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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청년, 통일을 말하다 <하>

지난 기사(청년, 통일을 말하다 <상> (클릭클릭))에서 소개해드린 바와 같이 토론 1부에서는 북핵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관계에 관해서 토론한 후, 2부에서는 통일부 신년 업무보고를 읽고 생각한 점에 관해서 토론했습니다. 특히 2부에서는 패널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통일 정책, 통일부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2016 통일부 신년업무보고에서는, '올바른 남북관계 정립과 실질적 통일준비'를 이루기 위해서 다음의 5가지의 중요 의제를 선정했습니다. 

 

2016 통일부 업무보고中2016 통일부 업무보고中

(클릭)▶ 통일부 업무보고 바로가기◀(클릭) 


1. 북한 핵 문제의 실효적 해결을 위한 노력 강화 

2.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는 꾸준히 해결 

3.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는 대화 

4. 민족 동질성 회복을 촉진하는 남북협력 

5. 창의와 융합의 통일준비 

 
각기 다른 대학생 단체에서 통일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바쁘게 활동하는 세 학생은 이번 2016 통일부 업무보고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학생들의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업무보고를 보고 느낀 점은? 


이세종(23·서울대 외교학과 3학년) 서울대 한반도 문제연구회(SNUKOA) 대외협력팀장 

외교·국방·통일부의 업무보고가 조화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얘기는 상당히 공격적이었다는 기사를 읽었고 공감해요. 중국을 압박해서 강력한 안보리 제재를 이끌어 내자고했죠. 안보리 제재는 결국 중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지금 중국이 계속해서 반대하고 있으므로 윤 장관도 고민이 많을 거 같아요. 그렇지만 중국 압박을 통한 북한 제재라는 내용을 업무보고로 박았기 때문에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수록 남북 관계의 불신이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한미일, 한중일, 한미중 외교 같은 '비스마르크 외교'* 펼치겠다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비스마르크체제에 대한 풍자화.비스마르크체제에 대한 풍자화


*비스마르크 체제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이후 절묘한 외교술로 프랑스를 고립시키며 독일의 안전이 보장되었던 1890년대까지의 유럽의 외교 구도를 흔히 '비스마르크 체제'라고 부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경우 북한에 있어서 공격적인 얘기를 언급했지만 너무 수사법에 그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제재 뒤에 더 나아가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려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북한 대북정책에 대한 모호성이 아직 남아있고 원칙 있게 기준을 세우는 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원칙을 세우고 일관성을 견지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통일부와 외교부 간의 조화가 잘 안 이뤄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통일부는 도발에는 단호하게 올바른 선택에 협력하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 강조하는 반면, 외교부는 더욱 제재에 비중을 두는 듯한 보고를 했어요. 



이수민(20·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3학년) 여대생통일연구학회(UNEAR) 리서치팀장 




세종 씨가 정치나 군사 방면에서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 같은 경우 박근혜 대통령도 말씀하신, '통일준비는 따로 하되 대북 정책은 강경하게 해야'는 말을 관심 있게 들었습니다. 우리 학회는 실질적으로 여대생끼리 있다 보니 앞으로 통일세대가 준비할 건 무엇이고 지금 당장 뭘 할까 얘기를 많이 합니다. 통일준비 지속적 추진한다는 내용이 이번 업무보고에 많은데, '어떻게' 통일 공감대 형성할 것인지 방안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산가족에 대해 학회에서 다룬 적이 있었어요. 이산가족 문제는 한 번 만나면 만난 사람들은 해결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상봉 이후에 심리적인 치료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남북 관계는 경색이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또 구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진(22·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대학생 정치통일 매거진The Movement 대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그대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통일부 업무보고에 대해서는 크게 코멘트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업무보고라는 것은 1년 동안 어떤 방향을 가지고 하겠다는 것을 말하는 자리고, 그 방향이 어쨌든 그대로 실천하겠다는 다짐하는 자리잖아요. 다만 관심 있게 본 것은 북핵 T/F를 설치하겠다는 점입니다. 북핵 T/F도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만, 실무적 행정적 절차는 굉장히 길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통일부 업무보고가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


크게 박 대통령의 방향성, 기존의 통일부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고요.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제안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원칙을 강조하는 정책이라고 말하지만, 역설적으로 원칙이 없는 정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도발하는 경우에 단호하게 하고, 도발 하지 않으면 협력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주권국가라면 너무 당연한 지침이 아닌가 합니다. 뭔가 북한이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아닌가 해요.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대응이나 액션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요. 


