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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통일과 여성을 논하다 (1) 통일을 왜 해야할까?


통일과 여성, 어떻게 함께 바라볼 수 있을까?


여성과 통일, 한 번 같이 생각해보셨나요? 통일 자체가 다가서기 쉽지 않은 주제인 만큼, 통일과 여성을 같이 생각하는 일도 많은 분들에게 낯서리라 생각합니다. 2016년 5월 19일 목요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통일과 여성"이라는 주제로 윤후정 통일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2014년부터 3년째 개최되고 있는 윤후정 통일포럼은 통일과 여성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포럼 내용을 살펴보기 전, 먼저 윤후정 선생에 대해 알아볼까요?


 윤후정,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총장

"제 눈에 비친 여성들의 삶은 너무 고달팠어요. 그런 것을 골똘히 생각해보면서 저도 모르게 여성 문제에 대한 의식의 씨앗이 생겨났던 것 같아요."

윤후정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헌법학자이며, 우리나라 여성권리 발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 함경도 안변에서 태어났으며, 어렸을 때부터 특출났던 학구열은 자연스럽게 여성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집안 족보에 딸들의 이름이 없는 것을 보고 아버지에게 "딸들은 자식도 아니네요?"라고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해방 후 남한 지역으로 내려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우리나라에 드문 헌법학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유신정권 붕괴 후 헌법 수정에 참여하여 남녀 평등 명문화했고*, 이 덕분에 호주제가 폐지될 수 있었습니다. 이화여대 총장 시절에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설득해 세계 최초로 여대에 공과대학을 신설하고,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남녀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데 힘썼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남녀는 동전의 양면이며 서로의 성장을 위해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아직까지도 여성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가야 할 길을 정했다면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라고 조언하며 스스로 그 모범이 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윤후정 통일포럼'을 통해 통일문제와 여성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열고 있습니다.


윤후정 통일포럼이 개최된 이화여자대학교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김석향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축사를 맡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인사말씀을 맡은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분단 3류국가가 아닌 통일 일류국가를 위해


포럼의 기조발제는 박세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습니다. 박 교수는 기조발제를 맡은 것은 윤후정 교수 덕분이라고 운을 떼었습니다. 박 교수는 1970년대 후반 같은 시기에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윤후정 총장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윤후정 총장이 아침마다 학생과 똑같은 백팩에 책을 가득 들고 도서관과 강의실에 가는 모습을 보고 존경심을 느끼고 느낀게 많다고 밝혔습니다.


발제를 시작한 박 교수는 가장 먼저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동북아의 미래 질서가 평화의 질서가 될 것인가, 전쟁의 질서가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화의 질서는 통일에 성공한 한반도, 전쟁의 질서는 통일에 실패한 한반도와 긴밀하게 연관됩니다.


그는 분단이 고착화하면 북한의 대중의존도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의 변방속국'이 될 것이라는 표현으로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일본의 재무장과 미국의 대북봉쇄가 연쇄적으로 야기되어 동북아가 제2의 냉전 시기로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통일 한반도를 필두로 한 동북아시아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꽉 막힌 동북아시아 전체의 경제적 소비가 평화적 대외관계 속에서 북한을 통해 해소될 수 있습니다. 동북아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동북3성이 구상하는 '환서해경제권'이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동시에 러시아의 극동지역과 일본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환동해경제권' 또한 발달합니다. 이는 추후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안보협력체의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기조발제하는 박세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북한 내 친한파가 필요하다


하지만 박 교수는 위에서 언급된 통일의 편익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으며,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북한 지역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개입을 방지하고, (2)북한에 친한 통일세력을 만들어야 하며, (3)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은 북한 지역에 합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므로, 중국이 한반도 통일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 지역에서 한국과 힘을 모아 북한의 발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친한(親韓) 통일세력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들이 북한지역의 민생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북한 전역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핵과 미사일을 신속하게 해체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안보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한국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통일포럼 현장



그러나 박 교수는 한국이 이런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결기가 있어야 하지만, 이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북한 체제가 흔들린다면 북한의 시장은 순식간에 붕괴되고, 이를 방지해야 할 군경은 폭도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북한 사람들이 처해질 상황은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여성이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을 네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했습니다. (1)여성이 남성보다 후대를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으며, (2)감성지성을 통한 남북 간 마음의 통합을 이끌 수 있고, (3)평화성과 창조성으로 새로운 환경에 더 잘 적응하며, (4)여성 지도자가 통일여성운동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조발제 후에는 이화국악실내악단의 축하공연이 있었고, 2부에서는 여성과 통일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토론회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은 이어지는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통일과 여성을 논하다" 연재 기획

(1)통일을 왜 해야할까? ☞클릭

(2)통일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클릭

(3)토론(가제) ☞클릭



 


 추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