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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김명종 기자의 통일을 염원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우리 헌법속의 통일 -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에 대한 이야기

지난 7월 17일은 제헌절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 중인 법학과 학생으로서, 

우리 헌법에 나타는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Ⅰ. 들어가며


 우리헌법 제3조와 제4조, 각각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으로 불립니다. 두 조항은 비판의식 없이 읽으면 전혀 문제가 없는 조항입니다. 그렇지만 헌법학자들은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나오기 전 까지는 이 두 조항을 두고 치열한 학설 전개를 통해 논쟁을 벌였습니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길래 이 두 조항을 두고 헌법해석논쟁이 벌어진 것일까요?



 위에서 말씀드렸듯,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규정한 영토조항입니다. 이 조항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입니다. 지리적으로 압록강-두만강 이남의 한반도와 그에 부속하는 섬들은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간도가 한반도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는 별개의 논의가 있습니다.)

 제4조는 평화통일조항입니다. 우리 헌법에 평화통일을 언급한 것은 72년 유신헌법에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 것이 최초입니다. 이후 87년 개정된 현행헌법은 보다 분명하고 평화지향적인 언어로 평화통일에 대한 원칙규정인 제4조를 제정하게 되었습니다.





Ⅱ. 논쟁의 발단 - 두 조항의 논리적 전개




 제3조의 논리적 전개를 거칠게 표현하여 보았습니다.

풀어 설명드리자면,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제3조는, 북한지역도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것이고, 따라서 북한지역에 존재하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세력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점거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제 4조의 논리적 전개입니다.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통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군사적 통일이 아닌 평화통일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정상적인 두 정치세력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제4조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우리 대한민국과 일종의 외교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정치적 실체로서 인정하는 셈입니다.

따라서, 제3조의 논리적 귀결인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반국가단체이다.' 라는 것과 충돌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헌법학자들은 이 두 헌법조항의 해석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매우 많은 학설들이 존재하지만 대표적인 것만을 간추려 보았습니다.




두 조항간의 해석문제는 '제3조의 규범력을 인정할 수 있는가'로 등치될 수 있습니다. 

제3조 영토조항의 규범력이 인정된다면 제4조와의 논리적 모순을 긍정하게 되는 것이고, 규범력을 부정하게 된다면 제3조는 죽은 조항이므로 제4조에 우월한 효력을 인정하게 되어 논리적 모순을 부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말이 잠깐 어려워졌는데, 쉽게 말씀드리자면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제3조를 인정하면 제4조 평화통일조항과는 모순되는 것이 맞다! (규범력 긍정설)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제3조는 규범력이 없는 조항이다! 따라서 제4조와 모순될 리도 없지!'(규범력 부정설)


그런데 잠깐만요.... 이렇게 형식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여기에 논리적 문제가 있다는 것은 얼추 알겠는데.... 이걸 따져서 도대체 무슨 실익이 있기에 헌법학자들은 이처럼 많은 각자의 견해를 내세우며 대립하는 것일까요? 

단지 학자들의 자존심 싸움은 아닐까요?


Ⅲ. 논의의 실익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두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해석과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먼저 남북한 UN동시가입의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UN에 가입했다는 것은 UN에 의하여 국가로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려운 말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에게도 '국제법적 주체성'이 인정된다는 뜻입니다. 헉! 그렇다면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한 UN에 우리나라도 동시에 가입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 셈이 아닌가요??


다음으로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의 문제입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간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고 선린관계를 유지하고 경제문제, 이산가족 등의 인도적 문제, 문화교류 문제 등에서 상호간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입니다. 헉! 그런데 이거.. '조약' 아닌가요? 조약은 국가와 국가 간에 맺는 거라고 알고 있는데....??


 

다음으로 국가보안법의 문제입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과 해석이 있지만, 거칠게 보자면 '주적인 북한의 위협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특수하고 강력한 특별법'으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 그런데 이 국가보안법, 제4조 평화통일조항과 서로 부딪히는 것 아닌가요...??

 

북한주민의 법적 지위 문제입니다.

제3조이 규범력이 인정된다면 북한주민은 당연히 대한민국이 국민입니다. 당연히 별도의 국적취득절차가 불필요하게 되죠.

그러나 제3조의 규범력을 부정한다면, 북한주민이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거주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국적취득절차가 필요하게 될 겁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지역에서 의사나 교사 등 전문직으로 생활하다 탈북한 이들의 자격을 인정하느냐의 문제 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남북한간 물자교역의 문제입니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면(제3조의 규범력을 부정한다면), 북한과의 교역에는 타국가와의 교역과 마찬가지로 관세를 부과해야 하고, 국가-국가간 무역의 성질 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제3조의 규범력을 긍정한다면), 남북간의 물자교류는 법적으로 대한민국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세관절차가 필요 없고, 단지 물자운송의 성질 을 갖게 됩니다.