이세종 포커스가 북핵이죠. 지나치게 북핵만 강조하면서 다른 의제들을 덮어두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현재 북핵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물밑에도 통일을 위한 노력을 멈춰선 안 됩니다. 남북 협상 방안을 고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북한이 이런 형태의 도발을 하는 이유가 '불안'에 기인한 것이고, 핵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걸 안정화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지금 시장경제체제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데 거기에서 좀 더 국제경제 차원에서 더 포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신뢰프로세스라는 수사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이익을 엄밀히 따져 꾀어내는 외교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군사적 분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어떻게 경제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 틀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론을 고안하는 게 필요합니다. 



▶ 이번 업무보고에서 '올바른 남북관계'를 정립하겠다는 내용이 주목받았다

올바른 남북관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영진 의도한 바는 모르겠어요. 올바른 남북관계란 것은, 개인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친구에 비유해보고 싶네요. 사이 안 좋은 친구. 사이 안 좋은 친구라고 하더라도 지킬 선이 있죠. 그래야 화해의 물꼬가 튼다고 봅니다. 올바른 남북관계는 선을 지키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에 조금씩 화해의 손을 내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북한이 될 수도 있고 남한이 될 수도 있겠죠. 

이수민 사이 안 좋은 친구라고 했는데, 조금 더 나아가 사이 안 좋은 형제라고 봅니다.

어쨌든 같이 가야 하는 관계죠. 주변에 미국, 중국 여러 나라가 있지만, 제가 전공이 역사라서 그런진 몰라도 그나마 유일하게 유대감이나 공유 경험이 있는 건 우리밖에 없잖아요. 그걸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문제 안의 민간 차원의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죠. 그게 더 활성화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올바른 남북관계란 서로 간의 왕래·교류가 많은 것으로 생각해요. 


이세종 '올바른' 이라는 단어 자체가 맘에 들지 않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지금까지 예를 들어 부시 정부 때만 보더라도 북한은 대화 협상 불가능 나라이기 때문에 차단하겠다고 해서 핵실험으로 문제가 커졌다고 봅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지라도 이해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의 도발도 현실적으로 합리적인 차원에서 했다고 보고요. 일단 남북 간의 이해가 최우선순위입니다. 그 속내를 알아보고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두 번째는 우리가 하나의 국가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남북 분단은 냉전의 잔해물이죠.지금 청년세대는 그걸 잊고 거긴 못 살고우린 잘살고, 심지어 키도 다르고 여러가지로 이질적으로 느낍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긴 역사를 공유한 한 나라였는데, 우리가 초래한 것도 아닌 전쟁 때문에 틀어진 역사죠, 그걸로 다른 나라로 인정해버리면 냉전 잔해물 속에서 사는 거밖에 안 되겠죠. 한 나라임을 계속 상기시킬 수 있고 그걸 소중히 다룰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 업무보고에서 '통일 열망도'나 청년들의 '통일 관심도' 등이 등장했는데, 과연 청년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보나? 




김영진 통일에 대한 관심은 작년 광복 70주년을 모멘텀으로, 언론에서도 통일에 대한 특집 방송·기사 내보내고 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통일에 대해서 많이 언급한 것에 대한 영향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있었다고 보고요. 통일 박람회라는 행사는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해요. 

