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국제포럼 -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그리고 동북아 협력
지난 11월 14일부터 15일, 서울신라호텔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통합적 접근 (Peace and Unific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Comprehensive Approaches)을 주제로 한반도국제포럼 2016이 개최되었는데요. 지난 기사에 이어 이번 기사에서는 세 번째 토론세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세 번째 세션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그리고 동북아 협력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Cooperation)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유성옥 경남발전연구원장, 레온 시걸(Leon Sigal) 미국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국장, 리카이셩(Kaisheng Li) 중국 상해사회과학원 교수, 니시노 준야(Junya Nishino) 일본 게이오대학교 현대한국연구센터장, 글렙 이바센초프(Gleb Ivashentsov) 전 주한 러시아 대사가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최대석 교수는 당장 내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는데요. 이러한 시점에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동북아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이 포럼이 매우 중요하다는 발언으로 세션을 시작했습니다.
세션을 시작하는 최대석 교수 (사진: 유진)
유성옥 경남발전연구원장: 북핵 문제에서 골든 타임 놓치지 말아야
유성옥 원장은 기조연설에서 1993년 1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지 23년이 지났고, 9·19 공동성명을 채택한 지도 11년이 지났다면서, 그 동안 북한은 사실상의 핵무장국이 되었고, 빠르면 수년 내에 핵무기를 실전배치하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과 SLBM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에 대해 북핵 문제에서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며, 미국은 물론 한국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양국 정부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집중력이 흐려지고 정책공백이 길어질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북핵 문제의 엄중성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고, 북핵문제의 최대 피해자이자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을 핵협상에 나오게 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핵포기 결단을 이끌어 내기 위해 북한이 체제생존의 셈법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강력하고 전면적인 대북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는데요. 이와 함께 대화와 협상이 제재를 회피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같은 노력에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에는 김정은 정권의 레짐 체인지를 본격 추진하는 플랜 B를 준비하면서 유관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레온 시걸 미국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국장: 협상 없는 압박은 이미 실패한 정책, 더 결연한 접근법 채택해야
레온 시걸 국장은 구덩이에 빠졌을 때는 파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협상 없는 압박은 과거에도 효과가 없었고, 현재로서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언급으로 기조연설을 시작했는데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즉 협상 없는 압박이 실패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지닌 북한 붕괴에 대한 신념도 개선되지 않았고, 중국에 의한 해결책 제시에 의존하는 것도 성공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제까지 한미 정부가 북한과에 대화 참여에 노력한 공동 참여 시도는 유효하게 작동했으나 제재에 의한 강압은 실패해왔다면서, 지속적인 강압 정책으로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고조된다면 양측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른 추가적 분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한반도 내 평화 협상과 핵무기가 없는 구역(Nuclear Weapons Free Zone)을 만드는 것을 제시했는데요. 한반도 내 평화 협상은 북한에게 한미와의 관계에서 장기간 추진해온 화해의 표명임과 동시에 적개심의 종결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모던 핼퍼린(Morton Halperin)이 제안한 핵무기가 없는 구역을 만드는 방안은 한국, 일본, 북한 3국이 모두 핵무기의 제조, 실험 및 배치를 포기하고, 자국의 영토 내에서 핵무기를 보관하는 것을 불허하는 것입니다.
레온 시걸 국장은 미국, 한국, 일본이 북한과의 화해를 위해 아직 이 정도로 포괄적이고 결연한 접근을 취한 적은 없었다면서, 3국이 이러한 접근을 취하기 전까지는 문제만 더 발생시킬 뿐, 북한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리카이셩 중국 상해사회과학원 교수: 북핵위기 해결에 있어서는 한미중 3국의 협력이 필수적
리카이셩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북핵위기의 심화와 함께 한미일 3국의 협력관계는 강화되었지만, 한미중 사이에는 조정보다 분쟁만이 생겼다면서, 한미중 3국의 협력 없이는 북핵위기의 효과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한미중 3국이 새로운 협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미래 안보와 질서 마련에 대한 사전 합의 도달: 북핵문제는 핵 문제일 뿐 아니라 미래의 한반도 질서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미래 한반도 질서에 대한 사전 합의 없이 실질적인 협력은 불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은 핵 문제의 치명성을 인지하고, 이 사안을 전략 경쟁과 구분하여 동북아에서 공존하는 것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평화적 비핵화 고수 및 이를 성취하기 위한 효과적 접근법 모색: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대화에 관심이 적고, 중국은 북한에 보다 강력한 제재를 부가하는 것에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국인 3국이 응집하여 평화적 비핵화라는 목적을 상기하는 한편, 이를 이루기 위한 효과적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리카이셩 교수는 위의 두 절충안을 이루어 내기 위해 양자 혹은 삼자 대화 메커니즘이 고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어서 한중일 3국의 협력에 근거하여 북한과의 새로운 대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학교 현대한국연구센터장: 남북과 미중(2+2) 주도의 북핵문제 접근 필요
니시노 준야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일단 비관적이라며, 북한은 그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계속해서 달릴 것이고, 그들의 계획에 맞춰 어느정도 스스로 안심할 만한 핵 능력을 갖출 때까지 핵 실험을 계속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협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세 가지 대응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이미 다섯 차례의 핵 실험으로 북한의 핵 보유가 분명해졌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요. 니시노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핵 억지력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일본은 미사일 방어 사업에 역점을 두는 한편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할 수 있다면 한국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싶다고 언급했습니다.
