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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슬픈 모자이크

 

 

TV나 신문 등 각종 미디어 매체를 접할 때 어느 특정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되거나 음성변조를 해서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장면, 간접광고의 논란이 될 만한 상점과 출연자의 특정 상표범죄 피해자, 익명성을 요구하는 제보자 등이 등장할 때 실물 대신 모자이크로 처리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모자이크가 있다. 바로 북한이탈주민이 취재대상일 경우인데 이때에도 그들의 모습은 대체로 모자이크로 처리된다.

하지만, 여기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는 그리 간단히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필자도 여러 곳에 탈북자들을 취재하러 다녀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탈북자들은 언론에 나오기를 심하게 꺼리고 취재에 불응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늘 모자이크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 우리 국민의 한 일원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p 언론에서 보여지는 그들은 언제나 모자이크에 가려져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규모는 1998년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07 2월 북한이탈주민 총 입국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고, 2008 12월까지 총 1 5,057명의 북한이탈주민이 국내에 입국하였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 자립·자활 의지를 갖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1997.1.13 시행) 에 따라 다양한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이처럼 국내의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고 정부의 정착지원은 물론, 관련 단체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떳떳하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바로 북녘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탈주민 중에는 가족 전부가 남쪽으로 온 사례는 극히 드물고 북녘 땅에 가족들을 남기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혼자 내려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온갖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넘어왔지만 ‘아직 북에 남은 가족들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언론의 노출을 꺼리는 것이다.

일례로 취재를 나가서 인터뷰 요청을 하면 사진찍기를 거부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혹시 녹음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한 눈빛으로 손을 내저으며 언론노출에 대한 거북한 마음을 드러내곤 한다. 그래서 막상 취재하고도 사진을 쓸 수 없어서 아쉬워 했던 적도 많았다.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들을 언제까지나 모자이크 안에 가둬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북한에 남겨진 그들가족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득 내가 만난 어떤 북한이탈주민 한 분이 생각난다. 그는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러한 인터뷰나 취재 등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더라는 나의 질문에 대해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해가 될까봐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당당해지자,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자유를 찾아 떠나온 그때를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각자의 생활 속에서 최선을 다하면 우리가 통일의 주역이 될 것이다. 라는 말로 답해 주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당당하고도 아름다웠다.

 

 

그렇다, 현재 국내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 활동 현황을 보자면 정치, 언론, 예술분야 등 각계각층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추세이며 아마 이런 활동들이 통일의 밑거름이 되어 북한이탈주민들을 보는 삐딱한 시선을 바로 잡아주고, 결국 모자이크 밖으로 당당히 나올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목숨을 걸고 온 이상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해 나갈 수 있다는 각오를 가지고, 사회 구성원과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성실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생활한다면 통일한반도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알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통일은 더욱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앞으로도 정부는 각종 법ㆍ제도를 개선하고 사회적응교육과 직업교육을 강화하여 북한이탈주민의 취업 등 국내 정착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고, 북한이탈주민들이 모자이크 밖으로 당당히 나올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글, 사진 : 이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