성황리에 진행된 [2015통일박람회]_사진출처:이데일리성황리에 진행된 [2015통일박람회]_사진출처:이데일리


이세종 우리가 N세대라고 불리는데, 우리의 가장 큰 특징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죠. 나에게 돌아오는 게 무엇이냐는 게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통일은 추상적이에요. 내가 잃을 게 많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고요. 그래서 관심도 계속 떨어지는 것입니다. 자기 관심사,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것과 통일을 잘 엮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수민 70주년 얘기하셨는데 저는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학회 사람들 빼고는 전혀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주변에서 왜 이런 학회 하냐며 신기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어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북한 하면 부정적이고 얘기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확실하죠. 인식이 그렇게 좋지 않고, 이런 얘기 하는 거 자체를 꺼린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런 거에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그 사람들 탓할 이유는 전혀 없겠죠. 통일 지지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에게 이득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런 여유도 없으므로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통일에 대해서 무조건 해야 한다는 강요를 하기 전에 북한이나 통일에 대해서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이세종 북한은 다른 나라이고, 그래서 단지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하면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요.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건 통일이라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죠. 갑자기 북한이 어느 날 체제가 붕괴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우리가 들어가야만 하잖아요. 




▶ 대학생으로서 제안하고 싶은 통일정책이 있다면? 

김영진 기본적인 방향은 '하향식(top down)' 방식과 '상향식(bottom up)' 방식이 조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것들이 아래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거에요. 대표적으로 비보호청소년을 조사한 경험이 있어요. 비보호청소년이란 제3국 출생 탈북민을 말합니다. 북한이탈주민지원법에 의해 다른 탈북자들은 지원받는데, 비보호청소년의 경우 그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요. 단지 다문화가정으로만 취급되죠. 생활하는 데 문제 있고, 언어적 문제도 있고, 경제·교육적 문제도 많아요. 그런 친구들이 적게는 몇 백 명, 천명 이상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 북한이탈주민지원법 범주에 들어가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현재 심윤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탈북 여성들의 인권을 해결하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탈북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브로커나 중국인, 공안들로부터 매우 많은 인권 유린을 당합니다. 실제 증언도 매우 많고 또 그 상태도 심각하죠.  탈북민을 보호하는 법적인 장치가 있지 않겠냐는 고민을 하고 그런 게 있다면 마련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합니다. 




중학교 교과서 중 통일관련 내용_자료출처 : 세계일보중학교 교과서 중 통일관련 내용_자료출처 : 세계일보





이수민 통일 쪽으로 교육을 확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2년 전에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납니다. 교과서에 통일에 대해 교육하는 부분이 정말 적고 심지어 수업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정말 갑작스럽게 통일이 될 수 있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죠. 전 국민적으로 통일, 북한에 대해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통일의 당위성도 좋지만, 북한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통일이 오면 재앙이겠죠. 최소한 북한에 대한 입장을 어느 정도 정할 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통일 교육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그래야 북한과 통일 문제가 우리 사회에 공론화될 수 있겠죠. 



이세종 첫 번째, 신뢰프로세스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했으면 합니다. 북핵 문제 말고도 다른 문제를 골고루 다루고 비중도 골고루 두었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원칙과 일관성을 견지한다고 얘기했는데 그 원칙과 일관성에 대해 유연하더라도 구체적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정권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게 아니라, 일관되고 북핵을 뛰어넘는 큰 문제를 다 아우르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이 여야 가리지 말고 그 목적에 부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예를 들면 독일의 경우 빌리 브란트가 동서독 통합의 큰 틀을 마련했고, 그 이후에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헬무트 콜 총리가 그걸 받아들였죠. 정치적 이념이 다름에도 통일이라는 큰 어젠다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에 통일 준비를 착착할 수 있었습니다. 


▶ 통일부 장관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면? 


김영진 통일 동아리가 많지 않습니다. 활동을 다니면 만나는 사람만 계속 만나죠. 통일 동아리에도 조금 더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세종 진짜 문제는 통일에 관심 없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통일의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에게 직접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이상으로 [청년, 통일을 말하다.] 제1부로 준비한, 통일 관련 학회 또는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과 나눈 대담은 여기서 마칩니다. 이번 대담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이렇게 열정적이고 학술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많다면 정말 평화통일이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대학 입학 때부터 무한경쟁, 여러 스펙 쌓기에 매몰되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짧지 않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2부는 통일부 8기 기자단 내부의 이야기를 나누어 볼 계획이니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여러분의 공감 하나가 통일부기자단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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