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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쫑알쫑알 수다방

[통일상상 독자투고 ③] 통일 후 어느 한가위 날


통일 후 어느 한가위 날

 

 

통일시대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과연 언제 통일이 이루어질지, 어떤 방식으로 통일을 이룰지, 통일 후에 남과 북의 사회는 어떤 변화를 거치며 이질적인 체제와 문화 그리고 정서를 융합해 나갈지 쉽게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역사의 필연이자 한민족의 숙명으로 다가올 통일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가슴 뿌듯한 일이라는 생각에 오늘 한가위 명절을 맞아 한가위를 주제로 가상으로 짤막하게나마 스토리를 꾸며 봤습니다.

 

2017년 10월 한가위... 2013년 통일 후 네 번 째 맞는 한가위다.

 

추석차례를 지내기 위해 가족들이 모두 모여 아침에 차례를 지냈다.

 

어느 집이나 비슷하겠지만 풍성하게 차린 우리 집 차례 상에도 북한산 제수거리들이 그 어느 해보다 많다. 통일 전에도 북한산 농수산물이 적지 않게 시장에서 볼 수 있었지만 통일 후에는 보다 많은 북한산 농수산물들을 흔하게 시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기후 온난화로 사과 재배 지역이 급격히 북상하면서 북한 지역의 황해도 일대가 우리나라 최고의 사과 산지로 바뀌게 되어 명절 차례 상에 올라가는 사과도 대부분 북한산 사과이다. 반대로 북한 주민들은 통일 후에 차례 상에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재배되는 밀감이 새롭게 제사상에 올려 지게 되었다.

사과뿐 아니라 나물거리며 조기, 한과에 이르기까지 북한지역에서 생산된 많은 제수거리들이 차례 상에 올라가게 된 것은 통일 후에 북한경제 재건을 위하여 남한 지역의 식품업 등을 비롯한 경공업 기업체들이 대거 북한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고, 북한 농촌 지역에서 대대적으로 새마을운동을 전개하여 농업 현대화가 진척된 덕분이다.

이러한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고 비교적 사회 기반이 덜 요구되는 경공업 위주의 북한 산업 재편은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고용 및 생계 안전,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점진적인 학습에 효과적인 정책으로 북한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고, 남한에도 사양업종으로 분류되던 경공업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열어 주게 되었고 중국산 경공업 및 농수산 제품보다 양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서 물가 안정은 물론이고 내수 활성화로까지 이어지게 되어 통일 후 우려되던 경제적 어려움과는 달리 통일 대호황 시대를 열게 되었다.

 

차례를 지내고 TV를 켜니 전국노래자랑 추석 특집이 방송되고 있었다. 그동안 각 지역대회에서 우승한 최고의 실력자들만 모여서 왕중왕을 뽑다보니 모두들 노래 솜씨가 가수 뺨치게 좋다.

북한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북한 특유의 창법과 율동으로 단박에 북한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올해는 노래 부르고 춤추는 모습만 보고는 남북지역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북한 지역에서 참가한 사람들의 노래와 율동도 남한 사람들과 차이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통일 직후 남한의 문화, 특히 음악, 영화, TV 연속극 등의 대중문화는 물밀듯이 북한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제한적이었지만, 통일 전에도 남한의 대중문화를 음성적으로 접했던 북한 사람들에게 통일 후에 남한 대중문화는 한편으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급속하게 퍼져 나가게 되었고 이러한 남한 대중문화는 북한 사람들이 쉽게 우리 사회와 체제를 배우는 교과서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요즘은 고구려 장수왕의 일대기를 극화한 대하드라마가 주말 저녁이면 방송되는데, 주인공인 장수왕 역을 북한 출신 배우가 맡아 열연하고 있고 고구려의 자취가 남아있는 평양성 지역과 백두산 그리고 개마고원에서 실감나는 전투장면을 찍어 남북 모든 지역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점심때는 가족들과 함께 예전에 D. M. Z (비무장지대)라 불리던 남북 분단의 역사를 간직한 통일생태공원으로 생태체험 관광을 하러 갔다.

통일이 이루어지기전에는 남북 분단의 현장으로 남북의 군사력이 대치한 살벌한 기운까지 감돌던 곳이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의 자연보호지역으로 유네스코에 자연유물로까지 등재되어 있는 곳이다. 남북 분단60 여 년 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보존된 생태환경에 통일후 2년에 걸친 지뢰제거 작업을 거쳐 이제는 세계적으로 ‘자연’과 ‘평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유명해진 곳이다.

지금은 자연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생태체험관광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신청한지 1년만에야 어렵게 우리 가족에게도 생태체험관광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원시림을 이룬 숲과 그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천연기념물 야생동물들과 과거 그곳이 남북 분단의 현장임을 보여주는 남아 있는 철책과 군사시설 등을 둘러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통일생태공원 체험관광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다음 주에 신의주 출장에 가져갈 산악자전거를 손질했다. 작년 금강산 MTB에서 만나게 된 북한 산악자전거 동호인 중에 신의주에 사는 사람이 있는데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라 어렵지 않게 친구가 되었고 이번 출장길에 그 친구가 활동하는 신의주의 산악자전거 동호인들과 백두산으로 MTB를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통일 후 경제가 발전하고 개방이 이루어지면서 북한 사람들도 다양한 레저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특히 험준한 백두산 준령에서의 MTB와 물살이 거센 압록강과 두만강 지역에서의 래프팅은 강건한 기질과도 잘 맞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통일 이후 하루가 다르게 점점 가깝고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북한 지역과 그곳에 살던 사람들. 물론 그들에게도 우리 남한의 문화와 우리들의 모습은 ‘나’와 다른 ‘너’가 아닌 ‘우리’로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남북한이니 남한사람이니 북한사람이니 하는 구분은 하지 말아야겠다.

제도와 체제의 통합을 통한 물리적 통일을 넘어 시나브로 남북의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화학적 통일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 이 글은 '통일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주제로 열린 블로그 독자투고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