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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이야기/정책 돋보기

[정책기자단 기사] 대통령 국회연설 들어보니 수긍가는 몇 가지!

“댐의 수위가 높아지면 작은 균열에도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2016년 2월 16일,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듣는 도중 국민 단합을 요청하는 부분에서 이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이 표현은 우리가 이따금씩 듣거나 쓰는 말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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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남북관계를 포함한 최근 현안에 대해 연설했다.(출처=KTV 국민방송)

 

현재 한반도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 북한은 얼마 전 핵폭탄 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한 달만에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이러한 상황은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형세를 아주 첨예한 갈등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국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실무협상을 개시했고 이를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드의 탐지 범위를 이야기하며 인접 국가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중국은 신뢰하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상, 하원에서 통과시켜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독자적 대북제재안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주변국들의 반응과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직시해 한·미·일과 북·중·러 사이에서 전략 외교 및 균형 외교를 펼쳐야 하는데 어느 한 쪽으로 약간만 기울어져도 큰 외교적 마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로서의 ‘현명한 판단’ 기준은 상황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라 할 수 있다.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출처=청와대 누리집)

 

16일 국회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바로 위와 같은 엄중한 상황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번 대통령 국회연설의 핵심을 크게 3가지 틀로 나눠볼 수 있었다. 

첫째는 그동안 정부가 드레스덴 선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바탕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추진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그 기대를 저버린 채 핵, 미사일, 수소폭탄 실험으로 일관해 왔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13년간 산전수전을 겪어 오던 개성공단 중단의 불가피성을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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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세계 평화에 정면 도전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출처=KTV 국민방송)

 

박 대통령은 “돌아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부 차원의 대북지원만도 총 22억 불이 넘고 민간 차원의 지원까지 더하면 총 30억불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정부의 노력과 지원에 대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대답해 왔고, 이제 수소폭탄 실험까지 공언하며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이제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고, 북한의 핵 능력만 고도화시켜서 결국 한반도에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개성공단 중단의 당위성을 언급했다.

이어 “개성공단을 통해 작년에만 1320억 원이 들어가는 등 지금까지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달러로 지급됐다. 그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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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위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출처=KTV 국민방송) 

 

둘째,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의 단합과 국회의 단일된 힘을 강조한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내부에서 남남갈등에 흔들린다면, 그것이 바로 북한이 바라는 일이 될 것이다.”라며 북한의 도발로 긴장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에 우리끼리의 갈등과 분열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존립’이 무너져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셋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유린을 막기 위한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통과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4법의 국회 통과를 거듭 당부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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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청와대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 대통령. 그 위 사진은 1월 6일 NSC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북한의 도발로 한 달 사이에 2번의 NSC가 열렸다.(출처=청와대 누리집)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들으며 몇가지 생각이 혼재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북한의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하면 안된다는 것’ 이었다. 그동안 정부는 군사적인 상황과는 별개로 인도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해 필자는 ‘개성 만월대 발굴유물 특별전’에 다녀왔다. 남북 역사학자들이 공동으로 협력해 세계문화유산인 고려 만월대를 발굴하는 아주 의미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민간 차원에서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과 같은 학술교류도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개성공단 또한 이윤 창출 이상의 남북협력과 화해를 상징하는 큰 가치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유지돼 왔지만 잇따른 북한의 평화 위협으로 이러한 가치가 퇴색돼가고 있다. 정부에서 ‘더이상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기류가 강해진 이유이다. 필자로서도 그동안 정부는 오랜 기다림, 충분한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도 분명 있다. 개성공단은 우리 기업들이 입주한 이래 13여 년 동안 갖은 풍파에도 그 자리를 지켜왔다. 남북교류와 평화의 상징성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도 많았지만 우리나라 기업과 근로자들의 수입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당장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자와 설비 반출 계획을 마련하고 북한에 협력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강압적으로 30여분의 시간만 주면서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공장 시설과 많은 원부자재와 재고를 남겨두고 나오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남북경협기금의 보험을 활용해 투자 금액의 90%까지 신속하게 지급하고 대체 부지 지원, 자금 확보 등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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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도 연천 전방부대 소초를 방문해 장병들의 피복을 살펴보고 있다.(출처=청와대 누리집)

 

분명 개성공단 중단은 명과 암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조치로 북한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제재를 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화 창구가 모두 막혀버리고 북한의 실질적 변화 없이는 더이상의 진전된 조치도 도출될 수 없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의 대북정책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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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8일, 독일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공대에서 통일 프로세스(드레스덴 선언)를 발표하고 있다.(출처=청와대 누리집)

 

사드 배치를 둘러싼 남남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사드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유해성 문제로 화장장이나 납골당,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정할 때 발생하는 ‘님비(NIMBY)’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내용이다. 정부에서는 사드 배치도 중요하지만 사드 배치로 인한 전자파의 문제, 부지 선정에서의 주민과의 갈등 최소화 등을 다각적으로 살피고 선정 지역에서 공청회를 자주 개최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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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국민의 단합을 강조했다.(출처=청와대 누리집)

 

요컨대 지금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단합’일 것이다. 우리끼리 갈등과 반목을 이어간다면 지금의 엄중한 상황 극복은 요원한 일이다. 국민 단합을 이뤄나가되 사회 각계각층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중·장기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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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자단|전형wjsgud2@naver.com

한국어와 작문을 사랑하는 대학원생. 세계 많은 나라에 한국어 교육이 체계적으로 뿌리내렸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의 빛나는 눈망울 속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