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북한선수를? 2002년 아시안 게임을 돌이켜 보며
통일부는 지난 4월 3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북한이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대회에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신청한다면 허용할 방침" 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출전 여부에 관심이 뜨거운데요.(1988년 서울올림픽은 불참) 오늘은 내년 평창에서 북한 선수들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남북이 스포츠로 하나 되었던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을 추억해 보겠습니다.
당시 개최 1 14회를 맞은 아시안 게임은 2002년 9월 29일부터 10월 14일까지 대한민국 부산광역시에서 개최되었습니다. 44개국 약 9900명의 선수가 38개 종목에 참가했는데요. 그해 여름 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터라 대회 흥행에 대한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많은 화제를 낳으며 대회는 막을 내렸고, 그 중심에는 북한 선수들과 응원단의 참여가 있었습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개막식 모습 http://blog.daum.net/mybjj123/4516736
대회 시작 전 북한 선수단은 평양에서 고려항공을 이용해 김해공항으로 들어왔고 응원단은 만경봉호를 타고 원산을 출발해 부산 다대포항에 들어왔습니다. 북한은 18개 종목에 316명(선수 184명)의 선수단과 280명의 응원단을 파견하였습니다.
부산 다대포항을 통해 도착한 북한 응원단의 모습. -권우성-
올림픽 유도 영웅 남측의 하형주와 북측 계순희 선수가 함께 성화 최종 주자로 나서 성화대에 2‘통일의 불’을 붙인데 이어,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 때 남북은 한반도기를 들고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동반 입장을 했는데요. 시드니 올림픽 이후 두 번째이며 특히 남한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2002년 9월 29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대표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또한 10월 1일 부산 아시안 게임 여자 역도 리성희 선수의 금메달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건국 이래 최초로 공식 행사에서 북한의 인공기 게양과 북한 애국가 연주를 허용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대회 참여 조건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10월 1일 역도 여자 53kg급 경기가 열린 부경대체육관에서 북한응원단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무용응원을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당시 응원단도 북한미녀응원단이라 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북한 응원단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이동 중 버스에서 내려 비에 젖은 김정일 현수막을 울면서 챙겨갔다는 유명한 일화는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입니다 남북이 화합하는 대회 중에도 서로 이질적인 면을 볼 수 있었던 씁쓸한 장면이지요) 이외에도 대한사격연맹이 북측선수단에게 연습탄 35만발을 지원했는데 북한이 연습탄을 4만발 이상 남기고 이를 갖고 출국하려다가 세관에게 걸려 압류당하는가 하면, 다대포항에 입항한 만경봉호는 원산까지 갈 연료가 없어 돌아가기 직전에 기름을 지원받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거둔 성적 -위키백과-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지 해프닝 속에서도 남북을 초월한 응원과 관심 덕분인지 대한민국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고 북한 또한 10위권 내에 진입하는 등 저력을 과시합니다. 부산 아시안게임도 큰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립니다.
수천명의 부산시민들이 북측응원단을 뜨겁게 환송하고 있다. 2002.10.15 부산 다대포항 -윤성효-
비록 이념이 다르고 남북이 분단되어 있어도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았습니다. 북한 응원단이 부산에서 떠날 당시 윤성효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보면 이랬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산가족 마냥 서로를 보내던 상황의 모습이 나타나 있습니다.
당시 기사 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090936
만경봉호를 타고 떠나는 북측응원단. 배를 탄 그들도 눈물로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었다. 2002.10.15 부산 다대포항 -윤성효-
과연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도 남북이 같이 손잡고 입장할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2002년의 기억을 되살려 스포츠를 통한 화해의 장이 마련되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