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책과 유화책, 어떻게 해야 하나요? ③
안녕하세요, 제9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황주룡 기자입니다. 쌀쌀했던 겨울 날씨가 다소 누그러져 이제는 바깥 나들이를 다녀 오기에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이번에도 살얼음판 위를 걷는듯이 아슬아슬합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대북 전략을 채택해야 할까요? 남북관계는 하루 뒤의 일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깔끔하게 규정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는 합니다. 이에 저는 지난 기사에 이어 대북정책을 조금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후,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통일 정책 관점에서 바라 보았을 때, 대북 햇볕정책은 어떻게 규정될 수 있을까요? 한 마디로 '연착륙 후 통일'입니다. 왜 연착륙 후 통일인가요? 먼저 북한 붕괴 시나리오에 대해 두 가지 가정을 해 봅시다. 동구권이 붕괴된 것처럼 북한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붕괴 상황에 직면한다면 어떤 상황이 예상되시나요? 아마도 북한은 한국전쟁에 준하는 강력한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경우 대한민국이 입게 되는 물적, 인적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견딜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무력도발 없이 붕괴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대남 무력도발 없이 북한 내부에서의 쿠데타나 민란이 일어나서 북한의 기존 통치체제가 와해되는 경우에는, 동서독의 흡수통일 사례처럼 우리가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북한 급변사태 시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한다는 사실도 장담할 수는 없는 부분이기는 하나, 일단 기본적인 가정을 흡수통일로 놓고 생각해 봅시다. 이런 경우는 동서독의 흡수통일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큽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서 기본적인 기준들을 충족시키면서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탱해 주려면, 남한이 북한 지역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남한 경제가 감당해 내기에는 엄청난 부담인 셈이지요.
그래서 두 가지 우려되는 상황의 절충안이 '연착륙'인 것입니다. 북한이 전쟁 형태의 무력도발을 하지 않도록, 그리고 북한이 완전히 붕괴되지도 않도록, 북한이 경제적으로 스스로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입니다. 나중에 통일을 하더라도 막대한 통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햇볕 정책은 바로 이러한 가정에 의해 '연착륙 후의 통일'을 바라보는 접근법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대중 정부와 클린턴 행정부가 서로 인식을 같이 하여 일정 부분의 정책 공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김대중 정부와 클린턴 정부의 대북 정책 공조는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엇박자를 내기 시작하며 제대로 진행되지 못합니다.
아무튼 김대중 정부의 통일 정책과 연착륙 후 통일을 목표로 하는 것을 의미하며, 햇볕정책은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대북 화해협력 정책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부의 연착륙 및 햇볕정책은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김대중 정부 이전의 김영삼 정부 통일 정책을 보면, 김대중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영삼 정부는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이라고 해서 통일로 이르는 방향을 '화해협력 단계→남북연합 단계→통일국가 단계'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연합 단계→연방 단계→완전통일 단계'로 설정해 놓았는데,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통일방안 모두 단계별로 통일을 추구해 나가는, 연착륙 후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데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방안 모두 최종적으로는 경제적으로 시장자본주의 경제, 정치족으로 민주주의 정치 및 사회체제로 나아가겠다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이런 지향점을 구체화시키는 방안의 하나로써 대북 햇볕정책을 시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시도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동서독 통일 사례를 이미 보았으니, 햇볕정책이 자신에게 목줄이 될 것임을 알고 경계한 것입니다. 북한은 남북 화해협력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고 하면서도, 그런 것들이 나중에 동서독식 흡수통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이에 대한 경계도 늘 놓치지 않았던 것입니다.
