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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정치가 커피라면 선전예술은 TOP야…" 북한예술, 예술에 정치를 끼얹는다!

 

신이 북한 예술을 만드실 때. 북한에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 신이 나오면 안 될 것 같지만…….(작성=김가현)


 난데없이 경쾌한 시작에 당황하셨나요? 하지만 이 그림 한 장이면 오늘의 주제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답니다! 바로 북한이 예술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머리 아픈 이야기인 만큼 그 어떤 때보다 간추린 글과 눈이 즐거운 이미지를 준비 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처마, 영화 《카핑 베토벤》의 한 장면(사진=네이버이미지)


 예술(藝術, Art)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시죠? 그러나 예술은 단순히 세상의 희로애락을 심미적으로 표현하는 과정 혹은 결과물이 아닙니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역사상 존재했던 정치권력은 그들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정형화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예술을 사용했습니다. 예술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재현하거나 생산함으로써 인간에게 상징체계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종은(2010). 『상징으로서의 예술과 정치』 (강조는 원저자.)

나치예술가 아돌프 비젤(Adolf Wissel)의 <칼렌베르크의 농가(kahlenberger bauernfamilie)> (사진=구글이미지)

 대표적인 예가 ‘나치미술(Nazi Art)’입니다. 히틀러는 아리아인의 우월성을 찬양하는 작품을 제작하도록 강요했죠.

 물론 정치권력이 강제한 예술만이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 혁명기 당시 작가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예술에 담아냈듯, 대중들도 예술이라는 그릇에 정치를 담아왔습니다. 오늘날 신문만평처럼 말이에요.

 

아리랑 체조. (사진=New Focus)


 그리고 오늘날 우리 주변에 정치권력이 예술과의 아주 밀접한 야합을 시도하는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에서 예술은 철저히 체제를 수호하고 이념을 전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북한 예술의 양대 축은 해방 직후 소련에서 들여온 사회주의 리얼리즘 사조주체사상입니다. 이를 기본으로 해서 체제를 찬양하고 최고지도자를 우상화하는 주제의식을 담아냅니다. 3대에 거친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는 내용도 도드라집니다. 주민들에 대한 교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예술과 북한 김일성 동상. 북한 예술의 양대 축이라는 점에서 닭의 몸을 두 다리가 지탱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치느님 다리만큼 유용해보이지는 않는다는 특징이 추가되어 있다. (사진=구글이미지)


 우선 북한 예술의 양대 축에 대해 알아볼까요?

 

당, 노동자, 혁명. (사진=네이버이미지, 구글이미지)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1934년 제1회 소비에트 작가회의에서 채택된 이후, 사회주의권에서 공식적인 창작사조로 간주되었습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한편, 혁명을 통한 새로운 사회와 질서의 건설을 표현합니다.
 인민의 생활을 반영하고, 이들의 잠재력을 추동한다는 ‘인민성’, 노동계급 입장에서 계급투쟁의 모습을 묘사한다는 ‘계급성’, 예술이 당의 정책을 적극 반영하고 지원한다는 ‘당파성’ 그리고 사회주의의 성공적 건설을 그리는 ‘혁명적 낭만주의’를 담는 것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입니다.

 

(사진=Daily Mail)


 북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주체사상으로 인해 ‘민족’을 강조하는 독특한 형태로 발전, 발현되었습니다. 사회주의가 민족이 아닌 계급에 바탕을 둔 사상임을 고려하면 아주, 아주 독자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셈입니다. 대체로 1960년대 이전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1960년대 이후에는 민족적 주체성을 강조한 예술이 주로 창작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북한 당국은 문학, 미술, 음악, 공연, 영화 등 예술 전 분야에서 창작되는 작품들이 이런 내용을 철저히 반영하고 있는지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에서 창작된 예술 작품들이 어떤지 직접 살펴볼까요?

