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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통일 시편, 'DMZ 시인들의 메시지'

 서울시립대 벤치 (사진: 박현기)

 

 안녕하세요!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8기 이소영기자입니다. 어느덧 봄이 오고, 이제는 초여름 날씨라고도 하는데요. 날씨가 좋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저는 산책을 좋아해서 자연을 느끼며 걸어다니기도 하고, 학교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기도 한답니다. 또 집순이로서 방 아늑한 공간에서 책을 읽기도 하구요(믿거나 말거나~).
 

이소영 기자의 아늑한 공간 ^^

 

 요즘 같은 포근한 날, 무얼 하실지 고민하셨던 분들 혹시 계시나요? 그런 분들을 위해 감성시대에 발맞춰 시집 한 권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DMZ 시인들의 메시지』라는 책입니다.

 

  

 DMZ(Demilitarized Zone)는 비무장지대일컫는 말로, 다들 많이 들어보셔서 아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DMZ 통일열차타고 오고 가며, 또는 도라산역에서 한숨 돌리며, 이 시편을 읽어보는 것도 정말 좋을 듯합니다.
(http://blog.unikorea.go.kr/5407 DMZ통일열차 관련 기사 CLICK!)
 

 이번 시집은 한국시인협회에서 엮은 책인데요. 지난해 타계한 김종철 전 시인협회 회장의 임기 동안 수행할 계획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김종철 전 시협회장은 “시인이여, DMZ를 기억하라”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014년 4월 19일, 124명의 시인들과 함께 DMZ 일대의 주요 지역인 캠프그리브스, 제3땅굴, 도라산역, 도라산 전망대, 해마루촌, 초평도, 허준묘, 경순왕릉을 답사했습니다.
(http://blog.unikorea.go.kr/5570 도라산역, 도라산전망대 관련 기사 CLICK!)


 

정끝별, 김종철, 박정대 시인 (사진: 매일경제)

 

 이들은 통일시대를 맞아 평화의식 함양, 남북한의 문화교류를 촉구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분단 조국과 평화, DMZ 지역의 훼손되지 않은 자연 환경 등을 모티브로 해 시인들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것을 계획했고, 준비했던 것이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을 시로 실현하기 위한 시도의 결실로 사회집 ‘DMZ, 시인들의 메시지’가 2015년에 출간되었습니다!  

 

도라산역 (사진: 경기북부뉴스)

 

 이 책은 강은교, 강인한, 김중식, 김형영, 문정희, 문인수, 문효치, 오세용, 유안진, 이청, 임보, 정진규, 허형만, 허혜정 등 267명의 한국시인협회 소속 시인들이 DMZ라는 우리 시대의 큰 화두를 시로 형상화한 테마 시집입니다. 문정희 한국시인협회 회장은 머리말에서 “우리에게 북쪽이라는 말은 방향이 아닙니다. 북쪽은 벽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의 슬픈 은유입니다.... 시인들이 진심으로 노래하고 노래하면 그 어떤 벽도 허물리고 녹아 내려 푸른 생명의 낙원이 되고, 사시사철 노래가 출렁이는 평화의 바다에 끝내 이르고야 말 것을 믿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머리말을 읽고, 한국전쟁 당시 노래로 기적을 만든 전쟁고아 어린이 합창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오빠생각’이 떠올랐습니다(자세한 기사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이런 시집에 어떤 내용들이 담겼을까요? 아래에서 큰 주제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DMZ에서는 모두 다 푸른 것으로 푸르러진다
2 녹색의 허리띠 248km
3 지구의 가장 깊은 골짜기
4 마침내 쉼표여! 일어나 깃발을 들어라
5 DMZ는 아직도 눈물의 숲이다
6 약속의 땅, 희망의 땅, 평화의 땅
7 녹슨 철조망에 달맞이꽃은 기대어 피고
+ 해설

 

 

제3땅굴 (사진: ilman 다음블로그)

 

 시집에는 오랜 시간 동안 한편으로는 지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을 안고서 흘러가는 임진강, 새들이 노닐고 꽃들이 피어나는 비무장지대의 광활하고 원형적인 자연, 이들을 배경으로 완강하게 버티고 서 있는 철조망이 우리 역사의 가장 커다란 아픔을 잉태한 곳으로 등장합니다. DMZ 시편을 통해 분단의 오랜 아픔을 느끼게 되고, 나아가 자유와 평화를 바탕으로 하는 민족사적 미래 지평을 염원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만나게 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시 한 편을 직접 읽어보도록 합시다.

 

울음이 걸렸다
찢어진 군복처럼 나부끼다가
목구멍에 걸렸다

내 몸속에 금 긋고
이내 영혼 깊은 속까지 금줄을 치고
금마다 줄마다
표백한 울음이 걸렸다

진한 어둠이 걸어와
울음을 덧칠한다

손가락으로 목구멍을 후벼도
게워지지 않는 뻑뻑한 울음
목에 걸렸다


 -문효치, 「휴전선을 보며」

 

어떠신가요? 읽으면서 눈물이 나올 때의 그 먹먹함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이 시에 대해, “게워지지 않는 뻑뻑한 울음이 바로 휴전선을 상징하는 물리적 속성일 것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휴전선 (사진: 솔덕산)

 

 이번에 한국시인협회 소속 시인들이 써서 모은 비무장지대 관련 시편들은 이러한 전쟁과 분단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발화된 의미있는 결실들입니다. 많은 시인들이 참여해 분단의 비극, 뿐만이 아니라 통일의 열망, 희망도 보여줍니다. 아프고도 아픈 풍경을 DMZ를 통해 녹여내는 시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만한 시 한 편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그곳에 벽이 있다고 했네
만질 수 없어서 부서질 수도 없는 벽
마음 없는 새들이 유유히 넘어가고
이념 없는 꽃들이 씨를 날려 보내는데
살아서는 못 가는 고향이 있다고 하는
그곳에 벽이 정말 있기는 했을까

  -이경, 「그곳에 벽이 정말 있기는 했을까」

   

 앞서 머리말에서도 보았듯이 시인들이 진심으로 노래하고 노래하면 그 어떤 벽도 허물리고 녹아 내려 푸른 생명의 낙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통일을 꿈꾸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모두 시인의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참고
민경화기자 「DMZ를 향해 부르는 시인들의 노래」, 경기신문, 201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