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통역사:
기자님이 평범한 한국 시민들과 인터뷰를 하셨어요. 공항에서도 했고,
고등학생들과도 했어요. 고등학생들과도 수준 높은 인터뷰를 했어요.
그래서 이제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합니다.
곧 나이 많으신 분들과도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러 갈 거 에요.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시겠어요?
<자기소개>
칼라인 기자 :
왜 북한학을 공부하게 되었나요?
정은영 기자 :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에서 분단이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분단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분단의 세부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어서 북한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칼라인 기자 :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은영 기자 :
마땅히 해야 한다는 당위성의 관점에서 접근해요. 그렇지만 당장 해야 된다고 생각은 하지는 않아요. 일단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칼라인 기자 :
당위성을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왜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정은영 기자 :
현실적으로는 제 전공이 북한학이니 통일이 된다면 직업의 기회가 넓어지고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 있구요(웃음). 두 번째로는, 제가 외부활동이나 외국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 자신이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면서 깜짝 놀라고는 했어요.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분단이라는 현실이 우리 삶을 많이 규정하고 있구나 생각했구요.
칼라인 기자 :
항상 지금처럼 통일에 대해 긍정적이었나요?
정은영 기자 :
아주 어릴 때, 초등학교 다닐 때는 아예 그런 쪽으로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나 고등학교 정도 올라오면서 사회과목을 배우기 시작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 정치의 후진성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 원인이 분단에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통역사 :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는 노래 안 배워요?
정은영 기자 :
물론 그런 교육은 많이 이루어지지만, 너무 어릴 때라 잘 와 닿지도 않고, 어느 정도 형식적으로 교육되고 있는 면이 있다고 봐요. 어린 학생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김명종 기자 :
저도 지금처럼 통일에 대해서 긍정적이진 않았어요. 처음에는 우리나라도 유럽국가들처럼, 오래전에 분단된 벨기에와 네덜란드처럼 국경을 설치하고, 자유롭게 왕래하고 무역하는, 분단이 평화롭게 정착된 국가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면 굳이 통일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생각이 크면서 그것이 불가능 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는 자유라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분단이라는 현실에 우리나라의 자유가 상당부분 제약 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출될 수 있는 폭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분단이라 제약에 의해서 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존재해요. 또한 문학 등 예술의 영역에서도 예술이라는 것이 본래 반항적, 반골적 특성을 가지기 마련인 것인데, 그런 것들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정적인 면이 크게 부각되어 왜곡당하는 면이 있는걸 보게 되었어요. 이런 현실을 보면서, 분단이라는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이상 자유는 지속적으로 제한당할 수밖에 없구나, 통일문제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칼라인 기자 :
왜 처음에는 통일이 불가능 하다고 생각했죠?
김명종 기자 :
초등학교 때야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면만 교육을 받으니 별 생각이 없었지만, 생각이 자라면서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TV에 나오는 북한의,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듯 이질적인 사람들이 내 옆에서 살아간다는 게 상상이 안 갔고 불가능하다고 느꼈거든요. 또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손해를 볼 거라는 생각도 강했구요.
칼라인 기자 :
주변의 다른 친구들도 같은 생각인가요?
신명선 기자 :
저는 작년까지는 통일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어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형제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셨고, 할아버지의 형제는 전쟁 중에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가정에서 북한이나 통일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교육을 많이 받으면서 자랐어요.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제가 먼저 통일은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며 부정적으로 견해를 피력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1학년 정치외교 수업을 듣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통일에 대해 인식이 많이 변했어요. 그러면서 이번 통일부 대학생기자단에 지원하게 되었구요.
칼라인 기자 :
통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친구들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신명선 기자 :
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친구들도 있고, 관심 없어하는 친구들도 있고, 아예 반대로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서 저와 논쟁을 하게 되는 친구들도 있어요.
통일에 대해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는 친구들이 대부분 인 것 같아요.
‘ 나 죽을 때 까지는 통일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 당장 걱정할 것 없다’는 인식이랄까요.
칼라인 기자 :
논쟁이라면 통일 자체에 대한 찬반을 이야기 하는 것인가요?
신명선 기자 :
그런 것도 있고, 통일에 대해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저를 보고 이상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일단 그 친구들은 경제적으로 득보다 실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구요.
SNS 에 북한의 실상에 대한 게시물들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남북의 이질성에 대해 부각시키면서 통일을 반대하는 친구들도 있구요.
칼라인 기자 :
지금 인터뷰 하는 여러분들의 생각이 대한민국 평균적인 학생들의 견해는 아니라는 것인지?