 

(사진=연합뉴스)

 얼마 전 중국공연을 앞두고 돌연 북한으로 귀국한 모란봉 악단이 주목을 받은 바 있죠. 그들 역시 김정은 제1비서가 내세운 체제선전의 총아입니다. 이외에도 역사가 긴 왕재산 경음악단, 보천보 전자악단 등이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척척척척척 발걸음, 우리 김대장 발걸음"으로 시작한다. (사진=유투브 캡처)


 김정은 제1비서가 후계자로서 지위를 굳혔을 때 발표된 노래가 있습니다. ‘발걸음’이라는 노래인데요. 힘찬 분위기와 간결한 리듬으로 한번만 들어도 인상 깊이 남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예고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한설야, 조선작가동맹 발행지 《조선문학》, 리철모. (사진=네이버이미지, 구글이미지)


 문학도 몇 차례의 문단인 숙청을 거쳐 북한 당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습니다. 북한의 문학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김일성의 항일 무장 투쟁의 혁명적 위업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한설야의 《혈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 과정에서 작전을 짜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묘사해 그를 민족의 영웅으로 형상화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둘째는 북한식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것입니다. 전후 농업을 협동화하는 과정과 그 성과를 그린 리동춘의 《새 길》이 대표적입니다. 전후 복구를 배경으로 김일성의 통찰력과 추진력을 찬양하는 맑은 아침은 사회주의 국가와 지도자의 위대성을 동시에 선전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셋째는 남한을 혁명적으로 통일하는 과제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리동규의 《그 전날 밤》은 농구 제작소 사장, 공장장 그리고 공장직공 사이의 갈등을 그리며 남한혁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소설입니다.

 이외에도 당과 인민을 위한 헌신을 강조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리철모의 《그가 걷는 길》의 주인공 과학자는 실험 중 당한 사고와 각종 난관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진행하여 마침내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인간으로,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김일성을 기쁘게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 영화 포스터와 북한 영화 관련 연합뉴스 보도 화면. (사진=구글이미지, 연합뉴스)


 김정일 시대에 부쩍 성장한 예술분야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북한 체제선전예술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에서 영화는 주민들에게 당의 정책과 방향을 제시하는 수단입니다. 또한 주민들을 노동계급화, 공산주의화하는 교양 및 교육의 한 방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제작과 감상 목표는 김일성 가계를 우상화하고 그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는 것, 주민들을 선동하고 북한체제 및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찬양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작들과 달리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거나 로맨스 코미디 요소를 첨가한 영화들도 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주제 의식은 여전합니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 (사진=통일뉴스)


 기록영화는 북한 영화의 한 종류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행적을 기록한 장면을 필름에 구성한 것입니다. 김정은이 북한의 세 번째 지도자로 낙점된 이후 공개된 고영희에 대한 기록영화는 일본에서 북송된 교포인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에게 ‘리은실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부여하고 행적을 우상화해 김정은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영화가 북한에서 활용되는 방법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사진=구글이미지)


 북한에서도 물론 자연풍광의 아름다움을 담은 회화작품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에 익은 북한 회화는 선전 문구를 담은 포스터 같은 선전화인데요. 연구에 의하면 1990년에서 2000년 사이 《조선예술》에 공개된 497점의 선전회화 중 36.8%(183점)가 경제 부흥과 생산 활동 장려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는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 20.3%(101점)가 북한체제와 이데올로기 선전, 15.2%(76점)가 김일성과 김정일 개인숭배와 세습체제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육영수(2013). 이미지와 슬로건으로 읽는 북한의 정치문화.)

 자본주의를 택한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을 ‘비겁한 자’라고 말하며 북한식 사회주의를 고수할 것이라는 각오를 드러내는 포스터도 보입니다.

(사진=The New York Times)


 포스터에 삽입된 그림과 슬로건이 참 ‘북한스러운’ 느낌이죠? 구글링 결과 “미제를 타도하자”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사진=구글이미지)


 선전회화를 논했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슬로건이죠! 특유의 원색과 진지함(?)이 물씬 풍기는 궁서체로 미묘한 느낌을 주는 문장들입니다. 포스터에 들어간 표어들만 보아도 직설적임, 간결함, ‘~하자’는 어미 사용으로 참여 독려, 느낌표 사용으로 힘 있게 마무리하는 등 특징이 선명합니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에는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말로, 90년대 심각한 식량난에는 항일투쟁 당시 김일성이 겪었다고 하는 ‘고난의 행군’을 상기시키는 말로 북한 주민들에게 위기극복을 해나갈 것을 촉구했습니다. 물론 반미를 소재로 삼은 슬로건도 심심치 않게 눈에 뜨입니다.  

