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국제포럼 -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적 환경
지난 11월 14일부터 15일, 서울신라호텔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통합적 접근 (Peace and Unific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Comprehensive Approaches)을 주제로 한반도국제포럼 2016이 개최되었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첫 번째 토론세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세션은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적 환경 (International environment for Korean Unification and Peace in Northeast Asia)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가렛 에반스(Gareth Evans) 전 호주 외교부 장관,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첫 번째 토론 세션 (사진: 유진)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대북 압박과 대북 관여를 모두 고려하는 복합적·포괄적 대북 접근 필요
먼저 각 토론자들의 기조연설로 세션이 시작되었는데요. 먼저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구도는 여전히 공고하며, 동북아 질서, 나아가 세계 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강대국과의 협력과 갈등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매듭이 존재한다는 발언으로 기조연설을 시작했습니다. 덧붙여, 지난 25년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현재 우리는 매우 참담하고 비관적인 현실을 목도하고 있으며, 이제 국제사회가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문제의 본질인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조연설하는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사진: 유진)
류길재 전 장관은 북한의 개혁개방과 평화적 통일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북한문제에 세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고 발언했습니다.
첫 번째로, 비핵화 프레임을 넘어 북한의 변화라는 보다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목표에 접근하는 것입니다. 북핵문제에 고립되어 북한문제라는 궁극적인 목적에서 멀어지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북핵문제에 집중하되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통일이라는 포괄적 관점으로 대북접근의 범위와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북한체제에 대한 직접적 접근을 모색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존하는 김정은 체제가 변화하지 않는 한 북핵문제의 해결도, 동북아의 안정도, 한반도의 통일도 어렵기 때문에 북한체제의 역사적 특수성과 역내 지정학적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체제가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역적 환경과 외교적 지형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북한의 시장화와 개방화를 위한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국제레짐을 통한 밖으로부터의 압박과 함께 북한체제 안으로부터의 점진적 변화동력을 축적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제한적 관여와 확산은 북한주민의 의식변화와 북한체제의 점진적 변화 동력 창출을 위한 유일한 통로라는 것입니다.
류길재 전 장관은 이러한 접근에 기초하여, 현재 전면적 대북 압박은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대북 관여 옵션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복합적이고 포괄적인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였습니다.
가렛 에반스 전 호주 외교부 장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역내 국가들의 협력 구도 형성 필요
이어서 가렛 에반스 전 호주 외교부 장관은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지역패권 다툼과 한중일 간 역사전쟁,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해 동북아에서의 평화정착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외부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동북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간에 안정적이고 협력적이며 비대립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가렛 에반스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각자의 어조와 행동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미국이 스스로가 더 이상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이 아니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중국과의 상호협력을 통해 어느 정도의 전략적 공간, 규범 생산권, 규범 집행권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는, 북한이 충동적이고 위협적인 행동 방식을 개선하고 보통국가화 되는 것입니다. 가렛 에반스 전 장관은 이를 위해 북한과 협상을 시도할 필요가 있으며,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도 전제조건을 설정하지 않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 번째는, 동북아 지역의 국가들, 특히 한국과 일본, 러시아가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위를 삼가는 것입니다. 가렛 에반스 전 장관은 상호 공존하고 협력하는 두 강대국(미국과 중국)과 함께 어떤 국가도 역내 불안정성을 야기하지 않는 근본적인 평화가 달성되지 않고는 남북이 평화롭게 통일되는 것이 의미가 없다면서, 역내 국가들이 이를 인지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요소는 동북아의 모든 행위자들이 협력적 안보의 사고방식을 적용하고, 그들의 국가이익이 대립이 아닌 협력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가렛 에반스 전 장관은 네 번째 요소가 상기 세 가지 요소의 근본 요소라면서, 네 번째 요소의 핵심은 역내 행위자들이 공동 안보, 협력 안보의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동북아 평화에서 북핵은 절대 용인될 수 없어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번 포럼이 세계에서 가장 비극적인 문제를 다루는 포럼이라며, 점차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의 평화 문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발언으로 기조연설을 시작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주의를 끌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는데, 북한은 군사적으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라며, 결국 스스로가 핵 무장국이 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원하는 것을 받아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에 확실히 납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서는, 트럼프 후보와 트럼프 당선자는 다를 것이라면서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한다거나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등의 공약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분명히 한미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중국과도 지속적으로 대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협상의 문을 열어두어야 하겠지만, 과거 북한이 약속을 반복해서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 핵 동결 등의 옵션에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그 어떤 미국 대통령도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북한이 계속해서 핵을 개발한다면 더 이상 미국의 전략적 인내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토론세션 종료 후 기념촬영하는 사회자와 토론자들 (사진: 유진)
Q & A
문정인: 류길재 전 장관님은 대북정책에서 단기적으로는 제재압박 정책이, 중장기적으로는 관여정책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이 두 가지 정책을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겠습니까?
류길재: 문제는 두 가지 정책 중 어떤 정책을 쓸 것인지가 아니라 두 가지 정책을 어떻게 조합해서 어떤 시점에 쓸 것인지 입니다. 지난 16년간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을 보면 이런 점에서 대북정책, 전략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은 굉장히 강력하게 압박하고 제재하여 북한 지도부에 핵을 허용할 수 없다는 우리와 국제사회의 입장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제재와 압박이 계속 이루어질 수는 없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중장기적으로 대화나 교류협력으로 북한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이에 필요한 수단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문정인: 선제타격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국내 여론은 선제타격을 지지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말로 북한에 선제타격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크리스토퍼 힐: 제가 낙관적일 수도 있겠지만, 신임 대통령이 바로 3차대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는 있지만 상황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는 않습니다. 북한과 관련해서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북한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자 한다면 북한과 절대 정상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으며, 제재를 계속해서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알리는 것입니다. 선제타격은 사실 현실적인 수단은 아닙니다. 전쟁을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어느 나라에서건 전쟁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다만, 북한처럼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합의조차 지키지 않는 국가와는 협상 자체가 어렵습니다. 북한만 예외로 둘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협상에 앞서 북한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합니다. 만약 북한이 원하는 것이 체제안전에 대한 보장이라면, 우리는 이 부분을 이미 9‧19 공동선언에서 보장한 바 있습니다만 북한은 스스로 이를 파기했습니다. 북한 스스로가 자신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좌시할 수도 없습니다. 북한이 정말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미국은 이를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정인: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 차관보는 트럼프 정부가 보통 정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에 동의하십니까?
가렛 에반스: 더 정확하게, 힐 전 차관보께서는 트럼프 정부가 정상적인 정부가 될 기회가 있다고 하셨습니다만, 저는 회의적입니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기질을 보면 스스로를 잘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2005년부터 시작된 북한과의 대화를 회고해봐도 북한과의 협상은 매우 어렵습니다. 현재 북한은 다량의 핵물질을 비축하고 있으며, 핵무기 소형화나 ICBM 개발 등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선제타격을 고려해야 할까요? 선제타격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선제타격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가졌고 핵무기나 미사일을 발사 가능하다는 가정 하에 가능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자신을 죽음으로 밀어 넣을 것이 뻔한데도 핵과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문정인 교수 (사진: 유진)
이상 한반도국제포럼 2016의 첫 번째 토론세션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문정인 교수는 세션을 정리하면서, 대북정책에서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제재와 압박, 억제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화와 협상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며, 이를 위한 국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세션 내용은 추재훈 기자님의 기사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세 번째 세션 기사에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제 9기 대학생 기자단 이화여자대학교 유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