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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김일성 생일, 태양절


4월의 기념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4월에는 많은 기념일이 있습니다. 4월 3일은 제주 4.3사건 추념일, 4월 5일은 식목일, 4월 13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기념일, 4월 19일은 4.19혁명 기념일,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념일 말고도 7일 보건의 날, 21일 과학의 날, 22일 지구의 날 등 여러 기념일이 있고, 그 이외에도 4월 1일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며 장난을 치는 만우절이고, 4월 14일은 연인이 없는 사람이 짜장면을 먹는다는 블랙데이입니다. 별별 날들이 많죠.


북한에서도 4월은 무척 중요한 달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념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입니다.


태양절 기념행사


북한에도 수많은 기념일이 있습니다. '민속명절'로 분류되는 설(음력 1.1), 추석(음력 8.15), 단오(음력 5.5), 청명(4.5~6)이 있고, '사회주의명절'인 태양절(4.15; 김일성 생일), 광명성절(2.16; 김정일 생일), 노동절(5.1), 조국해방의 날(8.15), 당 창건일(10.10) 등이 있습니다. 기념일 중 국정공휴일은 총 19일로, 남한의 14일보다 많습니다.


김일성은 1912년 4월 15일 만경대에서 태어났습니다. 4월 15일은 김일성이 50살이 되던 1962년부터 '4.15 명절'으로 불리며 기념되고, 1968년부터는 법정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김일성 유일지도체계가 완성되고, 김정일에게 권력이 이양되기 시작할 무렵인 1974년에는 아예 민족 최대의 명절로 못박았습니다. 당시 중앙인민위원회는 "전체 조선인민의 한결 같은 염원과 충정의 마음을 담아 위대한 수령님께서 창시하신 인류해방, 계급해방, 민족해방에 관한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이땅에 빛나게 실현하며 그 이께서 우리 혁명에 쌓아 올리신 업적을 길이 빛내기 위해 이날은 4ㆍ15절로 명명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던 중 태양절이라는 이름을 갖추게 된 것은 1997년 7월, 김일성이 사망하고 3년째 되어 탈상을 하던 때입니다. 당시 북한 지도층은 탈상을 하면서, <김일성 동지의 혁명 생애와 불멸의 업적을 길이 빛내일데 대하여>라는 결정서를 통해 '태양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기념하고 있습니다.


김일성화. 난초의 일종으로, 태양절이 있는 4월을 껴서 2~3개월 간 꽃을 피운다


그 중 가장 주요하게 취급되는 기념일은 '태양절'과 '광명성절'입니다. 북한은 축제, 김일성화 전시회, 각종 학술대회, 학위수여식, 춤이나 노래 경연, 만찬, 결의대회 등을 개최하는 등을 통해 태양절을 국가적으로 성대하게 기념합니다. 지역별로 기념행사가 열리며, 학교나 직장에서도 체육대회 등을 개최합니다. 김일성화는 태양절 즈음에 꽃이 피게 개량된 종이며, 학위수여식도 이 날 진행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대동강에서 대규모로 진행되는 불꽃놀이도 유명하며, 릉라도 경기장에서의 기념식도 화려합니다. 올해는 '제5차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 '제19차 김일성화축전'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특히 이 날은 수령 명의로 모든 학생들에게 사탕, 교복 등 선물이 주어지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는 북한이 태양절을 가장 좋은 날로 기억에 남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어른들에게는 비누, 간장, 고기 등 생필품을 특별지급합니다. 다만 수령의 선물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높으므로, 선물의 질이나 양이 줄어들면 서운해하거나 안타까워 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 2012년 태양절을 기념해 개최된 북한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사람일보


특히 5주년, 10주년 등 '꺾어지는 해'에는 행사를 더욱 성대하기 준비합니다. 올해 태양절을 기념하기 위해 외신 200여 명을 초청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합니다. 북한은 19년만에 외교위원회를 창설하는 등 외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대규모 외신 초청도 그 일환으로 보입니다. 다만 2016년 10월 제7차 당대회 당시 외신 기자를 잔뜩 불러놓고 밖에 대기만 시키는 등, 아직은 미흡한 모습입니다. 올해 태양절에 초청받은 외신들은 어떤 소식을 가지고, 얼마나 다양하게 취재를 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한편 북한은 태양절, 광명성절 등 기념일을 기해 국제사회에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한 행동들을 자행하곤 합니다. 올해만 해도 작년 광명성절(2.16)이 가까운 2월 7일에 광명성호를 발사했고, 올해 2월 12일에는 북극성 미사일 실험 발사를 했습니다. 특히 이번 태양절 즈음 해서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많습니다. 4월 15일은 태양절이고, 25일은 조선인민군창건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올해 태양절은 이른바 '꺾어지는(5년, 10년)' 105주년 기념일로, 핵실험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태양절을 기해 국제사회에 도발로 비춰질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으로서도 태양절을 축제로서 맞이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제멋대로 도발적 행위를 일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북한 자신이 그렇게 했을 때 상황이 악화되는 과정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특히 김정남 암살 사건, 미국의 시리아 폭격 등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마냥 곱지 않은 지금은 장거리 로켓 발사, 핵실험 등 무게감이 큰 행동을 했을 경우,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더욱 큽니다. 북한이 이번 태양절 기념일에 도발을 자행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참고기사]

한국일보. "한반도 긴장 몰아넣는 北 '태양절'이 뭐길래"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탈북자가 기억하는 북한 최대명절 '태양절' 풍경들"

사람일보. "북 태양절 야회 축제와 불꽃놀이 '장관'"

Voice Of Korea. "북한 주민들 태양절 선물에 '시큰둥'"


추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