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남 피살 이후 - "북한은 어디로 가나?"
2017.02.17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전해지고 3일이 지났습니다. 그를 피살한 용의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고 어떠한 독금물이 사용되었는지, 구체적인 정황은 어떠했는지도 자세히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북한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2011년 김정은이 정권을 장악한 이래로 계속 이어진 공포정치.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세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김정남의 경우 백두혈통 일가였기에, 그리고 백두혈통으로서 처음으로 숙청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의 앞날에 대해 더욱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살 동기는 무엇인가?
피살 동기를 분석하면 현재 북한이 어떠한 상황인지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언론사들은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미국 한반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여 "김정남의 죽음으로 혜택을 볼 사람은 김정은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김정은의 피해망상증이 살인 동기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보아야 할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북한 레짐 체인지론
"김정은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미국 등에서 '스위스에서 교육받은 김정은을 개방형 리더로 변화시켜 북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핵·미사일 도발, 잔인한 측근 처형 등의 행태를 보면서 '레짐 체인지'밖에 방법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김정남 대안 시나리오'는 특히 트럼프 미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통화하는 등 중국의 최우선 핵심 이익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참모들은 세컨더리 보이콧의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중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저렇게까지 나오니 중국은 '북한에 사회주의 체제는 그대로 두고 김정은만 교체해 볼까' 하는 생각까지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김정남이 되는 것이고,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김정은이 김정남을 선제적으로 제거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미국과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김정은'을 놓고 일종의 빅딜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움직임을 예측한 김정은이 김정남 피살 계획을 실행에 옮겼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2017년 2월 16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피살 사건 대응책은?
16일 독일 본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윤 장관은 김정남 피살을 너무도 기이한 사건(too extraordinary event)이라고 칭했고, 이에 틸러슨도 끄덕끄덕하며 공감을 표했다고 합니다. 두 장관은 또 “충격적인 사건 이후에 이걸 어떻게 분석할 것인지 함께 논의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회담이 시의적절하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합니다.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양국 장관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또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응을 이끌어나가기 위해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
이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결과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암살된 사건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한·미가 공동으로 국제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뒤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참석하여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3국 장관은 “장관들은 북한 내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gross) 인권 침해에 대해 국제적 관심을 계속 환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히며 어느 정도 김정남 피살을 염두에 둔 표현을 담아냈습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황이 밝혀지지 않아 대응책이 밝혀지지는 않했지만, 한미일 3국은 이번 사건을 중대하게 지켜볼 것이라는 태도를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김정남 비자금'의 행방은?
한편, 일각에서는 김정남이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이 상당한 액수라는 추측이 돌며, 비자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 대북제재로 돈줄이 마른 북한 당국의 표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남은 생전 고모부 장성택의 해외 비자금 관리와 대외 무기거래 등 각종 사업에 관여하면서 홍콩과 마카오 등지에 적지 않은 활동자금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해외에 있던 장성택 자금의 대부분이 김정남의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도 "김정남은 과거 북한의 대외 무기거래에서 총책임자 역할을 했고 그 자금계좌 액수가 엄청나다고 알려져 있었다"며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김정남은 (간부들에 금전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달러통치'를 한다는 말도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5성급 호텔과 보안이 잘 돼있는 고급 레스토랑을 단골로 드나들었던 김정남의 생전 행적이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우선 장남 김한솔 등 김정남의 가족들을 표적으로 삼겠지만 그들이 자금 과닐와 관련한 핵심 열쇠를 쥐고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입니다. 게다가 북한 당국이 자금 추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해도 결국 변수는 그를 보호해 온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자금 추적 작업도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현재 북한 백두혈통의 상황은?
(백두혈통이란, 북한 김일성 일가를 지칭)
-> 김평일(김정은 삼촌)
홍콩 시사 주간지 아주주간은 작년 11월 "북한 안팎에서 김정은 대신에 김평일을 옹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주 체코 북한 대사인 김평일은 김일성의 두 번째 부인 김성애의 장남으로, 김정일의 이복동생입니다. 김일성을 빼닮은 외모와 타고난 보스 기질을 앞세워 남산고등중학교 시절부터 '김일성 후계자'로 꼽혔지만 1970년대 김정일과의 후계 경쟁에서 탈락하며 '곁가지' 신세가 됐습니다. 그는 김정일·정은 부자의 집중 견제로 불가리아·핀란드·폴란드 대사를 지내며 30여년간 해외를 떠돌고 있다. 탈북자 K씨는 "문제는 40년 가까이 숙청 공포 속에 살아온 김평일 스스로가 김정은의 대안이 될 생각이 없다는 점"이라며 "김평일을 따르던 엘리트들도 김정일 집권 시절 씨가 말랐다"고 전했습니다.
