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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이야기/정책 돋보기

남북한 헌법의 차이와 통일헌법(統一憲法)

     냉전시대의 산물로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 한반도. 현재 남한과 북한은 원만한 교류가 어려워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통일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 없이 어떻게 통일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논의가 필요합니다지금부터 남북간의 이질성 극복을 위한 다양면의 논의가 전개되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 중의 하나는 바로 통일에 따른 헌법(憲法)의 정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일헌법(統一憲法)을 중심으로 하나된 한반도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 이는 통일 시대 준비의 진정한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통일헌법의 제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통일헌법에 관한 연구는 국가조직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본원리에 관한 연구는 소수에 해당합니다. 국가조직과 관련된 문제는 현실적으로 시급하고 또 많은 관심을 받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헌법의 기본원리는 이러한 모든 실질적인 부분들의 배경, 즉 국가 전체가 추구해야할 지향점이자 중심입니다. 따라서 기본원리에 대한 연구도 더욱 활발해져야 합니다. 때문에 현재 남한과 북한의 헌법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통일헌법이 추구해야할 바람직한 기본원리와 방향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_ 남북한 헌법의 차이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은 통치방법에 있어 정치·경제·문화·국방 등 각 분야의 지도이념을 명시하고, 공민이 갖는 기본 권리와 통치구조에 대한 전반적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문과 제7172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서는 제1장 정치, 2장 경제, 3장 문화, 4장 국방, 5장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 6장 국가기구, 7장 국장·국기·국가·수도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대한민국헌법은 제10130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서는 제1장 총강,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3장 국회, 4장 정부, 5장 법원, 6장 헌법재판소, 7장 선거관리, 8장 지방자치, 9장 경제, 10장 헌법개정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구성적 측면에서 남한의 헌법이 북한의 헌법보다 통치구조를 구체화하고 있고, 북한의 헌법은 정치·경제·문화·국방 등 사회 각 분야의 통치이념을 명시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한의 헌법에 없는 국장·국기·국가·수도에 관한 내용이 북한에는 헌법적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헌법을 비교하기 위해 기본원리, 기본권과 의무, 통치구조의 순서로 분석해보겠습니다.

_ 기본원리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자기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사회주의헌법 제3)’라고 규정하여 '주체사상''선군사상'통치의 기본이 되는 사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김일성1955년에 제시한 주체사상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북한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것었습니. 이후 황장엽 철학적 원리, 인간중심 사회역사관, 인간관, 생명관 등으로 구성된 인간중심철학을 개발했습니다. 이후 김정일은 사상에서 주체, 정치에서 자주, 경제에서 자립, 국방에서 자위라는 노선으로 주체사상을 구상했습니.

   선군사상군사 중심의 원칙을 가지고 국가를 통치하며, 군의 중심적 역할을 통해 당면 문제를 극복한다는 사상입니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의 위기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 붕괴로 인해 정치적경제적 위기에 당면한 북학은 주체사상만으로 통치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권력의 집중을 더욱 공고화하고 개혁개방과의 단절을 선언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경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국민주권의 원리, 인간의 존엄과 자유와 평등을 부정하는 전체국가에 반대하는 자유민주주의 원리, 개인이나 집단에 의한 것이 아닌 법에 의한 지배를 실현하는 법치국가 원리, 민족문화의 창달을 위해 노력하는 문화국가 원리,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국제평화주의 및 평화통일의 원리와 같은 이념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_ 기본권과 의무

   사회주의헌법에서의 기본권은 자유민주주의헌법의 기본권과 다른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그 결과 몇 가지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첫째,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기본권이 인간의 권리인 반면 사회주의국가에서의 기본권은 시민 내지 공민의 권리입니다. 따라서 사회주의헌법에서 기본권은 국가권력에 의해 인정된 권리의 성격을 가집니다. 둘째,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의 기본권이 국가로부터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사회주의국가에서 기본권은 사회 내에서, 사회를 통하여 인격을 실현시킬 권리를 뜻합니다. 셋째, 사회주의국가에서는 국가의 권력을 증강시키고 사회의 재화를 증대시키며 사회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시민들이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합니다. , 권리와 의무가 일치하는 것입니다.

   공민의 의무로서 정치사상적 통일과 단결의 의무(81), 법규준수의무(82), 공공 재산수호의무(84)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에 관하여 로동은 공민의 신성한 의무이자 영예이다.(83)’라고 규정하여 공민은 노동에 대한 권리를 가짐(70)과 동시에 노동의 의무를 가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혁명투쟁의무(85), 조국 보위 및 군복무의무(86)를 규정하여 북한 헌법의 집단주의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데, 조국보위를 공민의 최대 의무이며 영예로 규정한 것이 특징입니다.

