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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동국대 1차 통일포럼 - 토론회②


한반도 분단과 평화에 관한 소고 by 남민경


현재 우리는 ‘분단’ 상황에 놓여있으며, 분단에서 비롯된 모순과 억압체계에 휩싸여 있습니다. 통일은 분단을 해소하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분단체제를 해체하는 과정이어야 함이 분명합니다. 허나 현 시점까지 진행되어온 통일 담론은 민족적 동질성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분단체제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남북은 광복 이후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하나의 국민국가(단일민족국가)를 형성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한반도 내에는 ‘분단’이 들어섰으며, 이를 해체하고 국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남한과 북한은 스스로가 민족적 정통 국가임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동시에 서로를 비정상적이며 불법적인 반국가로 ‘타자화’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국가화 과정, 즉 통일담론은 남북 모두 ‘민족 패러다임’ 내에서 진행되어왔습니다.


발제하는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남민경 학생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 건설로의 ‘조국 해방’과 통일 민족으로서 ‘단일 민족 국가’수립을 기반으로 ‘주체사회주의의 자주’를 주장해왔습니다. 자주는 외세의 억압과 착취로부터 민족국가의 주권을 위해 민족적 대단결을 호소하는 것으로, 북한 내 통일론은 억압과 착취에서 개개인을 자유케 하도록 의식하화며, 애국애족의 민족감정에 호소하는 바탕을 제공함으로 전 민족적 참여를 유도하는 자주의 해방적 성격으로 진행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남한 역시 북한과 크게 다를 바 없으며, 이는 대략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은 단계적으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면서 민족공동체 생활권을 바탕으로 1국가 1체제 1정부 지향하는 것을 근본으로 합니다.


위와 같이 한쪽 체제를 한반도 전체로 확장시키려하는 국가주의 통일담론은 결코 분단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분단체제의 하나로서 작용합니다. 통일이라는 민족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북 기득권은 이념적으로 대립함과 동시에 현재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상호 규정적인 관계를 이뤄왔습니다. 그 안에서 피기득권층에게는 민족적 동질성을 요구하며 통일을 위한 희생을 정당화하였습니다.


칸트는 자연 상태가 결코 평화가 아니며 오히려 전쟁 상태에 속하며, 자연 상태 위에 인위적으로 평화 상태를 설정해야 함을 주장하였습니다. 한반도 내에서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가 수차례 있었습니다. 진보진영은 앞서 말했던 햇볕정책을 통해 평화체제를 설정하려 했으나, 그 과정에서 남북 행위 주체자 간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아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남한 내 체제 갈등에 당면했다는 점이 평화체제 설정 과정의 미흡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평화체제를 설정하는 것은 단순 ‘법적 평화’에 그쳐서는 안 되며, 당사자 간 충분한 합의를 통해 ‘사실 상의 평화’ ‘사실 상의 평화’(de facto peace)란 법·제도적 합의의 이행 과정을 포괄하며, 상호관계의 변화를 통해 분쟁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김연철 교수에 따르면, 평화협정이라는 ‘법적인 평화’와 실질적 상호관계의 변화를 의미하는 ‘사실상의 평화’는 역동적인 상호보완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란 그 자체 외의 어떤 것에 의해서도 지배되거나, 관리될 수 없는 인간 사회이다. 그러나 그 자체 줄기로서 뿌리를 가지고 있는 국가를, 마치 접목하듯 다른 국가에 병합시키는 일은, 도덕적 인격을 가진 국가의 존재를 해체하는 일이며 도덕적 인격을 물건으로 간주하는 행위임...(하략)” - 영구평화론 예비조항 제2항 中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체제나 통치에 대해 폭력을 사용하여 간섭해서는 안 된다.” - 영구평화론 제1장 예비조항 제5항


“전쟁의 화근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유보한 채로 맺은 어떠한 평화조약은 결코 평화조약이 아니다.”- 영구평화론 제1장 예비조항 제1항


