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의 동물다큐, 그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의 향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15. 06:00



출처 : 포효하는 호랑이, 파이낸셜뉴스 (2009년 12월 31일)

 여러분 동물다큐 좋아하십니까?

 솔직히 다큐멘터리 가운데 동물다큐만큼 흥미진진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동물다큐에는 사슴의 사랑을 위한 뜨거운 싸움과 연어의 새끼들을 위한 위대한 헌신 그리고 치타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질주와 같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도 이러한 동물다큐들이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한때 남한에서도 제법 화제가 된 작품인데 바로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동물들의 싸움>과 <동물의 번식(부제 : 동물의 쌍붙기)>입니다.


1 인위적인 싸움의 슬픔, <동물들의 싸움>

<동물들의 싸움> 호랑이 vs 사자, 셰퍼드 vs 사자 등 다양한 동물들의 한판승부를 다루고 있다. 출처 : YOU TUBE


 누구나 어렸을 때 한 번 정도는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지 또 곰과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지에 대해서 친구들과 하굣길에 논쟁해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1997년 한 월간지의 부록을 통하여 우리에게 공개된 다큐 <동물들의 싸움>은 바로 어릴 때의 그 논쟁에 대한 해답을 다루고 있는 다큐로 호랑이 대(對) 사자, 반달곰 대 사자, 셰퍼드 대 풍산개 등 다양한 동물들의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한판승부’를 시청자들에게 일말의 여과 없이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다큐를 계속 보고 있자면 약간 씁쓸한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이 다큐에서의 싸움이라는 것이 자연적인 것과 너무나도 유리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본디 동물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영토나 새끼를 지키기 위하여 또는 짝짓기의 상대방을 얻기 위하여 싸우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동물다큐에서 나오는 싸움의 장면 역시 바로 이러한 자연적인 싸움을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헌데 이 다큐에서의 싸움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 다큐에서의 싸움은 그저 단순히 인간의 ‘재미’와 ‘호기심’의 자극적인 충족을 위하여 붙여진 ‘인위적인 거짓의 피 튀기기’일 뿐입니다.


2 자극적인 훔쳐보기, <동물의 번식>

<동물의 번식> 출처 : YOU TUBE

 북한은 동물들의 싸움뿐만 아니라 사랑도 다큐로 제작하였으니 지난 1987년 조선과학영화제작소에서 만들어진 <동물의 번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다큐는 동물들이 어떻게 번식의 과정을 겪는지를 일말의 여과조차 없는 영상과 구성진 내레이션으로 풀어내고 있어 동물들의 짝짓기에 관한 연구의 자료로 활용하기에는 아주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연구용 자료가 아닌 대중매체로서의 일반적인 다큐로서 이 작품은 그저 ‘자극적인 훔쳐보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봐온 동물의 사랑에 대하여 다룬 다큐에서는 구애의 과정, 연적(戀敵)과의 싸움, 목숨을 건 짝짓기를 하는 종(種) 등 단순한 짝짓기 장면만을 넘어 ‘동물의 번식’에 관한 다방면의 현상들을 두루 다룹니다.

 허나 북한의 이 문제작은 낯이 부끄러울 정도로 세세하게 관찰한 동물들의 짝짓기 장면만으로 이뤄져있으며 또한 그에 대한 해설 역시 이제껏 들어온 학술적인 설명이라기 보단 마치 술자리에서의 패담(悖談)에 가깝습니다.


3 두 문제작의 탄생원인과 그 해결책으로의 통일

 지금까지 <동물들의 싸움>과 <동물의 번식>. 이 두 작품에 대하여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습니다. 어떻습니까? 동물들의 싸움과 번식이라는 위대한 드라마를 한낱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액자에 가두어 극화(劇化)시킨 북한의 두 문제작. 우리가 일반적으로 봐왔던 동물다큐가 ‘위대한 파노라마’라고 정의가 된다면 북한의 이 두 문제작은 한낱 ‘구경거리’로 정의가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이처럼 북한의 동물다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매우 다릅니다. 이는 북한체제의 오랜 국제적 고립으로 말미암은 동물에의 후진적 인식과 함께 철저히 통제된 체제 내에서의 흥미요소부족이 일으킨 결과라 하겠습니다.

 생명의 위대한 파노라마를 한낱 구경거리로 다루는 북한체제! 상생공영의 통일만이 북한주민들에게 동물다큐 특유의 가슴 벅찬 감동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