 입남 후 전쟁인식 차이 검증에서는 전쟁 명칭, 전쟁 개시 국가 등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검증되었고 전쟁 성격, 전쟁 개시자, 전쟁 인식경로에서는 유의미하지 않아 인식의 변화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이 혼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북한이탈주민들이 겪고 있는 인식의 혼란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 사회에 소속됨에 따라 전쟁 명칭과 전쟁 개시국가 등 상대적으로 표면적인 이슈에 대한 인식은 변화했으나, 전쟁의 성격 등 보다 심층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변화의 정도가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2만 3천여 명 이상에 이르고 있습니다. 북한경제의 어려움과 인권탄압 등 정치적 불안 요인에 따라 향후 북한이탈주민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근현대사 교육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의 한국 전쟁에 대한 인식변화는 그들이 한국에 입국한 뒤, 각자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대중 매체, 지인, 사회적 여론에 따라 받아들인 자연발생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한국 전쟁은 ‘잊혀진 전쟁’으로 멀어져가고 있고,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안보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안보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사에 참여했었던 북한이탈주민들 중 상당수는 재북 당시 한국 전쟁에 대해서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의 침략전쟁”으로 세뇌교육을 받은 까닭에 아직까지 기존의 인식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괴리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런 인식의 괴리를 없애고 바른 역사인식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남한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한국 전쟁에 대한 교육과 인식변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여겨집니다.

1998년 입국한 임영선씨는 일반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에 입국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 정부의 교육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탈북자들이 자기들이 정체성을 알기 위해서는 북한이 어떤 국가이며 김일성이 어떤 사람이며 북한의 진실된 역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탈북자가 한국으로 귀순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하는 것은 오산이다. 자유를 찾아 온 사람이든 배고파 온 사람이든 자기의 정체성을 알아야 한다. 내가 누군지 알아야 한다.

이처럼 근현대사의 대표적 사건이자 한민족이 함께 겪은 뼈아픈 사건인 한국 전쟁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줄이는 것은 가장 먼저 진행되어야 할 사업인데요. 이를 통해 향후 한반도의 통일공동체 속에서 남북한 주민의 화해와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은 사회의 통합, 인식의 통합, 국토의 통합 등 보다 다양한 영역의 준비를 통해서만이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의 한국 전쟁 인식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오태봉씨의 조사를 통하여, 이 기사를 통하여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통일에 작게나마 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보>
-북한이탈주민의 6.25전쟁에 관한 인식: 입남 후 변화와 정책적 제언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국제관계, 안보전공 오태봉

<사진>
-http://minjokcorea.co.kr/sub_read.html?uid=895&section=sc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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