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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국군 포로 가족의 삶과 눈물 : 북한 인권 증진 세미나 "재북 한국인의 인권과 미래"

   황진하 국회의원과 6.25 국군포로가족회, 사단법인 행복한 통일로가 주최하는 재북 국군 포로들의 인권에 대한 세미나가 6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습니다. 본 세미나는 납북자와 국군 포로 가족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이를 해결할 법률적, 제도적 장치 및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는데요, 1부 개회식과 2부 세미나로 진행되었습니다.

   개회사를 맡아주신 6.25 국군 포로 가족회 조명문 회장은 전쟁 당시 나라를 지키고 희생한 국군 포로들의 후손까지도 돌보고 책임지는 것이 국가의 의무임을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북한에서 엄격한 감시를 받고 최하층 대우를 받았던 국군 포로와 그 가족들이 남한으로 돌아와서도 겪어야 했던 정부 및 국방부의 차별 문제를 돌아보는 동시에 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남한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과 법률적 제도, 지원 방안이 필요함을 역설하셨습니다.

   축사는 황진하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대한민국 6.25 전몰군경 유족회 염상희 회장 대독 순으로 이어졌는데요, 모두 국군 포로와 그 2세들의 문제를 세세하게 도와주는 정부차원의 노력과 이들에 대한 예우를 다룬 법률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하셨습니다. 더불어 국군 포로와 그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개선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데에 본 세미나가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축사를 낭독 중인 황진하 국회의원


   사단법인 행복한 통일로의 도희윤 대표가 사회를 맡아 진행된 2부 세미나는 국군 포로 2세 허금이 박사의 발제로 시작되었습니다. 허 박사의 발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는 1994년 한국으로 귀환한 국군 포로 고(故) 조창호 중위가 국방부 장관에게 귀환 복귀 신고를 하면서 처음으로 국군포로의 실체를 확인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전 이후 근 50년 만에 뒤늦게 정부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문제지만, 이러한 관심이 매우 일시적이었고, 국군포로법도 몇 차례 개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안고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고 합니다.

   억류지 사망 국군포로(한국 전쟁 등에서 북한에 억류되어 북한에서 살다가 사망한 국군 포로)들은 그 수가 수 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생존 여부는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고 있으며, 북한에 아직까지 억류되어 살고 있는 이들은 심각한 인권 유린과 노동력을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국군포로법은 귀환한 국군포로를 위한 법이기 때문에 남한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억류지에서 사망한 국군포로의 자녀들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희윤 대표의 사회로 진행 중인 토론 모습


    토론은 안성호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손명화 6.25 국군포로가족회 사무국장, 박선영 18대 국회의원・동국대 교수,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께서 해주셨습니다. 먼저 안성호 교수는 국군 포로와 그 가족들이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으로서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발표를 시작하셨는데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희생하신 국군 포로들을 ‘진짜 주인’으로 표현하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안 교수님 역시 허 박사님의 발표에 동의하여 귀환한 포로이건 억류지에서 사망한 포로이건 같은 법률을 적용하여 같은 대우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국방부는 구체적인 행적은 포로 본인이 알고 있으므로 미귀환 국군포로의 경우 행적 확인이 어려워 국군포로법의 보호를 받는 포로로 인정하기 어렵고, 인정된다 하더라도 귀환하지 않으면 법률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정부와 국회가 함께 노력하여 국군 포로의 송환을 촉구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국군 포로와 그 가족들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국민적인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말씀으로 마무리 해주신 안 교수님의 발표에 이어 6.25 국군포로 가족회의 손명화 사무국장님이 발표해 주셨습니다. 손명화 사무국장님은 국군 포로의 자녀로서 겪은 일과 국군포로 아버지의 삶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손 사무국장님의 가족은 국군포로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탄압과 차별,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북한 정권은 불법 마약 유통 일에 손 사무국장님을 이용하였는가 하면 후에 마약 제조와 유통에 대한 기밀 누설이라는 죄명으로 감옥에 가두고 고문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국군 포로 자식으로 태어난 게 죄인 마냥 억울한 삶을 살아왔다고 말씀하신 손 사무국장님은 아직도 북한에서 이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기억하고 송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셨습니다. 또한 국군 포로의 명예, 북한 체제에 저항하며 조국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이들에 대한 정신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손 사무국장님은 발표하시는 중간 중간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이 북한에서 겪어야만 했던 심각한 인권 유린의 문제와 고통스러운 상황을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는데, 이들을 돕고 올바른 예우를 보장할 법적, 제도적 차원의 지원이 시급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6.25 국군포로 가족회 손명화 사무국장


    다음으로는 박선영 전 국회의원, 동국대 교수님께서 발표를 해주셨는데요, 대선이 다가오는 만큼 정당마다 6.25 행사를 열고 국군포로를 생각하는 모션을 취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이는 국군 포로와 그 가족들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꼬집으셨습니다. 박 교수님은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끝까지 책임지는 무한 책임감을 보여야 하는데 수십 년 간 그 어느 정권도 국군 포로에 대한 실질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았고 스스로 병든 몸으로 남한으로 돌아온 국군 포로와 가족들에 대한 예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박 교수님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미비하고,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과 어려움이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이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남아 있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물망초 운동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박 교수님은 마지막으로 국군 포로는 국가 기밀이 아니고 국가적 영웅이므로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이 스스로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음을 당부하셨습니다. 


발표 중인 박선영 전 국회의원, 동국대 교수


    마지막 발표는 고려대 아세아 문제 연구소의 남광규 교수님께서 해주셨습니다. 남 교수님께서는 북한이 6.25 전쟁을 북한과 미국 사이의 전쟁이라고 주장하여 국군 포로 유해 송환 과정에 남한이 아닌 미국이 주체로 참여하는 등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남한이 참여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북한의 협조 없이는 국군포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북한이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문제 해결이 어렵고 따라서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한편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에게 단순히 북한 이탈주민에 준하는 지원 이외의 추가적인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미국 국방부의 ‘전쟁포로・실종자 담당 합동 사령부(JPAC)’가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는 구호 아래 미군 유해를 빠짐없이 모두 발굴하여 자국으로 송환하는 목표를 세우고 자국 군인에 대한 최고 예우를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남 교수님은 근본적인 노력과 법률적, 제도적 접근이 부족한 실정인데, 6.25 전쟁 62주년을 맞아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과 국민들의 관심이 유도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발표 중인 남광규 교수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교육 과정에 국군 포로 이야기를 싣고 국군포로 문제를 전담할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 국군포로 가족회가 하는 일이나 이러한 세미나가 매스컴을 통해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홍보되어야 한다는 의견, 6.25 전쟁뿐만 아니라 월남 전쟁 등의 국군포로들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 등 의미 있고 중요한 사항들을 많은 분들께서 발표해 주셨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라고 하면 보통 북한 국적의 주민들, 탈북자들의 인권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번 세미나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간과하기 쉬운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의 인권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질의응답 시간에 어떤 분이 지적하셨던 것처럼, 이 세미나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크게 홍보되지 못해 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관련자들만이 대부분의 자리를 채웠다는 점이었습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예우를 다함으로써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