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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6.15공동선언 학술회의 ① 중국과 한반도


학술회의가 개최된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지난 6월 9일, 서울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6.15남북공동선언 16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과 통일을 다루는 학계, 정계의 유명한 인사들이 모여 남북관계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오갔습니다. 학술회의는 총 4개 세션으로 나누어졌습니다. 1세션은 한반도와 중국, 2세션은 20대 국회와 남북관계, 3세션은 평화체제와 비핵화, 4세션은 양안 분단국 도시교류 경험입니다. 각 세션 모두 남북관계와 통일을 이해하는데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개회사를 하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학술회의의 개회사는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이자 김대중평화센터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이 맡았습니다. 임동원 이사장은 "남북이 공히 중요한 정치적 전환기를 맞게 된 만큼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미래를 새롭계 설계하는 좋은 토론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지 토론을 통해 좋은 방안을 도출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개회사 뒤 바로 이어진 1세션의 주제는 "한반도 위기 해소 방안 - 중국에 묻다"였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진징이 북경대 교수가 발표를 맡았으며, 최종건 연세대학교 교수가 토론을 맡았습니다. 




중국이 바라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by 북경대 진징이 교수


발표하는 진징이 북경대 교수


진징이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대만에 대한 인식과 다르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똑같은 통일 문제를 놓고 대만에 대해서는 "해방"이라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평화적으로 해결을 강조합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그 전제조건은 북한이 말하는 것과 같이 "주한미군의 철수"였습니다. 한중수교가 체결된 이후에 중국은 남북 사이에 균형을 잡으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더욱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1996년 북한은 북미 관계에서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도기적 "임시협정"을 제안하는데, 이것이 북미 간 평화협정 논의가 활성화되는 시발점이었습니다. 북한을 임시협정을 통해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역의 관리, 무장충돌사태 시 해결방법 등 안전질서를 유지하는 문제 등을 미국과 논의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북미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북한의 전략적 노력으로, 목표는 북미 평화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는 북한 정권이 곧 붕괴하리라 믿었던 한미 양국은 북한의 제안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당시 중국은 북미 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과정에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말로 긍정적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중국은 6자회담을 선두에서 이끌었고, 제4차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 및 초기조치로서의 2.13합의가 도출된 이후에는 이를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남북관계의 해빙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추구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 한반도 지역의 불안은 즉각 중국의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역사적 경험에서 도출된 것이기도 합니다.


올해 1월 6일 벌어진 4차 핵실험 이후 존 케리 미 국무부장관은 중국의 대북 접근법이 실패했다며 "중국 책임론"을 거론했습니다. 이에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반발하면서 미중 간의 책임론 공방이 오갔습니다. 이는 북핵문제의 근원에 대한 논쟁이었으며, 동북아시아의 북방삼각과 남방삼각의 대립이라는 냉전적 갈등 구조가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정전협정이라는 구도 아래 북미대립, 남북대립이라는 구도가 중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를 맡은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


지속적인 핵위기와 핵실험은 한-미-일의 남방삼각을 강화시켰고, 북한은 그 반대급부로 북방삼각이 강화되는 가운데 국익 창출을 도모했으며, 아시아 지역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각국은 이 구조를 이용하여 자국의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가운데 진징이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 "황해(黃海)가 움직이면[動] 대만해협이 움직이고, 대만해협이 움직이면 중국대륙이 움직이며, 중국대륙이 움직이면 동아시아가 움직인다"는 중국 장원무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한반도 안정이 중국 및 아시아의 안정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을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주변국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은 남한을 제쳐둔 북미간의 "선평화체제수립"을, 미국과 남한은 "선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을 제의한 배경에는 중국 책임론에 대한 반발은 물론, 북한이 원하는 "북미관계개선", "평화협정체결", "안전담보"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만이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북핵문제는 핵프로그램 자체의 위험성도 있지만, 이것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적대의식이 자아내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대북제재가 필요하지만 제재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되며,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을 바탕으로, 남북과 미국 등 관련국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북한의 정권교체나 붕괴를 전제로 하여 북한의 이탈을 부르지 않는 선에서 몇 개 단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징이 교수는 한반도 불안은 아시아 불안으로 즉각 이어지는 만큼, 동북아시아에 기존에 없던 '평화체제'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토론을 마무리했습니다.


