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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임민욱 작가의 '만일의 약속(The Promise of IF)', 가능성(IF)을 느껴라!

  안녕하세요,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은아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남북 분단과 관련하여 아주 특별한 전시회를 다녀왔는데요. 임민욱 작가의 '만일(萬一)의 약속(The promise of IF)'이라는 개인전으로, 삼성 미술관 플라토에서 진행 중이었습니다.

임민욱 작가의 만일의 약속

 

임민욱 작가의 만일의 약속

  임민욱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녀는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출판, 교육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전개하면서 독자적인 시선을 구축해 온 작가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가 숨가쁜 도시근대화를 구축하는 과정 속에서 누락한 장소와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반영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게다가, 미술 영역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고정되지 않은 재료들, 예를 들어 액체, 라텍스, 촛농, 깃털, 뼛조각, 잔여물 등으로 소멸되기 쉬운 유기체적 존재들을 형상화했습니다. 아래 작품들을 통해 이 부분을 더욱 잘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이번 전시는 남북분단과 이산가족에 대한 작가의 오랜 인식을 구체화한 설치작업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를 통해 광복 70주년을 마감한 시점에서 한국 현대사를 진지하게 자성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통일등고선'이라는 작품입니다.

<통일등고선><통일등고선>

  <통일등고선>은 분단국가로서 한국의 고유한 상황과 그로 인한 모순과 상처에 주목해 온 작가의 인식을 반영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어느 미지의 땅을 연상시키는 작품의 형태는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지형을 등고선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남북한 대표 건축물을 표현한 <절반의 가능성>(2012)을 떠받친 표면은 촛농으로 뒤덮여 있는데요. 이러한 액체 풍경은 연약하고 불확실하지만 가능한 소통과 화합의 은유로서 표현되어 왔다고 합니다. 이는 임민욱 작가의 작업에서 감각적이고 시적인 재료성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언제나 '어떤 중간' 혹은 '가능성의 세계'위를 부유하는 분단의 현실 속에서 <통일등고선>은 어쩌면 실현될 수 있는 '만일의 약속'을 기원한다고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파란색 부분의 <절반의 가능성>을 떠받치고 있는 표면 즉, 하얀색 부분에 감명 받았었는데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표면을 흘러내리듯 표현했을까 싶었지만, 작가의 의도를 듣고 나니 그 의도가 마음에 더욱 와 닿았습니다. 남북관계를 쭉 보다보면 정말 과연 답이 있을까, 답을 찾는 게 맞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고는 했었는데, 언제나 '어떤 중간' 혹은 '가능성의 세계'위를 부유하는 분단의 현실 속에서 어쩌면 실현될 수 있는 '만일의 약속'이라는 작가의 말이 제게 정답을 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로 이 전시회의 이름이기도 한 '만일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영상작품입니다.

<만일의 약속> 중 일부<만일의 약속> 중 일부

<만일의 약속> 중 일부<만일의 약속> 중 일부

<만일의 약속> 중 일부<만일의 약속> 중 일부

<만일의 약속> 중 일부<만일의 약속> 중 일부

  <만일의 약속>은 1983년 'KBS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의 장면을 재배치한 몽타주 영상작품인데요. 최근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되었을 만큼 한국 근대사의 주요 사건으로 기억되는 이 방송에서 1만 명이 넘는 6.25전쟁 이산가족들이 상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 400시간이 넘는 기록적인 방송 분량과 방대한 아카이브에도 불구하고, 10만 여명의 신청자들 중 대부분의 사연은 아쉽게도 역사 속에서 다시 잊혀질 수 밖에 없었는데요. 찰나로 지나쳤던 인물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만일의 약속>은 몽타주의 분할 화면 기법과 사연판을 실어 나르던 카메라의 움직임에 주목한 작업입니다. 이는 언젠가의 '만일'을 다시 기약하며 미디어의 제한된 프레임에 모두 담아낼 수 없었던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마주하는 시간으로 인도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 영상작품과 더불어 오른편에는 불씨를 형상화한 영상이 나오고 있었는데요. 저는 왠지 모르게 이 불씨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가능성 즉, 희망을 의미하는 듯 했습니다. 불이 붙을 듯 말 듯 하다가 살짝 붙는 영상 속 불씨의 모습은 남북관계를 말해주는 것 같았는데요. 우리가 분단되었음을 잊지 말고,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관심을 보이는 것부터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만 들어도 왠지 모를 슬픔이 생각나는 '이별'이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이별> 측면<이별> 측면

<이별> <이별>

  이 작품은 놓인 한 짝의 신발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전쟁을 직접적으로 겪은 세대가 아니기에, 당시 분단의 아픔과 이별의 슬픔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기 힘들었었는데요. 이 신발 한 짝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처 신지 못하고 떠나 버린 가족 그리고 그 신발 한 짝을 보며 떠난 사람을 매일 그리워하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전시회에 가셔서 이 신발을 보시고 6.25전쟁 당시 이별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허공에의 질주'라는 작품입니다. 

<허공에의 질주><허공에의 질주>

  임민욱 작가의 신작 <허공에의 질주>는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매체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던지는 질문을 초현실적인 방송국의 모습으로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방송국은 자연과 기계의 세계가 결합되어 일종의 초현실적인 방송국의 모습을 담고 있었는데요.

  전시장 중앙에는 부피가 사라지고 납작하게 남은 컨테이너의 정면부가 공중에 매달려 있고 이를 촬영하는 주변의 방송장비들과 마네킹들은 자연의 유기적 재료들과 결합한 채 군상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마치 문명의 흐름과 다른 탈주를 시도하고 있는 듯한 이 모습은 끊임없이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규정하는 '소통'의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고 전해집니다. 앞서 말한 '소통'의 의미가 불가능한 범주를 포함하여 이를 매개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미디어를 통해 여러분께 통일과 남북관계에 대한 소식을 전달하고 있기에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더욱 노력했던 전시였습니다. '통일'과 다변하는 '남북관계'가 쉬운 주제가 아닌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기사를 전달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작품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분단의 과거, 현재, 미래를 고민해볼 수 있었는데요. 작가는 작품들을 통해 과거의 분단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제가 생각하기에,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분단의 모습이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또, 앞으로의 분단 즉 미래는 어떻게 분단이 극복될 것인가, 극복되지 못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요.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분단을 상상하도록 자극하는 좋은 전시회였습니다.

  이 전시회는 오는 2월 14일까지 진행되오니, 남북 분단을 형상화한 모습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이 방문하시면 좋은 관람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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