 

와....알고 보니 정말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Ⅳ.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3조 위헌소원] 에서,



... 현 단계에 있어서의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인 점에 비추어, 헌법 제4조가 천명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한편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서, 전자를 위하여는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의 시행으로써 이에 대처하고 후자를 위하여는 국가보안법의 시행으로써 이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


또한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위한심판] 에서, 

제7조 제1항의 찬양·고무죄를 문언 그대로 해석한다면 헌법전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의 부분과 헌법 제4조의 평화적 통일지향의 규정에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여기의 통일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그에 바탕을 둔 통일인 것이다. 그러나 제6 공화국 헌법(87년 개헌 이후 현재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통일은 평화적 통일이기 때문에 마치 냉전시대처럼 빙탄불상용의 적대관계에서 접촉·대화를 무조건 피하는 것으로 일관할 수는 없는 것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위하여 때로는 북한을 정치적 실체로 인정함도 불가피하게 된다.


(※글상자 내 강조와 괄호 : 편집자 주)


위와 같이 판단했습니다. 요약하자면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논리적 모순인 것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남북관계는 매우 특수한 관계이므로, 이 두 조항은 형식논리적인 접근이 아니라 유연한 현실적, 구체적인 관점으로 시의적절하게 해석해야 한다.'

라는, 제3조와 제4조를 규범조화적으로 해석하려는 입장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답을 내려줬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제반사항들은 이 입장에 의하면 어떻게 해결될까요?




Ⅴ. 제반 문제들의 해결

 

1. 남북한 동시 UN가입의 문제

비록 남·북한이 유엔 (U.N) 에 동시가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유엔헌장”이라는 다변조약 (多邊條約) 에의 가입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유엔헌장 제4조 제1항의 해석상 신규가맹국이 “유엔 (U.N) ”이라는 국제기구에 의하여 국가로 승인받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것만으로 곧 다른 가맹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당연히 상호간에 국가승인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 현실 국제정치상의 관례이고 국제법상의 통설적인 입장이다. 1997.1.16. 92헌바6


2. 남북기본합의서의 문제


 소위 남북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 (전문 참조) 임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합의문서인바, 이는 한민족공동체 내부의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한 당국간의 합의로서 남북당국의 성의있는 이행을 상호 약속하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짐에 불과하다.  1997.1.16. 92헌바6


 

3. 국가보안법의 문제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인 점에 비추어, 헌법의 전문과 제4조가 천명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법적 장치로서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을 제정·시행하는 한편,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서 국가보안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는 것으로서, 위 두 법률은 상호 그 입법목적과 규제대상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므로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이 공포·시행되었다 하여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이 소멸되었다거나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92헌바48 결정 참조) . 
그러므로 국가의 존립·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의 해석·적용상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이에 동조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규정하는 국제평화주의나 평화통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1997.1.16. 92헌바6

 

4. 북한주민의 법적지위


우리 헌법은 제헌헌법 이래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제헌헌법 제4조, 현행헌법 제3조)는 규정을 두고 있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하여 북한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고 북한주민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유지하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적법 제2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 2000.8.31 97헌가12

위의 판례는 북한주민이 귀화 했을 때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법리를 모든 사항에 적용하는 것은 행정적인 문제점을 야기합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남북간 협력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북한주민, 북한단체의 법적지위에 관한 문제에서 -


위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남한과 북한의 주민(법인, 단체 포함) 사이의 투자 기타 경제에 관한 협력사업 및 이에 수반되는 거래에 대하여는 우선적으로 남북교류법과 동법시행령 및 위 외국환관리지침이 적용되며, 관련 범위 내에서 외국환거래법이 준용된다. 즉, ‘남한과 북한의 주민’이라는 행위 주체 사이에 ‘투자 기타 경제에 관한 협력사업’이라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남북교류법이 다른 법률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외국환거래 법 등이 준용되는 것이다.   2005. 6. 30. 2003헌바114

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탈북 후 귀화한 북한주민의 법적지위문제와, 현재 북한에 있는 북한주민의 문제를 법리적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탈북인들의 전문직 자격을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보입니다.


북한의 의과대학이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에도 불구하고 국내대학으로 인정될 수 없고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대학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북한의 의과대학 등을 졸업한 탈북의료인의 경우 국내 의료면허취득은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 제14조에 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 조항도 북한이탈주민의 자격인정과 관련하여 포괄적인 규율을 하고 있을 뿐, 결국 의료법 등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자격인정 여부가 결정되므로 탈북의료인의 국내 면허취득에 관하여는 명확한 입법이 없는 상태이다.-(중략)-이러한 당위성은 북한이탈주민의 의료면허를 국내 의료면허로 인정함에 있어서도 달라질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청구인과 같은 탈북의료인에게 국내 의료면허를 부여할 것인지 여부는 북한의 의학교육 실태와 탈북의료인의 의료수준, 탈북의료인의 자격증명방법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그의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서 규율한 사항이지, 헌법조문이나 헌법해석에 의하여 바로 입법자에게 국내 의료면허를 부여할 입법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쉽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쓰다보니 너무 어려워져 버린 것은 아닌지 ....(절망)...

그렇지만 헌법은 우리 사회의 기본약속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제3조와 제4조에 대한 해석논쟁을 이해하셨다면 헌법과 관련한 통일이슈는 거의 대부분을 이해하신 것입니다. 많이 부족했지만 여러분의 공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기사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출처:

[기본강의헌법] 정회철 / 도서출판 여산 / 개정6판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저도 이 기사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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