중국의 제안이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by 연세대 최종건 교수


토론하는 연세대학교 최종건 교수



발표에 이어 연세대 최종건 교수는 먼저 오늘날 한국에서 통일만 이야기하는 현실과 실질적인 비전 사이에 많은 괴리가 있다고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현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은 "대북압박강화", "통일네트워크구축"이라는 두 꼭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이 평화나 평화체제, 그리고 6.15와 부합하는지에 대한 심층적 논의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는 근본적으로 남북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혁신적 방안을 도출하는 장기적인 행로가 되어야 하는데, 오늘날 한국은 지나치게 결과론적으로 비핵화만을 추구하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과격한 방법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진징이 교수의 글 중에 "황해가 움직이면 대만이 움직이고, 대만이 움직이면 중국이, 중국이 움직이면 아시아가 움직인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한반도 중심의 동아시아적 질서가 일종의 생태계와 같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즉, 한미일이 공조하여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중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중국은 북한을 도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을 중심으로 보자면, 평화체제와 평화협정은 100% 동의할 수 있는 지향점이지만, 이를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의 로드맵이 부족합니다. 그것은 한국의 문제를 한국이 풀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모든 문제들은 사실상 강대국 정치로부터 유발된 것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종건 교수는 이러한 가운데 중국이 구체적으로 진전될 수 있는 어떠한 현실적 정책을 도출하고 있는가를 질문했습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비핵화를 위한 무수한 노력들은 결론적으로는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능력을 강화시키고 말았습니다. 북한의 능력이 이처럼 강화된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점에서, 오히려 중국이 주장하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해결방안이 오히려 현상을 유지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한반도 안정, 비핵화, 평화적 해결이라는 3대 구호를 20여년 간 내놓았지만 이를 실행시킬 수 잇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과정으로서의 평화체제란, 비핵화와 평화협정이 어떻게 동시적이고 순차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가의 공식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실질적인 해결의 실마리는 한국에 있습니다. 서울발 정책변화가 선제되지 않은 채 미국이나 중국에 묻는다고 하는 것은 공허합니다. 최종건 교수는 국내적 변화가 없는 남북관계와 한반도정세는 결국 강대국정치를 우리가 일방적으로 소비하게 되는 역사를 반복하게 할 것이라며 토론을 마쳤습니다.



비핵화-평화체제 병행은 장기적 목표... 중국의 보다 직접적 개입 있을 수 있다 by 북경대 진징이 교수


최종건 교수의 질문에 대해 진징이 교수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총체적 목표라고 대답했습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안전담보입니다. 북한은 90년부터 일관되게 한미군사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 또한 안전에 대한 우려때문입니다. 이런 우려를 해소해주지 않으면 근원적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이며, 중국이 직접적으로 거론하기는 힘들었던 한미군사훈련 관련 문제도 중국에서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서 확실한 것은 어느 한 개인이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 복합적으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한반도와 중국의 관계를 전망할 때에도, 중국이 큰 틀 속에서 새로운 구체적 대안을 찾는 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플로어 질의응답


Q. 북중정상회담은 언제쯤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시는지?

진징이 교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일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북한이 핵실험을 상당한 기간 동안 중지해야 하고, 탄도미사일도 중지해야 한다. 북한은 리수용 외무상이 방중한 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중국에 보낸 명확한 메시지로, 이건 북한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이 바라는 것은 탄도미사일을 성공시키는 것이고, 이것이 성공한 뒤에는 핵실험을 할 것이다. 두 개가 완성되어서 하나의 시스템화가 되는 단계를 완성시키려는 것이다. 이 두 과정이 성공할 때까지 북한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이 기간에는 정상회담도 없을 것이다.


Q. 중국이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하면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지 않을지?

진징이 교수: 북중동맹은 한미동맹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냉전 시기에도 북중 간에는 갈등 많았다. 56년 문화혁명 , 92년의 한중수교때 극심했고, 지금도 갈등을 계속 겪는다. 근본적으로 북한은 중국 믿지 않는다. 얼마 전 북한이 공개적으로 이런 논평을 내놓은 적이 있다. 어느 나라가 우리에게 핵우산을 제공하는가, 네가 뭔데, 이런 식이다. 중국도 비슷한다. 주체사상을 강조하는 나라에 무슨 핵우산을 씌워주는가. 결국 북중 모두 북한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에 중국의 핵우산, 이것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논의다.


Q. 대북 압박으로 정권 붕괴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또한 햇볕정책이 여전히 유효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최종건 교수: 북한이 붕괴하지 않으리라고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과학적이지 않은 생각이다. 그런데 제재 수위를 높이면 붕괴 가능성이 높아지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제일 강한 것이 맑스레닌주의의 투쟁의 철학이다. 제재를 하면 할수록 투쟁 정신은 강화될 뿐이다. 제재는 사회주의 국가를 공고히 한다. 물론 북한에 어려운 점은 많아지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취약해지지 않는다. 만약 붕괴 될 것이었다면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이미 무너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봉쇄전략을 통해 북한이 무너질 리는 없다. 북한체제와 김정은체제는 다르다. 가령 김정은체제가 무너져도 북한체제는 유지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령의 유일지도체계가 없는 북한 체제는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없다. 결국은 김정은체제다. 햇볕정책과 관련해서는, 남북관계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햇볕정책을 논하는 건 불가능하다. 햇볕정책이 기능을 발휘할 시기는 지났고, 이제 남북관계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기로에 서있다. 북한이 한국에 대한 적개심이 굉장히 강화되어 있으므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관련된 논의를 지켜보셨습니다. "황해가 움직이면 대만해협이 움직이고, 대만해협이 움직이면 중국대륙이 움직이고, 중국대륙이 움직이면 동아시아가 움직인다"는 진징이 교수의 말이 한반도와 중국 간의 관계를 잘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중국이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발언은 자못 충격적(?)인 발언으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2세션에서는 20대 국회가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의원, 국민의당의 정동영 의원, 정의당의 노회찬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문정인 연세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각 당의 대북정책, 통일정책에 대한 문정인 교수의 거침없는 질문이 인상깊었습니다. 다음 기사에서 확인하세요!


<6.15공동선언 기념 학술회의: 평화체제와 비핵화>

① 중국과 한반도 (현재 페이지)

② 20대 국회와 남북관계 (클릭!)

③ 평화체제와 비핵화 (클릭!)

④ 분단국 도시교류 (클릭!)



추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