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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탈북청소년의 남한학교 생활기] 4 취재를 마치며

통일부 상생기자단은 탈북 청소년들의 남한 생활을 주제로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도입한 (사)북한인권시민연합의 <한겨레 계절 학교> 활동내용을 집중 취재 해보았습니다.

 

 

 

④ 취재를 마치며‥

 

   다른 취재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던 한겨레 계절학교. 한겨레 계절학교를 취재하면서 공부한 내용, 느낀 점들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고민 끝에 연재기사로 내용을 구성했지만 아직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아 아쉬울 뿐이다. 이번 글은 한겨레 계절학교를 취재하면서 느꼈던 점을 솔직하게 담아보았다.

 

 

   이진송 기자's 취재 후기                                                       

 

  김명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학교”에서 재일본 교포 학생들은 평양으로 수학여행을 간다. 그리고 돌아와서 이런 말을 한다. “정말 사람 같은 사람들이 그 곳에 살고 있었어요”, “마음을 다시 빨래한 것 같아요”라면서 평양에 대한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일본에서 조선 국적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기에 일본 사회의 조롱과 멸시를 당하고, 탄압도 받는다. 그럼에도 재일본 학생들은 우리말과 글을 익히고 우리 옷(저고리)을 더 아껴가며 민족성을 고수한다. 평양은 이 모든 것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의 눈에 비친 평양은 지상 최대의 낙원이고 강성대국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일본 학생들이 본 북한의 모습과 달리, 그 지상 최대의 낙원을 등지고 남한으로 온 북한 아이들이 있다. 새 보금자리를 찾아 둥지를 틀려고 왔지만 남한 사회의 냉정한 선입견은 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가 만나본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남한 친구들이 ‘빨갱이’,‘북한거지’라고 막 놀려요”라며 자신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남북 분단이 가져다 준 또 하나의 산물인 편견은 어느새 아이들의 내면까지 파고들고 인신공격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에 반해 한겨레 계절학교는 남북 통합을 이루는 예행을 하고 있었다. 20명의 탈북청소년들과 13명의 남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3주간 공동 살림을 하면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는 통일 연습을 하고 있었다. 3주 동안 합숙하면서 함께 공부하고, 서로의 관심사나 고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가족애를 과시하는 것 같았다. 합숙하는 동안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아빠, 엄마를 자처하면서 가끔은 엄하게 야단치기도 하고, 가끔은 따뜻하게 감싸 안기도 했다. 아이들도 어느새 선생님들과 많이 친해져 어디를 가도 손을 꼭 잡고, 멀리서 봐도 달려와 깊게 안기며 행복한 동거를 하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부딪쳐야 진가를 알 수 있고, 나누어야 행복해지는 것 같다.


  사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열악하고, 북한이나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도 박해가는 상황에서, 그 미흡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런 작은 만남과 마음들이 남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함에 틀림이 없다. 엄연한 의미에서 남북통일은 마음의 통일, 가치관의 통일, 사람의 통일일 것이다. 또 그런 의미에서 남북통일은 이미 진행 중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주위를 들러보면 남북은 서로 포옹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이제는 남과 북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자주 만나 오해나 마음의 앙금을 털어내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통일 예행 중에 있는 한겨레 계절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처럼.     

 

 

                                                          윤세라기자's취재후기   

 

  미국은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라는 큰 이슈를 터뜨렸다. 이제 막 취임식을 치른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은 '통합'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얼굴의 색도 부의 계급도 아닌 오직 미국인으로서 통합되는 미국을 강조한 것이다.


  통합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누어진 것들을 합쳐서 하나로 만듦', '관계 지어 하나로 모음'. 둘 다 통합의 의미인 것 같지만 전자는 통일, 후자는 통합이다. 사람들은 통합과 통일이라는 단어를 잘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특히 남북통일이라는 일상적이지만 심오한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는 통합이 통일이고 통일이 통합인 국가에서 살고 있다.


  한겨레 계절학교의 취재는 통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새터민들은 남한에 살지만 남한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긴 시간 속에서 한 민족은 너무나 다르게 살아왔고, 그 다름을 한 순간에 적응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특히 아이들은 쉽게 상처받고 두려워했다. 한겨레 계절학교는 이런 학생들이 남한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교육하는 학교이자 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언젠간 통합을 강조한 오바마처럼 통합을 강조하고, 통일을 이루어 낼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통일은 대통령만이 하는 통일이 아닌 하나였던 사람들과 다시 하나가 되는 '통합된 통일'이다. 따라서 지금 거주하고 있는 새터민들과의 통합은 앞으로의 미래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나 혼자 살기에도 바쁜데…'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막상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영어공부하고 취업준비하기 바쁜 대학생이다. 그러나 나에겐 취업은 3년 안에 이루어야 할 작은 미래일 뿐 통일이야말로 더 넓은 미래의 내 인생이다. 새터민과 함께할 수 있는 현재가 나의 미래이자 우리의 미래인 통일을 웃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통일부 상생기자단 1기    

                                                 윤 세 라    ysr1120@naver.com

이 진 송  dosta31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