향후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에서 독일 통일의 진행 과정을 바라보면, 독일이 통일될 수 있었던 이유에 우리가 교훈으로 삼을 만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는 서로 전쟁을 한 적이 없기도 하지만, 독일은 71년 동서독이 UN에 동시가입을 한 이후 91년에 통일이 될 때까지, 동서독은 약 20년간 계속 교류협력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70년대 이후부터 동독은 서독에게 경제적으로 많이 의존해 왔습니다. 그리고 서독은 이미 전후 복구 과정을 거쳐 전세계에서 미국, 일본에 이은 경제 대국으로 재성장하였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동독은 서독과의 관계 속에서 군사적인 긴장이나 대립 정책을 펼치지 않았기에 우리와는 배경이나 조건 자체가 많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통일 사례를 교훈으로 삼는 것은 중요합니다. 동서독의 통일이 가능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정부 형태가 내각제였기 때문입니다. 내각제는 연립정부의 구성이 가능합니다. 동서독의 경우 서독이 '신동방정책'에 의거하여 동독을 계속 편입하려는 정책을 20년동안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는데,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연립정부의 구성을 통해 그 정책을 입안했던 핵심 정치 세력이 계속 정부 구성원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년동안 정책의 굴곡 없이 꾸준하게 정책이 펼쳐진 것이고, 동서독은 성공적인 통일을 이루게 됩니다. 동서독 사례가 한반도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바로 정책의 지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저는 기존 대북 연계정책과 유화정책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더 합리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결론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은 어떤 목표에 의해, 어떤 식으로 추진되어 왔나요? 그리고 그것들은 왜 현재까지 성공적인 형태의 결말을 보지 못했을까요? 일단 북한의 태도도 한 몫 했을 것이고, 구조적인 원인으로 정권 교체로 인한 정책 지속성 문제도 큰 요인이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인식의 차이입니다.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남북한 당사자의 인식과 주변 국가들의 인식은 기본적으로 출발점이 다른 것입니다. 이는 같은 현상을 놓고도 해석이 달라지며, 향후 대응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런 문제들은 피할 수 없는 인식의 차이로부터 비롯되므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남북한 당사자들이 서로 공통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사자의 원칙에 입각해서 양측 당사자가 주장하게 되면, 주변 국가들은 상황이 자신의 국익에 맞지 않을 경우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을지라도 이를 방해할 명분이나 권리는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방해 행위를 한다고 해도 국제 사회의 비난이 커지게 되면 함부로 행동할 수 없기도 합니다. 반면 남북한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서 훨씬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남북 문제에 관한 당사자와 주변 강대국들의 인식 차이는 나중에 결국 한반도의 통일 문제와도 연계될 것입니다. 우리는 통일을 원하지만, 주변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원래는 단일한 국가였을지라도 어쨌든 세계 정치 차원의 파워 게임 결과 분단이 되었고, 현재는 분단된 상태로 70년이 지났습니다. 이 정도면 주변국들은 분단된 상태를 정상적인 상태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분단된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국제정치 용어로 '현상유지'라고 합니다. 주변국 입장에서는 분단된 상태가 현상유지인 것이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통일한국'은 국제정치질서의 관점에서 '현상의 변경'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국제정치에서는 현상의 변경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들은 현상 유지 상태에서 이미 이해 관계에 대한 계산을 다 끝내 놓았고, 이 상태에 맞추어 자국의 외교 정책이나 안보 정책을 수립해 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현상 변경이라는 변수가 생기면 미래가 불확실해지며, 손익 계산 또한 불확실해집니다. 또 무력 충돌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를 피하기 위해 현상변경은 가급적이면 지양합니다.
현 상태에서 남북한이 통일을 하는 것은 동북아시아 질서, 세계 질서 상에서 명백한 현상 변경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급적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이해 관계에 걸려 있는 주변 국가들의 인식을 잘 고려해서 노선을 수립해 가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국들의 인식은 한반도의 통일에 호의적인 방향으로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통일 문제는 남북 당사자가 합의한다고 해결될 상황을 넘어섰습니다. 통일을 하게 되면 주한미군은? 그리고 북한 핵무기는? 이와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미국은 계속 한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고, 중국은 휴전선 이남에 있던 주한미군이 압록강까지 올라 오는 것에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해 관게를 잘 조정하는 것은 향후 통일 논의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향후 통일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시각에서 대북 강경책과 유화책 중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아쉽게도 명쾌한 정답은 없으며, 어느 한 쪽에 지나치게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물론 우리는 북한의 도발 및 군사적 행동에 대해 철저한 원칙에 따라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는 북한과 무력충돌 없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북한과의 대화 및 화해협력에 소홀히 해서도 안 됩니다. 남과 북은 정경분리의 원칙에 의거하여 활발한 경제협력, 그리고 통일 및 통합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통일 정책의 지속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차원의 접근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변국들과의 정책 공조 및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유도에도 힘을 써야 합니다.
이번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번에는 새로운 주제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시리즈로 기사 보기
<참고자료>
이정복, 『한국정치의 분석과 이해』,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 제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