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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인터뷰] 트럼프는 Madman이다?


※ 본 내용은 통일부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망원동에서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를 만났습니다. 정욱식 대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평화운동가이자 인권활동가입니다. <한반도 시나리오>, <사드의 모든 것> 등 여러 이슈가 되는 책으로 유명하고, <진짜 안보>와 같은 팟캐스트로도 유명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이번 한반도 '4월 위기설' 등에 대해 정욱식 대표의 날카로운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정욱식 대표와의 일문일답입니다.


Q. 6차 핵실험에 대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까요?

A. 북한이 핵실험을 할지 말지는 모르지만 기술적인 준비는 끝난 상황으로 봅니다. 최근에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처럼 보이는 행태들이 실제로 핵실험을 하기 위한건지, 혹은 판을 키우고자 하는 건지, 즉 북한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에 대한 판단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향후 정세도 핵실험을 전제로 말하기는 어렵습다. 4월 15일이 태양절과 25일이 인민군창건일이고, 따라서 이 기간 사이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1차 핵실험부터 5차 핵실험까지 핵실험이 벌어진 날을 고려해봤을 때, 핵실험 여부는 북한의 기술적 판단에 있습니다. 북한은 기술적으로 할 때가 되었다 싶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북한은 핵실험이 필요할까요? 핵실험은 안하길 바라지만, 만약에 한다고 해도,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압박과 제재보다 높은 수위의 무력사용까지 추진되게 하는 것은 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뿐입니다. 평화적 원칙이라는 대원칙을 지켜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압박과 제재 위주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무게추를 이동시켜 나가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Q. '4월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시리아 폭격, 칼빈슨함의 한반도행 등 실제적 이벤트가 있고, 15만 중국군의 북중접경지역 배치, 4월 27일 폭격설 등 구체적인 루머도 떠돌고 있습니다. 이 위기설에 실체가 있나요?

A. 트럼프는 워낙 예측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미중정상회담 기간에 시리아를 공습했고, 정상회담을 끝내고는 호주를 향하던 핵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로 돌렸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이 독자적으로 나서겠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심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이것은 트럼프가 미친 것이 아니라 미친 척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미친자 이론(Madman Theory)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설마, 하지만 혹시?"하는 불안감을 심어주고, 그 불안감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는 1차적으로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미친 척을 할 때는 말려들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입니다.


Q. 중국에 대해, 중국 역할론을 넘어 중국 대행론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역할론은 현실적인가요?

A. 미국이 북핵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왜 그런 것일까요? 미국의 입장에서 북핵을 이대로 방치하면 미국의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판단해서, 조속한 문제해결을 하고자 함은 당연합니다. 다만 미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가진다고 해도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것을 중국과의 무역협상 등에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인지, 혹은 당장 트럼프가 처한 미국 국내정치적 상황이 임기 초반부터 레임덕이나 탄핵 이야기가 나오니까 내적인 문제를 외부로 돌리고자 하는지, 정확한 판단은 어렵습니다. 복합적입니다. 판단의 여지가 여의치는 않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전환기입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습니다. 핵심은 무슨 수를 써도 해결해야 하는 것인데, 무력 해결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해야 합니다. 중국의 제재 또한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남는 것은 협상입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결국 협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Q. 미국, 중국, 한국이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나요?

A. 프레임을 잘 짜야 합니다. 지금은 미국이 "중국이 문제"라는 프레임을 잘 짰습니다. 성공한 것이죠. 그 결과 북한에게 강력한 제재를 하자는 입장이 중국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재가 약해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제재는 북핵문제의 해결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북핵문제를 악화시키기만 했습니다. 지금의 현실이 그 증거입니다. 제재 위주에서 협상 위주로 전환해야 합니다. 제재보다 협상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게 해야 합니다. 가령 중국을 압박해 중국의 대북 송유 파이프 라인을 막는다고 해서, 북한이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제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북핵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협상다운 협상이 없었습니다. 2008년이 마지막 6자회담이었고, 이후 평화협정회담도 2012년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차기 한국 정부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협상에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미국도, 중국도, 차기 한국정부가 협상만 강조한다면 협상이 가능합니다. 북한 또한 외교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협상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바뀌고 있습니다. 제재에서 협상으로, 프레임을 다시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지금은 사실상 미국이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힘을 쓸 역량이 되나요?

