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북한을 맛보며 즐기다-남북영화상영전700
북한 영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북한의, 북한에 대한, 북한사상이 담긴 영화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관심이 없으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영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배우들은 어떻게 생겼을지, 배경은 자연 그대로일지 아니면 우리처럼 제작한 스튜디오일지, OST는 있을지 등이 정말 궁금했습니다.
제1회 남북영화상영전 SNKF의 개막식 날, '굿바이 평양'(양영희 감독)을 처음보고 잔잔한 감동을 받은 후에는 더 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북한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이 가진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700여명의 시민을 위해 열린 남북영화상영전 700행사를 다녀왔는데요. 생생한 현장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SUPER PLEX G에서 진행된 특별한영화상영전
지난 수요일 (2014.10.29.) 늦은 6시에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몰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이 특별한 행사는 베일을 벗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크린을 자랑하는 SUPER PLEX G에서 사전신청자 700명에게 무료 북한 영화 관람의 기회와 북한먹거리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 이벤트로 700명의 사람으로 한정지은 것이 무안할 정도로 빈자리가 많았습니다. 최근 불거진 대북전단살포 등의 여파로,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었던 '통일문화주간2014'(10.25~11.1)의 홍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행사가 북한영화의 상영으로만 끝났다면 영화만 피운 것이지 '영화를 통해 통일을 꽃피우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의의를 꼽으라면, 상영 전 있었던 북한문화전문가의 GV(해설)가 아닐까 합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가 북한영화를 볼 때의 자세와 상영작 '디어 평양'에 대한 짧은 강연을 했습니다.
북한영화 한 편을 보았다고 해서 북한영화 전체를 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며, 제작당시의 사회상황에 비추어 영화의 배경과 결말 그리고 대사를 이해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강의 자료로 쓰인 PPT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설명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북한문화에 대한 강의를 행사 식순에 포함한 것이 참신하였습니다.
제2회 SNKF 때에는 내용자체와 그것의 전달에 있어서 한층 더 명확해지고, 해설의 초점과 행사 이후 문화체험이 영화 속 이야기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일본에서 조총련 활동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감독 양영희가 십수 년간 일본과 북한을 오가며 자신의 가족의 모습을 담아 다큐멘터리 식으로 엮어낸 영화임을 설명 받은 후, 영화 '디어 평양' 볼 수 있었습니다.
재일교포2세 딸이 그리는 한 가족의 사랑, 디어평양 (Dear Pyongyang, 2006)
2006년 개봉한 '디어 평양'은 북한을 다룬 영화로써, 일본에서 북한으로 귀국한 세 아들과 일본에 남아있는 부모와 막내딸(양영희 감독)이라는 가족 특성을 이용하여,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하여 북한과 일본 모습을 여과 없이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북한과 일본 사이 관계가 좋을 때는 북한에 있는 가족 '면회'를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으리으리한 선체로 1970년대,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수많은 사람을 북한으로 실어 날랐던 배 '만경봉 호'를 타고 말이죠. 일본에서 조총련 간부로 활동하면서 북한정부로부터 수많은 훈장을 받았던 사람에게도 자신의 아들을 보러 가는 길은 그리 쉽게 허락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회주의 운동가들에게는 지상낙원이라 불린 북한이었기에 아들 셋을 보냈지만, 시간이 흐른 후 지난 날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아들들에게는 미안해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손주들이 다니는 학교는 수도인 평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방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발에 동상이 걸렸다는 말을 통화로 전해 듣고 양영희의 어머니는 손난로를 가득 사서 큰 박스 여러 개를 북한으로 부칩니다. 그렇게 늘 겨울이 되면 아들 가족뿐만 아니라 며느리의 가족과 그 외 수많은 사람에게 손난로를 박스 채 보내는 어머니의 손길을 보며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클래식을 좋아하던 첫째 아들은 북한에 건너간 이후 꽤 오랜 시간 동안 외국음악이라는 이유로 클래식을 듣지 못하다가, 가사가 있지 않은 연주곡에 한해서 들을 수 있도록 법이 풀리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피를 물려받은 첫째 손주는 피아니스트의 꿈을 꾸며 늦은 시각까지 연습을 합니다. 역시나 전기는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놓은 상태로 말이죠. 성분이 좋은 사람들만 살 수 있는 수도 평양. 그곳에서의 생활이 그 정도이니 1990년대 북한 내 다른 지역들의 상태는 어떠했을런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분단된 상황이 되려 자연스러운 우리 세대에게 분단으로 인한 현대판 이산가족을 보며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
북한 대표음식 두부밥과 개성약과 체험식
남북영화상영전 700행사의 끝은 '북한문화(먹거리) 체험'이 장식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영화가 끝나고 하나 둘 빠져나오는 관객들에게 위와 같이 '두부밥'과 '개성약과'를 나누어주었습니다. 두 시간 반 이 넘는 시간동안 자리에 함께했던 사람들은 주린 배를 채워주고, 북한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줄 이 두 음식에 대해 무척 궁금해 하는 눈치였습니다. 자기 입맛과 맞지 않는다며 한 입만 먹고 그만 먹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기분 좋게 줄을 지어 기다리며 받아먹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간편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북한음식으로 유명한 두 종류의 주전부리로 북한문화체험이 이루어졌습니다. 다음에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먹는 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다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 기분 좋은 상상을 해 봅니다.
문화계에서 통일을 향한 발걸음들이 하나 둘 모이다 보면, 기대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점점 더 많아지겠지요. 그런 바람들이 모여서 멀게만 느껴지던 통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탄탄해 질 것이라 믿습니다. 제2회, 3회... 회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북한의 영화들이 대한민국 극장에서 상영되고, 더 많은 국민들이 북한문화를 직접 보고 맛보며 체험하길 바라며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통일부대학생기자단 7기 김다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