주체사상탑과 김일성, 김정일 동상. (사진=네이버 이미지)


 건축 부문에서는 평양 한복판에 솟아있는 주체사상탑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죠! 전에 기자는 KAL기를 폭파했던 간첩 김현희 씨의 수필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수필에는 주체사상탑을 가까이서 감상한 김현희 씨의 소감이 적혀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대략 야밤, 깜깜한 평양시내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주체사상탑 주변에 온갖 날파리가 몰려들어있었다는 내용이랍니다.
 주체사상탑은 주체사상과 김일성의 출생을 기리기 위해 평양에 건설된 기념구조물입니다. 높이만 해도 170m에 이르는 거대 석탑이죠. 백과사전에 의하면 고속승강기가 설치되어있어 전망대에 오르면 평양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북한 전 지역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과 함께 통일 후 처리가 곤란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예술은 인간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예술은 국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고, 우리가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은 그 제한 하에서 제작된 것들뿐입니다. 그러나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북한주민들 역시 그들 삶의 애환을 음악과 미술, 이야기를 비롯한 예술에 녹여내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삶의 발자국인 이들의 예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바라봅니다.

 

<참고>

http://terms.naver.com/list.nhn?cid=41759&categoryId=41759
예술,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28689&cid=42140&categoryId=42140
나치미술,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98763&cid=40942&categoryId=33048
양정훈(2009). "제9장. 북한 통치체제의 속성과 문화예술"
이종은(2010). "상징으로서의 예술과 정치"
사회주의 리얼리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821506&cid=46645&categoryId=46645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692133&cid=41759&categoryId=41760
북한자료센터>자료마당>북한영화의 특성. http://unibook.unikorea.go.kr/?sub_num=63
국민일보, "[북한, 21세기형 체제 선전] 김정은 기획 ‘걸그룹 정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282593&code=11121400&cp=nv
북한문학의 성립,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833118&categoryId=41761&cid=41759
주체시대의 북한문학,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833120&cid=41759&categoryId=41761
육영수(2013). "이미지와 슬로건으로 읽는 북한의 정치문화 - 포스터 분석을 중심으로, 1990-2000."
주체사상탑,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821470&cid=46629&categoryId=46629

<이미지 출처>

New Focus, http://newfocusintl.com/exclusive-kim-jong-il-sought-reduction-in-arirang-mass-games/
ART IN RUSSIA, http://artinrussia.org/socialist-realism/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Fried-Chicken-Leg.jpg
Travel Posters Online, http://www.travelpostersonline.com/north-korea--vintage-propaganda-posters-100-c.asp
뉴시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3&aid=0004264229
pinterest, https://www.pinterest.com/Adorablesoo/the-truth-about-north-korea/
Daily Mail,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950218/Improve-N-Korea-unveils-new-slogans.html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1/21/0200000000AKR20160121074900014.HTML?input=1195m
Cornell University Library, http://guides.library.cornell.edu/c.php?g=225914&p=1497385
Ron Gluckman, http://www.gluckman.com/NKfilm.html
NORTH KOREAN FILMS, http://northkoreanfilms.com/page/2/
통일뉴스,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321
The New York Times, http://www.nytimes.com/2009/06/26/world/asia/26korea.html?_r=0
The Atlantic, http://www.theatlantic.com/photo/2013/01/a-look-inside-north-korea/100432/
Telegragh, http://www.telegraph.co.uk/news/picturegalleries/worldnews/10142749/North-Korea-Anti-US-imperialism-rally-in-Kim-Il-sung-Square-in-Pyongyang.html?frame=2600240
조선향토대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916531&cid=57923&categoryId=57957
뉴시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3&aid=0006059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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