A. 한국은 게임체인저(Game-Changer)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의지를 갖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중국은 어찌 되었든 이런저런 이유로 골치가 아픈 상황인데, 한국, 북한, 미국에 동시에 공격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드문제도 그렇고, 또 북한은 하지 말라고 말하면 더 심하게 합니다. 그러다보니 중국에게는 상황 반전이 필요하지만 더 이상 중국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한국이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한국 정부는 중국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한국이 이 문제에 적극적 의지를 가진다면, 한국과 중국이 손을 잡고 북한과 미국을 견인할 수 있는 협상테이블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한국이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로 미중 양측을 설득하면서, 6자회담이라던지 4자회담(한국, 북한, 미국, 중국). 남북대화, 북미대화 등을 추진하고, 비핵화와 평화협정회담이 같이 열리도록 하는게 바람직합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성공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핵문제는 단박에 해결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북핵 동결과 평화협정 체결을 장기적으로 가지고 가야 합니다. 트럼프는 아직 북한에 대해서 이념적이거나 도덕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수준으로 보이는데, 아시아 전략에 대해 북한을 꽃놀이패로 삼아서 이용하기 시작하면 한국이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지금의 트럼프는 오히려 그렇지 않습니다.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협상을 하는 과정에, 그랜드 바겐에 대한 가능성도 더 열려있습니다.


Q.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나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극도로 적대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협상을 말할 수 있을까요?

A. 상황이 악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안타깝죠. 그러나 지나치게 이분법적인, 찬성 아니면 반대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차기 정부가 한-미-중 세 나라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해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미-중 삼국에게 전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를 통해 합의의 기반을 닦을 수 있습니다. 가령 중국이 치를 떨면서 싫어하는 사드 배치를 내년 말까지 잠정적으로 유보하고, 그러한 가운데 한미중 삼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노력하자, 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합의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Q. 사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사드는 북핵을 막는데 무용지물입니다. 사드 배치가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 국익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애초에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이 강하게 반발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막상 사드를 배치하고 중국이 반발하기 시작하는데 대비책도 미비합니다. 사드는 백해무익합니다. 다만 이미 배치를 하겠다고 한 지금 정책을 바꿀 경우, 한미관계 어떻게 될 것이냐, 우리가 중국에 질질 끌려가는 것 아니냐, 하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드 배치를 철회한다고 해서 한미동맹이 흔들릴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드는 보험사기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미국에 적극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사드는 한국을 방어하는 신의 방패처럼 포장되었지만, 실상은 주한미군을 방어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한 중국과 무관하다고 하는데, 지금 중국이 이렇게 난리를 치면서 보복을 하고 있습니다. 즉, 사드는 북핵 사태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고 북핵을 방어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중 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습니다. 이제는 미국에 이야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것이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마치 불경죄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정도 전략적 논의는 동맹 간에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동맹이므로 더 해야 합니다.


Q. 지금껏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선핵폐기냐, 선평화협상이냐 하는 문제가 컸습니다. 테크니컬한 측면에서 어떻게 해야 이런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A. 협상의 방법은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방법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이 문제예요. 협상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한국 정부가 엉뚱한 의지에 매달려서 문제입니다.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허구적인 북한 붕괴론에 매몰된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가? 북한이 핵 실험, 미사일 실험, 인공위성 발사 등 로켓 발사 중단을 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한미군사훈련 중단 혹은 축소, 북미 고위급 회담 등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4자회담을 통해 가능합니다. 중국이 지금까지 이야기한 북한의 비핵화, 즉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유예와 평화협정 개시를 스타팅 포인트로 잡고, 이를 중대한 전환점으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가령 북한의 핵동결과 관련된 핵심 3NO(No More, No Better, No Export)를 관철시키고, 4자 간에 평화협정 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려해야 할 것은, 핵동결은 시급하게 취급되고 빠르게 해결될 수 있지만 평화협정은 지난한 과정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평화협정을 두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상호불가침 등을 기본적으로 약속하는 기본협정과, 그 각론들과 부속조치들을 명시한 추가의정서 내지는 부속합의서로 이원화할 수 있습니다. 


Q. 그것이 북핵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지 않나요?

A. 방금 이야기한, 이원화한 평화협정의 1단계인 기본협정에 한반도 비핵화 조약을 넣고, 북한이 폐기해야 하는 핵 관련 대상, 폐기 방식, 폐기 시한을 명시할 수 있습니다. 북핵 폐기의 조건과 환경을 북미수교를 통해 정하고, 이러한 디테일들은 부속합의서에 조건부 시한을 넣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북핵을 인정한다는 식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Q. 지금의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요?

A.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김정은 체제가 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을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고, 또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핵을 통해 재래식 군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핵 폐기는 기나긴 과정을 필요로 하는 문제입니다. 차기 정부가 누가 되더라도 차기 정부 임기 중에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북핵 문제에 대해 전환점을 만들어내고, 합의가 이행되는 절차를 공고하게 만드는 것이 최대로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김정은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지금까지는 제재가 이용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협상의 시스템을 가동시키면서, 다양한 의제들을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해나가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권력정치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에서 인간 사이의 케미가 필요합니다. 차기 한국정부가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트럼프와 김정은을 만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매드맨이 만나면 어떤 것이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정상회담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사례는 많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을 만드는 일정정도의 조건과 방향을 가늠하면서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물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어떤 인간적 케미가 일어나느냐에 따라,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 대폭 단축될 수도 있습니다.



추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