앞서 언급된 ‘사실 상의 평화’의 설정을 위해 칸트의 관점을 한반도에 적용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북한의 ‘정상국가화’입니다.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북한의 관계에서 위 조항을 봤을 때, 국제사회가 북한을 수평적인 선상에 서있는 동등한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채 제국주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 내부의 간섭을 꾀하는 강경 대응 방식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 내 독재체제나 인권 탄압과 같은 문제들을 괄시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불량국가로 규정하는 것은 국제관계 내에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스탠스(stance)를 줄이기보다는 방치하는 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정상국가화 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을 국제사회로 편입시켜 ‘정상국가’ 혹은 ‘보통국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하여 스스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북한 내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스탠스를 취하도록 할 수 있으며,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내에서 지속되었던 경제난과 식량난을 점진적으로 해소해줄 것입니다. 나아가 정상국가라는 타이틀에 부합하는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북한 체제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평화체제 구축을 앞에서 통일론을 비판했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서로에 대한 올바른 타자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한반도의 중심국이라 여기고, 타국을 주변국으로 분리하는 사고에서 탈피하여 한반도 문제를 일종의 거리두기를 통해 바라본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또한 평화체제를 좁게는 동북아 전 지역으로, 넓게는 전 지구로 넓힐 때 진정한 평화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토론 by 박형기


박형기 학생은 남민경 학생의 발제문이 현재 한반도 통일담론에 대한 비판을 분단체제의 작동 과정을 통해 설명하면서 대안으로 칸트의 영구평화론을 제시하였고, 분단으로 하나의 국민국가가 이뤄지지 못한 한반도에서 남한과 북한이 민족성을 제시하여 이어진 통일 담론의 문제점을 잘 지적한 글이라고 생각한다며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햇볕 정책의 예를 들면서 남한 체제 내의 갈등을 초래하여 분단의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는 주장은 좀 더 구체적인 논거가 필요해 보입니다. 앞서 제시한 7.4 남북공동선언과 뒤이은 유신 정권의 수립과의 관계에서 민족적 평화 담론이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고 하는데, 햇볕 정책에 대한 남한 사회 구성원들 간에 공감대 형성과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이는 과연 실패한 민족 담론이라 볼 수 있을까요? 또한 햇볕정책의 실패에는 국제사회 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도 있는 만큼, 민족패러다임의 햇볕정책에 대한 공과의 평가는 다각도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통일 담론에서 민족성을 탈피하고 국가 대 국가로써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일이지만, 민족성의 탈피가 심화되면 통일 이후의 동질성 문제와 통일 이전 통일 여론의 결집이 어려워지는 문제(통일무용론 등)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즉, 현 통일 담론의 지나친 ‘민족’의 강조와 이에 따른 분단체제의 심화에 대해서는 타당한 지적이나, 통일 담론에서 민족에 대한 논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칸트의 영구평화론의 시각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햇볕정책이 ‘평화상태’의 정착이 아닌 ‘자연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면, 궁극적인 ‘평화상태’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뒷받침되어야 할까요? ‘평화상태’로의 정착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북한의 ‘정상국가화’, 즉 북한을 하나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면, 이것이 북한 체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토론하는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박형기 학생


평화체제를 위해 휴전선에 배치된 군사 폐지와 DMZ의 해소가 필요하다면,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글에서 언급한 궁극적인 ‘평화상태’를 위해 남북 사회 전체의 연대와 합의가 필요하지만,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정상국가화’가 북한 체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제시되어 있는데, 북한과 국제사회의 상호간 불신과 위협을 어떻게 먼저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해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평화상태라고 볼 수 없는 휴전상태를 넘어 한반도에서의 종전상태로 넘어가기 위한 공조와 행동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휴전선 병력 철수와 DMZ를 위해 종전선언의 채택이라던지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전체적으로 통일 담론에서의 탈민족화와 북한에 대한 올바른 객관화가 분단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에 기초가 된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지나친 탈민족화에 대한 반작용들과 이에 대한 방안, 북한의 ‘정상국가화’로 이행하는 구체적인 과정들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동국대 1차 통일포럼 토론회]

① 김정은 정권에서 다시 바라보는 '북한의 위기' (클릭!)

② 한반도 분단과 평화에 대한 소고 (현재 페이지)

③ 북한에서의 사회적 관계의 형성과 카리스마의 세습 (☞클릭!)


추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