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군인들이 이순신을 만났다? - 영화 천군
2005년 개봉한 영화 <천군>을 기억하시나요? 남북한 군인들이 1572년 조선시대로 돌아가 그곳에서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는 설정의 판타지 역사영화였는데요, 이 영화는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영화를 깊게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영화가 주는 의미와 교훈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천군>은 과연 분단된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오늘은 영화 <천군> 리뷰를 통해 그 의미를 모색해보려 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2005년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05년 현재, 한반도는 분단 상태로 남북한이 서로 대치하고 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 관계는 군사 협력의 단계까지 발전하기에 이릅니다. 남북한은 압록강에 광개토연구소를 설치하고 극비리에 공동으로 핵무기 ‘비격진천뢰’를 개발합니다. 그러나 비격진천뢰의 존재가 드러나자 한반도에 핵무기가 있는 것을 반대하는 강대국들의 압력에 의해 비격진천뢰는 미국 측에 양도될 위기에 처합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북한장교 강만길을 필두로 한 북한군들은 비격진천뢰를 훔쳐 달아나고, 남한장교 박정우와 휘하 장병들은 그들을 추적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433년 만에 지구를 지나는 혜성에 의한 영향으로 남북한 군인들은 1572년 조선시대 변방마을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놀랍게도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만납니다. 그러나 그들이 교과서를 통해 배운 것과는 달리 28살의 젊은 이순신은 무과시험에 낙방하여 방황하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런 이순신을 보며 크게 실망하고 괴리감을 느낍니다.
한편, 남북한 군인들이 머물고 있는 변방 마을엔 오랑캐들이 끊임없이 약탈과 살육을 자행하여 무고한 백성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소녀가 오랑캐들에게 농락당한 후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본 청년 이순신은 마침내 길었던 방황을 마치고 오랑캐들로부터 백성을 지키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남북한 군인들의 도움을 받아 오랑캐들의 침략을 막아내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큰 줄거리입니다.
영화 속에 반영된 분단 상황과 그의 극복
영화는 현재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절묘하게 그려내면서, ‘이순신’이라는 한민족의 영웅을 매개로 그를 극복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극중 남북한 군인들은 잠을 자거나 밥을 먹을 때도 모래바닥에 줄을 긋고 목책을 세우며 대립하는데 이 목책은 휴전선을 상징합니다. 그러자 이순신은 목책을 발로 차서 무너뜨리고, 모래바닥에 그어진 줄을 지운 뒤 “한 집안에서 사는 사람들끼리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호통을 칩니다.
남북한 군인들은 이순신을 두고서도 서로의 다른 가치관과 사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북한군은 이순신을 일컬어 “남조선 반공정권이 만들어낸 영웅”일 뿐이라며 깎아내리고, 이에 격분한 남한군은 “너희 그 위대한 장군(김일성)은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든다며?”라고 대응합니다. 이처럼 사상과 체제의 차이로 이들은 끊임없이 대립을 하지만 오랑캐의 침략 아래 고통 받는 조선 백성들을 보며, 그들을 지켜내고자 하는 이순신의 진정성과 영웅적 면모를 보며 마침내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이순신을 도와 함께 싸울 것을 결의합니다. 남북한 군인들이 함께 오랑캐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최대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남북한 군인이 함께 이순신 장군께 군례를 올리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매우 감명 깊은 장면으로 각인되었습니다. 이 장면은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에필로그에서는 그로부터 25년 뒤인 1597년 명량해전을 짤막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느덧 방황하는 청년이 아닌 조선수군의 최고사령관인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이순신은 대장선 위에서 대장검을 뽑아 들고 진격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뒤로 보이는 낯익은 얼굴들... 바로 청년 이순신과 함께 오랑캐의 침략에 맞서 싸웠던 남북한 군인들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군복을 입고 싸웠던 그들은 이제 분단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옛 군복을 벗어던지고, 같은 군복을 입은 채 이순신과 함께 왜적의 침입을 막아냅니다.
영화는 비록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진 허구에 불과하지만, 영화 <천군>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미 통일부 블로그를 통해 한 차례 소개된 바 있는 것처럼 북한에서도 이순신 장군은 영웅으로 받들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이순신 장군이 영웅일까?" - http://blog.unikorea.go.kr/2230) 남한의 영웅, 북한의 영웅이 아닌 하나의 민족, 한민족의 영웅으로서 이순신 장군은 아직까지도 남북통일의 구심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비단 이순신 장군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영화에서처럼 우리 민족은 반만년을 함께 살아오며 수많은 외침을 막아낸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우리의 역사라 인식하는 것도 지구상에 남한과 북한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평화통일을 이룩하고 한민족으로 거듭나 분단된 역사를 극복하고 다시 하나의 역사를 써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에는 영화 <천군>과 함께 한반도 통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이상으로 상생기자단 5기 김경준 기자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및 영화 장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