-> 김정철(김정은 친형)
일각에선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 대안론'도 제기하지만 대다수 북한 전문가는 "김평일 대안론보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정철은 청소년기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심신이 온전치 못하다"며 "에릭 클랩턴 공연이나 보러 다니는 한량"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안보부서 관계자는 "김평일, 김정철 등은 비록 지금은 아무런 정치적 영향력이 없다고 해도 어느 순간 '김정은 대안'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며 "충동적이고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김정은 때문에 김평일·정철도 김정남의 운명을 뒤따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 탈북을 결심한 백두혈통
16일 KBS 는 피살된 북한 김정남의 친척이자 최측근으로 중국에서 김정남을 보호해 왔던 이른바 '백두혈통' 일가족이 최근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탈북 후 한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백두혈통에 속하는 50대 김 모 씨는 아내와 아들, 딸 등 3명을 이끌고 김정남 피살 사흘 전인 지난 10일, 평양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는 "김정은이 집권한 뒤 측근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한 데 이어 김정남이 피살되기 전부터 김정남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이상기류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김 씨의 가족들은 제3국에서 한국행을 준비하고 있으나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북한 보위부 요원 5~6명이 감시 차원에서 비행기에 동승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었던 김 씨 일행은 일정을 수정해 관광 등을 하며 기회를 봤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은 가까스로 보위부 요원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하였고 제3국 정부 당국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이 국내에 무사히 들어오면 최초로 백두혈통 일가가 온 사례가 된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평양에서 취재하다 김정남 피살 소식을 접한 CNN 윌 리플리 기자의 경우,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이번 사건은)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표현하며 “당국의 공식 인정이나 보도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김정남 사망 소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당국자와 저녁을 먹으면서 해당 사건을 질문했지만 “북한인 통역사는 아예 질문을 통역해 주지도 않았다”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숨은 경로를 이용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동아일보는 수년간 활동한 탈북 브로커들의 말을 인용하여 “옌지 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과 휴대전화로 연락한다. 김정남 피살 보도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들었다.”, “북한 주민들이 중국 등 외부와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별다른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남 암살 소식이 보도된 다음 날인 15일 중국의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이 소식을 접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은 피살 사건이 알려진 뒤에야 김정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 탈북 브로커는 “아마 김정은에게 이복형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라면서 “김정은의 형제 등 이른바 ‘백두혈통’에 관한 얘기는 TV를 통해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김정남의 존재도 이제야 알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북한 주민은 자신들의 탈북 계획에 김정남 피살이 차질을 줄까 우려하는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김정남 피살 후 접경 지역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감시가 강화돼 탈북 루트는 사실상 잠정 차단된 상태라 당분간 탈북 시도는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홍콩 ‘둥왕(東網)’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김정남 피살 후 돌발 상황에 대비해 북-중 접경지역에 군 병력 1000명을 투입했습니다. 북한 역시 두만강 일대 접경 지역 경계 활동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리해보자면, 김정은은 여전히 본인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주변의 매우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최근 형세를 주시하며 한 순간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자기의 자리를 넘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정남이 피살된 이후 곧바로 김평일을 옹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보면 그의 권력은 아직 안정적으로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북한 당국은 동시에 엄청난 비자금의 존재도 파악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그 비자금을 차지하려 할 것입니다. 한편, 백두혈통에게도 탈북을 결심하게 만든 북한 내부의 이유를 고려해 볼 때, 북한 엘리트 계층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더 많이 흔들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민들 역시 기존에 김정남의 존재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었을 지라도 점차적으로 이번 피살 사건이 퍼지게 된다면 북한 사회 역시 흔들릴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아직까지는 논의 단계에 진입하기 전이지만 한미일 3국이 본격적으로 이번 사안을 조명하기로 합의했기에 더욱 북한의 미래에 대한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상,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선정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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