김명종 기자 :
네 그런 것 같아요. 저는 군대에서 생각이 바뀌었거든요. 저는 또래들보다 군대를 꽤 늦게 다녀온 편인데, 먼저 군대에 다녀온 친구들이 ‘군대에 다녀오면 생각이 많이 바뀔 것, 북한에 대해 온정적인 시각이 많이 사라질 것’ 등의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실제로 군에서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고 혐오감을 키우는 교육을 많이 합니다. 저는 전역 후 북한이 주적이라는 인식이 확실해졌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안보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아주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변했어요. 그렇지만 통일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쪽으로 변했습니다. 복무 중 오산에 주둔한 미공군에서 파견근무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곳에서는 북한의 남침을 가정해서 한반도 전쟁을 컴퓨터 체계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훈련을 하거든요. 무수한 병력들과 온갖 첨단무기들이 서로 창을 겨누고 있는 화면을 보면서 ‘ 통일 되면 저게 다 경제 복지예산인데,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뒤부터 통일에 대해 전향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 것 같아요.
칼라인 기자 :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이 변하는지?
김명종 기자 :
잘 모르겠어요. 저 같은 경우도 있을 거고, 오히려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변하는 친구들도 많죠. 워낙 북한에 대해 적대적, 혐오적인 교육을 많이 하니까요.
칼라인 기자 :
세 분 모두에게 드리는 질문이에요. 통일이 가능할까요? 가능하다면 언제 일어날까요?
정은영 기자 :
저는 긍정적인 사람이라 무작정 안 된다.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해요. 부정적인 견해들도 타당한 근거가 있지만, 그런 자세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좋은 정책들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으로 통일을 앞당기는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통일이 언제 올까 하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미시적으로 접근하여 당장에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언제 올까요, 하는 질문은 자칫 위험하기도 하고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재앙적 상황이야 말로 준비되지 않은 통일이니까요. 통일이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자세로 항상 다급한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칼라인 기자 :
좋은 정책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거죠?
정은영 기자 :
글쎄요. 그걸 몰라서 공부 중이에요(웃음).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통일의 모든 과정과 부분을 너무 정치적인 것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명종 기자 :
현재 경색된 국면이 있지만 조만간 풀릴 것이라 생각하구요. 되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루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신명선 기자 :
빠른 시일 내에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정부와 민간에서 다각적으로 노력을 해야겠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은영 기자 :
친구들에게 북한학과 나와서 뭐해 먹고 살 거냐, 그 공부를 한다고 해서 통일이 될 것 같으냐 등의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럼 저는 그런 통일이 될 수 없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통일이 미루어지는 것이 아니겠느냐 하고 대답해주죠. 다분히 감정적인 대답이었습니다만, 그만큼 제 주변 친구들을 통해 미루어 보아도 통일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가 부재한 것이 현 젊은 세대들의 사회적 상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칼라인 기자 :
오늘 나눈 대화들 너무 의미가 있었어요. 시간 내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김명종 기자 :
이렇게 인터뷰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들도 기자님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혹시 저희도 기자님께 몇 가지 질문 드려도 될까요?
칼라인 기자 :
물론이죠.
김명종 기자 :
취재계획을 보니 남북학생들의 통일 인식을 비교한다는 항목이 있는데요. 그런다면 북한에 다녀오시거나 북한 학생들을 만난 경험이 있나요?
칼라인 기자 :
아직 북한 국적의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어요. 네덜란드에서 북한 출신 망명인을 만난 적은 있구요. 여기 서울에 와서 탈북 학생들을 인터뷰 한 적은 있어요. 탈북학생들이 남한의 학생들에게 북한의 실상에 대해 증언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수업에 참관한 적도 있구요.
김명종 기자 :
저희가 통일부 기자단 활동을 시작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독일 통일 과정에 대해 공부해보라는 조언을 많이 들어요. 혹시 독일의 이웃국가에 사시니까, 통일 이후에 주변 국가에 끼친 영향이 있을까요?
칼라인 기자 :
너무 어릴 적 일이라 잘은 모르지만 (기자님은 88년생) 동독 지역의 경우 통일 후 경제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옛 서독 지역에 비해 경제적인 격차가 있다는 것 정도에요.
김명종 기자 :
어떤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취재하러 오셨나요?
칼라인 기자 :
(기자님은 네덜란드 발행부수 기준 2위 유력지의 외신부장입니다). 많은 유럽인들이 북한에 대해 흥미로운 시선을 가지고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이해되지 않는 면들이 많으면 흥미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취재를 하기 전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북한과 통일을 하고 싶어 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북한과 같은 이상한(bizarre) 국가와 통일해서 같이 살고 싶어 할까라는 마음이 앞섰거든요. 그렇지만 이번 취재를 계기로 여러 생각을 들으며 제대로 공부를 한 것 같아요.
※ 이 인터뷰는 통일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