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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쫑알쫑알 수다방

[취재수첩] 맘 놓고 학교 다니자!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

 


 


등록금 부담에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하는 20대

편입생 나성실씨는 개강이 두렵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개강 전 ‘등록기간’이 두렵다. 매년 오르는 등록금, 어려운 경제에 가계도 힘들어져 정부 학자금 대출을 이용해 등록금을 해결하던 나성실씨. 2년간 다니던 학교에서 적성이 맞지 않아 다른 학교로 편입하고 나니, 학년은 2학년 2학기지만 매달 내야할 이자만해도 웬만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서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되어버렸고, 학자금 대출금액 역시 어느새 상한선인 4천만 원에 육박해 다음 학기 등록이 여의치 않은 것. 졸업하기까지 아직도 4학기나 남은 실정, 이자를 갚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러다보니 성적 유지가 힘든 이런 상황! 나성실씨는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자와 다음 학기 등록금을 벌기 위해 올해 초 어쩔 수 없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고3인 동생이 내년에 대학에 입학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등록금 빌렸는데 오히려 이자 못 갚아 신용불량자 되는 악순환의 고리

현재의 학자금 대출 제도는 대출금 상환기간이 도래하면 소득 유무에 관계없이 상환부담을 지게 되는데, 문제는 최장 20년에 가까운 상환기간보다 다달이 내야 하는 원금(학자금)에 대한 이자에 있었다. 일정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이 매달 이자를 내다보니 빌린 빚의 이자를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되는 본말전도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4년제 대학생의 경우 조기 졸업 등을 한다 하여도 평균 7학기는 다녀야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소 7번의 등록금 대출은 갚아야 할 원금 및 갚아야 할 이자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올해 6월 현재 학자금 대출과 관련한 신용 유의자 수가 현재 1만4000명에 달하는데 이 수치는, 현재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수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수이며,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 상환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새롭게 바뀐 학자금 대출제도, 한도 없고 최장 25년 상환

일하는 학생들이여, 학교로 오라!

그러던 나성실씨에게 들린 희소식이 있었으니! 지난 7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이른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income contingent loans·ICL)' 도입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 대학 등록금을 대출 받고 나서 거치기간에는 이자를 전혀 내지 않고, 일정 소득이 생겨야, 즉 취업을 하게 되면 원리금을 갚도록 하는 새로운 방식의 학자금 대출제도가 내년에 전격 도입된다는 것이다. 또 1인당 학자금 대출한도액이 없어져 원하면 등록금 전액을 빌릴 수 있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는 대출금 외에 연 200만원의 생활비가 무상으로 지급된단다. 수혜 대상은 기초 수급자 및 소득 1~7분위(연간 가구소득 인정액 4,839만원 이하)에 속하는 가정의 대학생으로 평균 성적이 C학점(4.5만점 기준 2점) 이상이며, 이 제도는 올해 입학시험을 치르는 2010년 대학 신입생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현재 대학 재학생(휴학생 포함)은 졸업할 때까지 현행 제도와 새 제도 중에서 택일하도록 할 수 있어 실제로 등록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했던 나성실씨 같은 경우, 새 제도로 인하여 다시 학업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 더 이상 속담 속 이야기가 아닌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

정부가 ‘학자금 안심 대출’로 이름 붙인 이 제도는, 기존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만약 취업을 못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지 못하면 상환의무도 없어진다. 상당한 재정 부담을 가져올 수 있어 정부로써는 일종의 ‘도박’으로 보이기도 하는 이 제도는 생활이 여의치 않아 다니던 학업을 중단하고, 학업 중단으로 인한 직업의 폭이 좁아져 다시 대물림 되는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개선하는 한편, “교육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균등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취지에 의한 정부의 큰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돈’대신 ‘교육’을 먼저 강조한 이번 ‘학자금 안심 대출제도’로 인하여, 나성실씨를 포함한 전국 많은 대학생들에게 대학교육의 문이 한 단계 낮춰진 계기가 될 것이다.

 

 

 

홍준영 기자

punkeest@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