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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홍용표 장관의 '면도칼 신뢰론', 한국외대 특강 현장에서...

“이발소에 가면 면도를 해주죠. 그러면 이발사가 손님 목에 칼을 들이대요. 조금만 더 닿으면 내 명줄을 끊을 수 있는데, 보통 손님은 눈을 감고 자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오바마홀 국제회의실. 이발사가 면도칼로 한 손님의 턱수염을 면도하는 사진이 화면에 뜨자, 그 앞에 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좌석을 가득 메운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리둥절해 하는 학생들에게 홍 장관은 “그게 바로 ‘신뢰’입니다. 이 사람이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리고 나에게 이익을 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설명하면서입니다.

 지난 10일 홍용표 장관은 한국외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이 주최한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청년의 역할: 한반도 평화와 통일시대 준비’라는 제목의 특강 강연자로 나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홍 장관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10분 동안 한반도의 현 상황, 8․25합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통일 등을 주제로 강의하며 젊은 세대가 지속적으로 통일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했습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한국외대 오바마홀 국제회의실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시대 준비'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한국외대 오바마홀 국제회의실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시대 준비'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홍용표 장관은 강연 첫머리에 “세계 속 작은 나라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분단국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두 개의 사진을 소개했습니다. 하나는 한국전쟁 당시 폐허가 된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건물 앞의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2010년 11월 인민군에 의해 포격 당한 연평도의 모습이었습니다.

 홍 장관은 “일부러 연평도 포격 당시 사진을 흑백으로 해봤다”면서 “얼핏 봐서는 65년 전과 5년 전의 모습이 다를 바 없다. 이게 바로 현재 한반도의 비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라며 지난 8월 북측의 목함지뢰 도발로 시작된 남북 간 군사적 대립과 이를 타개한 ‘8․25합의’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8.25합의 당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대표단이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사진=연합뉴스)△8.25합의 당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대표단이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사진=연합뉴스)

 8․25합의는 지난 8월 말 남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나 무박 3일 간 협상한 끝에 도출한 합의입니다. 앞서 8월 초 인민군이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에 침투해 목함지뢰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지뢰의 폭발로 작전 중이던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자 군은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이에 북측은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휴전선 인근 지역에 준전시체제를 선포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이런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북고위급접촉이 어렵게 성사됐습니다. 홍 장관은 “도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북측과 협상을 하면서 가장 힘이 됐던 것은 전역을 연기한 군 장병들을 비롯한 우리 국민들의 성원이었다”면서 “남북대화에서 국민의 지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습니다.

 8․25합의의 후속조치로 남북 간 민간교류의 폭이 확대됐고(제6항), 지난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는 2차에 걸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죠(제5항). 홍 장관은 가장 큰 성과로 이 두 가지 이행사항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이번 상봉행사를 계기로 만난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6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눈시울을 붉히는 어르신들을 보니 나도 울컥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면적 이산가족 생사확인에 대해선 “북측도 기본적으로 동의를 하는 부분이지만 (북측은)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고 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차에 걸쳐 열렸다. 사진은 2차상봉에서 작별상봉을 마치고 차에 탑승한 남측 이복순(88) 할머니가 오대양호 납북자인 아들 정건목(64) 씨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사진=연합뉴스)△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차에 걸쳐 열렸다. 사진은 2차상봉에서 작별상봉을 마치고 차에 탑승한 남측 이복순(88) 할머니가 오대양호 납북자인 아들 정건목(64) 씨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또 민간교류협력에서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과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복원 작업 등 언어․문화․역사․종교 분야에서의 성과를 언급하며 “70년의 분단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당국회담(제1항)에는 아직 큰 진전이 없다”면서 “남북 모두의 노력으로 당국회담을 개최해 민간교류의 작은 통로가 점점 넓어져 남북 간 관계 발전과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8․25합의 이후 총 3차례(9월21일, 24일, 10월30일)에 걸쳐 북측에 당국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제의했지만 아직까지 북측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홍 장관은 통독25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독일을 방문(9월30일~10월6일)하던 중의 일화를 소개하며 통일준비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홍 장관은 “독일의 학자들이 지금에서야 동독의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다고 하더라”며 “그들이 지금 하는 고민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한다면 통일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 후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미리 통일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홍 장관은 지난 5월 말에 있었던 <통일박람회 2015>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통일박람회 2015>에는 8기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도 참여하여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는데요. 통일부가 통일준비위원회와 함께 대국민 통일공감대 확산을 위해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개최한 행사였습니다. 홍 장관은 “당시 행사에 참여한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간의 충돌을 우려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이 서로 잘 어울렸다”며 “내년에도 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통일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지만 주변국의 도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이뤄내기 위한 통일외교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지난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통일박람회 2015> 개막식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개막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지난 5월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통일박람회 2015> 개막식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개막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 장관은 강연 끝머리에 “젊은 세대인 여러분들은 통일비용을 따지지 말고 통일 이후를 꿈꾸면서 그때 내가 뭘 할까를 고민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또 인공위성으로 찍은 한반도의 밤과 산림녹화사진을 보여주며 “하나였던 한반도를 다시 푸르게 만들어야 하고, 깜깜한 북쪽 지역을 같이 발전시켜 대륙과 하나의 불빛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 불빛을 통해 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이어 “그 과정에 여러분들도 조금씩 힘이 돼 달라”며 “여러분이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자기 전에 통일을 꿈꾼다면 더 빠른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연 후엔 학생들과 장관 간의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홍 장관은 “통일비용 측면에서 너무 감상주의적인 것 같다”는 한 여학생의 지적에 “일부러 감상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홍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통일비용은 주장마다 100배 이상의 차이가 날만큼 천차만별”이라며 “그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통일의 꿈을 이야기 할 때는 감상적으로 얘기하면서도 정부 차원에서는 비용 측면을 다 따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연을 마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강연을 마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 시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묻는 한 여학생의 질문에 홍 장관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섣불리 나서진 못할 것”이라며 “그건 그때까지 우리가 어떻게 주변국들을 상대로 통일외교를 해나가느냐의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신뢰 프로세스도 좋지만 북한이 종종 배신하지 않느냐”는 한 남학생의 지적에는 “그래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앞에 ‘튼튼한 안보를 기초로 하는’이라는 수식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북한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면서도 이를 대화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대진 한국외대(정치외교학)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과 이근순 통일교육원장도 참석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홍용표 장관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몰려, 일부 학생들은 바닥에 앉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강연을 마친 홍용표 장관과 학생들은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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