두 번째는, 북한이 더 이상 핵을 추가적으로 보유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니시노 교수는 이는 제재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일본은 북일 간 경제관계가 없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제재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 특히 UN 안보리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 번째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을 줄이는 것입니다. 니시노 교수는 일본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납북자 문제에 대한 대화 채널이기 때문에 비핵화 문제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구조적으로 일본이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직접적으로 당사자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는데요. 따라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북과 미중(2+2)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면, 일본은 그 과정에서 건설적인 지원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니시노 교수는 덧붙여서 미국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 협력의 관점에서 큰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의 동북아 정책이 어떻게 될 지 불투명하지만 정부가 들어선 직후 약 6개월간의 정책 검토 기간을 잘 이용하여 우리의 입장을 전달한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한미일 공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글렙 이바센초프 전 주한 러시아대사: 남북한과 역내 국가들 간의 협력관계 형성이 중요
글렙 이바센초프 대사는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이라면서, 북한 정권이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바센초프 대사는 북한 정권은 계속해서 상당한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기 떄문에, 우리는 북한을 향해 확성기에 대고 소리칠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눠야 하며, 당근 없이 채찍만을 가하는 대북정책은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덧붙여, 러시아 또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은 북한을 포함한 모든 지역 국가들에게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상기의 제도는 그 어떤 역내 행위자도 안보와 관련하여 우려하지 않을 정도로 설득력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바센초프 대사는 북핵 프로그램의 동결 및 해체와 한반도의 정치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는데요. 현 시점에서 남북한 모두 통일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유관국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당장 긴급하게 행해져야 하는 노력은 남북한의 통일이라기보다는 남북한 간 그리고 역내 국가들 간의 협력관계 형성과 발전이라고 말했습니다.
토론세션 종료 후 기념촬영하는 사회자와 토론자들 (사진: 유진)
Q & A
최대석: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 정책이 상당히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부 채널을 통한 북미대화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는데, 향후 한국 정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북미간에 직접적인 핵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까?
레온 시걸: 저는 무엇보다 한국을 배제하고 북미가 대화하는 것에 완전히 반대합니다. 오히려 한국이 주도해서 북한이 대화에 참여하도록 하는 경우에 미국도 북한과의 협상이 훨씬 수월합니다. 또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북한도 수차례 남한을 포함시켜서 대화하자고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참여하지 않고 북미간에 직접적인 협상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협상의 여지는 분명 열어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대석: 니시오 교수님이 보시기에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일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겠습니까? 북한이 일본에 크게 위협이 되고 있지 않고 북일관계가 크게 나쁘지 않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일본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으십니까?
니시오 준야: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문제는 남북과 미중 4자가 풀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남북이 협의하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를 바꿔야 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구조적으로 일본은 전반적인 과정을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반도 통일에 개입하고자 한다면 한국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한반도국제포럼 2016의 세 번째 토론세션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최대석 교수는 세션을 정리하면서, 지금의 한반도는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어스름한 상황이라며, 우리가 이를 다시 어둠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 번째 세션을 마지막으로 한반도국제포럼 1일차 일정이 막을 내렸는데요. 실제 세션에서는 훨씬 더 많은 내용이 다뤄져서 북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는 매우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제 9기 대학생 기자단 이화여자대학교 유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