 

     _ 통치구조

   현대 입헌민주국가 통치구조의 특징은 권력분립대의제입니다. 이에 비해 사회주의국가는 대체로 권력분립의 원칙이 배제됩니다. 즉 주권자의 선거로 구성되는 회의체 기구에 권력을 집중시키고, 이 회의체로부터 정당성을 부여 받은 각종 통치기구들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북한 역시 이러한 사회주의국가의 특성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으며, 주권자의 선거에 의해 구성되는 최고인민회의가 최고주권기관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북한의 주요 헌법기관은 최고인민회의 앞에 책임을 지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으며, 최고인민회의가 입법권을 비롯한 주권 전반을 통합관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2009년 헌법 개정으로 핵심적인 집행권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인계하여 사실상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고권력기구로 역할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권력의 분립과 견제가 구조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 남한에서는 권력분립 원리가 통치구조의 핵심적인 구성원리로서, 입법권은 국회에(헌법 제40), 행정권은 정부에(66조 제4), 사법권은 법원에 속하며(101조 제1),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권을 갖는다(111조 제1)고 규정하고 있어, 북한 헌법상 통치구조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_ 통일헌법의 기본원리

      대한민국헌법은 제헌헌법 이래 근대입헌주의 헌법의 기본원리와 현대복지국가 원리를 동시에 수용하고 있습니다. 현대 헌법의 기본원리는 국민주권주의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경제·사회·문화의 기본원리는 헌법상 20세기적인 사회복지국가의 이념에 기초해 있습니다. 나아가 대한민국헌법은 지구촌시대에 있어서 세계적 헌법질서를 널리 수용하는 국제평화주의에 기초해 있습니다. 때문에 대한민국헌법의 기본원리는 원칙적으로 통일헌법의 기본원리로도 타당성을 가질 것입니다.

 

     _ 국민주권주의

  주권재민에 입각한 국민주권주의는 현대헌법의 법적 이념적 기초를 이룹니다. 여기서 국민이란 전체국민을 말하며, 주권보유자로서의 국민입니다. 이러한 국민주권주의의 법적 기초 아래 그 하위개념으로서 주권의 현실적 행사자는 바로 선거인내지 유권자입니다

 

     _ 자유민주주의

현대헌법은 그 이데올로기적 기초로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적 지표 아래 이를 구현하기 위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고,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체제를 파괴·변혁시키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내용은 대체로 그간 국내학자에 의하여 제시된 민주적기본질서의 내용을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_ 사회복지국가 원리

   사회복지국가의 원리는 20세기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헌법의 원리로 대두되었습니다. 1919년 바이마르헌법은 사회복지국가원리를 수용하였습니다. 그것은 전통적인 자유국가의 이념과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사회복지국가원리를 현대적으로 수용한 것입니다. 오늘날 사회복지국가원리는 18·19세기적인 정치적 민주주의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경제·사회영역에서의 민주주의를 구현함으로써 국가공동체 구성원 상호간의 연대를 확보하려는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_ 국제평화주의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평화의 반복이었습니다. 특히 20세기에 발생한 세계대전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제평화주의 이념은 국제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은 인간존엄성 말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았습니다.  이에 국제연합(UN)이 탄생했고, 유엔헌장은 침략전쟁뿐만 아니라 분쟁해결수단으로서의 전쟁 또는 무력의 행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통일헌법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 4월 28일에는 국회에 입법부의 통일 대비과제를 논의하는 토론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통일헌법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입헌주의적 헌법질서를 존중하는 가운데 형성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근대 입헌주의헌법에서 현대 사회복지국가헌법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쌓아온 헌법의 원리에 입각할 때 비로소  통일헌법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대한민국헌법의 기본원리와 앞으로 통일헌법이 지향해야할 기본원리는 같은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남한과 북한이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는 현실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하여 더욱 체계적인 기본원리를 형성해야할 것입니다.

 

 

     * 참고자료

도회근 , 통일헌법기본원리, 법조협회, 2015.

남북한 헌법 비교, 『남북비교법령집』, 법무부 통일법무과, 2015.

성낙인, 통일헌법의 기본원리 소고,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2012. 

성낙인, 『헌법학』, 법문사, 2011.

http://www.naon.go.kr/content/html/2016/04/28/5d280473-fd74-4e37-bad7-9c5e0ceaf4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