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권나은 기자는 한반도미래재단과 조선Biz가 주최하고 한중경제협회가 후원하는 제21차 한반도 미래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이날의 포럼 주제는 "통일 한반도의 경제"였습니다.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이 이 주제에 대한 연사를 하고 양창석 박사(개성공단 감사)와 이영종 중앙일보 정치부 차장이 토론을 맡았습니다.
통일을 이야기할 때엔 어김없이 '통일비용', '통일편익'과 같은 경제적인 부분의 주제들이 쟁점화 됩니다. 통일 이후 한반도가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것에서는 국내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학자들 대부분은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이나 통일 비용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통일을 하는 데에는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마어마한 비용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통일과정과 그 이후에 예상되는 비용과 통일 비용을 어떤 부분에 더 써야 바람직할지, 혹은 통일 이후 경제적 발전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을 이용해야 할지와 같은 내용을 이번 포럼에서 다루었습니다.
▲ 발표를 하고 있는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김일섭 총장은 "통일 후 한국경제 -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김 총장은 통일 시나리오에는 점진적 통일과 신속한 통일 이 두 가지가 있는데, 오늘 발표는 어떤 방식에 의하던 간에 통일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우리가 경제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주제라고 말했습니다. 김 총장은 이와 관련해서 연구 된 자료를 모아 소개하고 남북한의 통일에 적용될 수 있을지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김일섭 총장은 조사한 논문들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독일통일의 평가, 시사점
한반도의 통일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일의 통일입니다. 독일이 한반도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지만, 분단된 국토와 민족이 통일된 데에는 독일만한 예가 없기 때문입니다. 발표자가 소개한 "동서독 경제통합 방식(2007)"에서는 동서독이 주변국의 우려를 무릅쓰고 통일을 했다고 합니다. 발표자는 독일이 원시학적 통합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독일은 통일 시에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동독과 서독의 통화를 1:1로 교환하고, 몰수재산은 다 원 소유자에게 반환하는 등 통일을 하기 위해 무리한 방법을 취했다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동서독 통일 20년의 평가(2010)"에서는 동서독 통일을 통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6가지 시사점을 정리했습니다.
①통일비용 편익분석을 잘해야 한다. 독일은 통일비용이 너무 커서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감내했기 때문이다. 통일에 드는 비용 뿐 아니라 통일 편익도 고려하여 순수비용을 따져봐야 한다.
②통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국의 동의와 협조가 없이는 되지 않는다. 주변국가와 긴밀한 협조를 공조해야 한다.
③국민이 통일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한다. 이 합의를 위한 노력을 사전에 해야 할 것이다.
④통일로 인한 재정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 남북한 균형발전을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정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면 국가 전체의 신용평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⑤통일 재원과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미리 구상해야 한다.
⑥사회통합과 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통일 비용문제와 과제
통일을 얘기할 때 가장 화두가 되는 주제 중 하나인 통일'비용'과 관련해서 발표자는 KDI 고일동 박사의 "통일 비용과 편익의 주요 쟁점(2012)"을 소개했습니다.
통일비용은 통일하는 방법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편익은 방법과는 관계없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 최소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동서독보다 이질화되어 걱정이지만, 통일된 한반도는 주변국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주변국의 동의는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동독에서 소유권 복원문제, 보상문제 관련해서 지금까지도 많은 논란을 불러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과 같은 다른 방안을 적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통일대비 경제분야의 과제(2014)"에서는 통일비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차단해야 한다며 통일 편익에 대한 이익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편익이 크다는 부분을 홍보하여 국민들로부터 통일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를 잠재워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전적 통일비용을 지출하자는 견해도 제시했습니다. 즉, 통일이 되었을 경우에 경제격차가 커서 들어가는 과도한 통일비용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북한과의 경협 활성화 비용이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사전적 통일비용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남북한 경제통일방식
앞에서 살펴봤던 독일통일에서의 경제통합방식이 주는 시사점, 그리고 통일비용과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이를 통해 발표자는 남북한 경제통일방식에 대한 조언들을 정리했습니다.
"통일과정의 예상 문제점(2012)"에서는 중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북한이 따를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경제개편은 가격자유화, 사유화, 통화통합 등으로 구성된다고 보는데, 동유럽은 경제체제 전환시 IMF등이 충격요법을 사용했었고, 중국은 점진적으로 추진해서 경제를 발전시켰다고 했습니다. 중국은 가격자유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했고, 사유화는 경제개방 20년 뒤에 했고, 경쟁과 유인 구조를 경제변화 초기에 시행해 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북한 경제발전의 중간단계로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남북한 경제통합연구(2014)"에서는 통일에는 점진적인 방식과 급진적인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통합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합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경제통합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북한쪽에 특구를 두고 특구를 통해서 발전하는 것을 전제로 그 방법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에는 '북한전체를 하나의 특구로 지정하자, 우리나라가 경제개발 초기에 했듯이 노동력 중심 제조업을 성장시키자, 여행은 자유로 하고 이주는 단계적으로 자유화 하자, 사회보장체제는 준비기간을 두고 보장하고 화폐는 10년 내에 단계적으로 통합하자'가 있습니다.
이렇듯 통일의 경제적 방식과 관련해서 다양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이에 관하여 개성공단 양창석 감사(전 남북회담본부장)와 중앙일보 정치부 이명종 차장의 토론이 있었습니다.
양창석 감사는 경제적 관점 이외에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두 가지 차원에서 '독일 통일과정에서는 정책적 결정에 어떤 시사점을 찾을 수 있는지', '우리 경제 통합에는 어떤 선택지가 주어질 것인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독일은 통일이 갑작스러웠던 점도 있지만, 서독 경제가 통일을 해도 감당할 능력이 있다는 당시 재무부의 판단에 따라 경제통합을 감행했습니다. 폴 수상은 회고록에서 "통일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재정적인 부담을 이유로 미룬다면 역사상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독일은 통일 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도 기회가 왔을 때, 후유증이나 부담을 이유로 통일을 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발표자는 북한지역 개발방식으로 특구지정 관련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 특구방식이 최선의 대안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특구는 헌법적 논쟁이 벌어질 수 있고, 정치적으로 통합된 1국가에서 할 것인지, 거주이전 통제 정책을 할 것인지 등의 현실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중앙일보 정치부 이영종 차장은 실제로 '통일편익'이 훨씬 많지만, 문제는 이것이 일반 국민들에게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통일·북한문제와 관련한 쉬운 어젠다를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청소년 대상 통일교육 등 통일과 통합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언급했던 북한에 특구를 설치하는 것 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통일의 경제적 측면과 남북한 경제통합 방식, 통일 이후 경제적 측면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논의가 뜨겁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통일과 관련해서 경제적인 측면을 논하는 것이 제일 힘들고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더 차근차근 준비해 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포럼은 통일 한반도의 경제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습니다.
*참고문헌
동서독 경제통합 방식 (2007) 안예홍, 문성민
동서독 통일 20년의 평가 (2010) 현대경제연구원
통일 비용과 편익의 주요 쟁점 (2012) KDI 고일동 박사
통일대비 경제분야의 과제 (2014) 홍순직
통일과정의 예상 문제점 (2012) 김기원
남북한 경제통합연구 (2014) KDI
특구방식 경제통합 방안 (2007) 안예홍, 문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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