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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폴란드로 간 북한 고아들, 'Kim Ki Dok' (김귀덕)

폴란드로 간 북한 고아들

:폴란드 다큐멘터리 'Kim Ki Dok(김귀덕)


  한국전쟁이 낳은 수많은 비극 중에는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동유럽으로 보내졌던 북한 고아들의 이야기를 아시나요? 그 중에서도 폴란드로 보내졌던 1500명 가량의 북한 고아들의 이야기를 알고 계신가요?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야기가 2006년 폴란드에서 다큐멘터리 'Kim Ki Dok(김귀덕)'으로 제작되어 방영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다큐멘터리에서 발췌한 자료들과 함께 폴란드로 간 북한 고아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1948년 북한과 폴란드는 수교를 맺습니다. 그리고 1951년 김일성은 폴란드 정부에 한국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북한 고아들을 돌보아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후 1500명 정도의 북한 고아들이 폴란드로 보내져 생활하게 됩니다. 다큐멘터리에는 수많은 북한 고아들이 폴란드 기차에서 내려 폴란드 땅을 밟고 환영 받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흑백 화면 속 아이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오늘날 한반도 어린이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기차역에 내리는 모습과 환영식을 받는 모습

이후 학생들이 간단한 기초 폴란드어를 배우는 자료화면도 소개가 됩니다. 공부도 하고 폴란드 친구들과도 함께 생활하며 즐겁게 노는 모습들도 영상으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배웠던 노래들을 배우며 쉬는 장면도 나옵니다. 또한 김일성이 북한 고아들을 돌보아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폴란드를 방문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90년 대 초반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비밀로 부쳐졌었습니다. 미국으로 전쟁고아들을 보냈던 한국을 맹비난하던 북한도 당시 같은 동구권 국가들로 수없이 보내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폴란드어 수업을 받는 당시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


폴란드로 보내진 북한 고아들은 어느덧 능숙한 폴란드어를 구사하며 폴란드에서 평화로운 날들을 보냅니다. 하지만 북한은 1959년 일제히 동유럽 국가로 보내졌던 고아들을 송환하였고 이후 그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남깁니다. 그것은 바로 1961년 돌연 북한 고아들과 폴란드 고아원 보모들의 편지 왕래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것입니다. 사랑으로 아이들을 길렀던 보모들과 폴란드를 그리워하며 편지를 주고받던 북한 고아들은 강제적인 생이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여전히 그 시절 북한 아이가 보내온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보모들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 보내진 고아들을 향한 폴란드인들의 연민은 지금도 여전히 폴란드에 남아있습니다. 송환 당시 백혈병에 걸려 혼자 폴란드에 남게 된 13살 김귀덕의 무덤을 통해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김귀덕의 무덤에는 매년 죽은 이를 기념하는 폴란드의 11월 1일에 사람들이 찾아와 평안을 빌고 갑니다. 김귀덕은 폴란드로 보내졌던 북한 고아들을 대표하는 고유명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는 먼 타국에서 홀로 남아 병마로 싸우다 떠난 소녀에 대한 추모 뿐만 아니라 폴란드를 방문했던 북한 고아들을 향한 연민의 정과 다시는 그러한 전쟁의 비극이 발발하질 않기를 소원하는 인류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 여전히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김귀덕의 무덤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동안 북한 정부는 한결같은 정부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 정권은 지금이나 1960년대나 변함이 없습니다. 항상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모든 일을 결정해 버립니다. 고아들을 부탁하고 나서는 고마운 마음에 폴란드에 방문도 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송환 절차를 끝내고 이후 돌연 얼굴을 바꾸고 일방적으로 고아들과 보모들 사이의 연락을 끊어버리는 태도는 남북관계에서 보여줬던 모습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무례하고 일방적인 정부와 지속적인 대화 시도를 통해 협력의 창구를 만들어 나가야 하고 그것이 곧 통일의 방법이라는 주장을 들을 때면 늘 화가 납니다. 남북간 진정한 신뢰를 쌓는 일은 결코 불가능하며, 혹 신뢰를 마련한다고 해도 북한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로의 평화통일에 합의한다는 것을 현재 3대 세습정권에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폴란드는 이미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체제 전환을 이루고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사회주의 국가에 묻혔던 소녀 김귀덕의 무덤은 이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속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폐쇄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비정상적인 3대 세습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통일을 향한 우리의 열망은 마땅히 더 커져야 합니다. 김귀덕의 무덤에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류애가 폴란드인에게 있다면, 한국인에게도 마땅히 하루 빨리 북녘 땅에도 자유민주주의의 물결이 도달하기를 바라는 동포애가 있어야만 합니다. 점차 통일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통일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동포애인지도 모릅니다. 천문학적인 통일 비용과 감수해야 할 여러 불편한 문제점들 속에서 너무나도 하찮고 보잘 것 없이 보여서 감히 누구 하나 이제는 북한 주민들을, 동포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우스워진 사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로 통일엔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사랑이 없으면 통일은 불가능한데 말입니다. 이 기사를 읽은 여러분에게도 질문 하나를 던지며 기사를 마치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은 북한 동포를 사랑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