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방송 역사를 살펴보면, TV 방송 개시는 1969년부터 방송을 송출한 북한보다 우리나라가 12년 더 빠릅니다. 하지만 초창기 흑백TV 방송에서 컬러TV로 전환된 시기는 북한이 우리보다 6년 더 빠른데요(1974), TV 외 라디오 방송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1927년 경성방송국으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였고, 북한은 1945년 조선중앙방송이 그 시작이랍니다. 북한 언론의 특징과 TV 방송을 소개한 북한 언론 기획기사 제1편에 이어 ‘북한의 언론매체를 소개합니다 (2)’에서는 라디오방송과 신문, 그리고 통신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북한의 라디오방송-
북한은 텔레비전 수상기 보급수준이 낮으며, 조선중앙TV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의 경우 평양이나 개성만 가시청권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텔레비전보다 라디오방송의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큽니다. 북한의 라디오방송은 선전·선동 및 주민 동원을 목표로 하며, 대내·대외·대남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대외·대남 선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대내용은 '제3의 방송'이라 불리는 유선 라디오방송 위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라디오방송의 경우, 텔레비전 방송과 마찬가지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산하 선전선동부나 통일전선부의 지휘 및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라디오 방송 시설은 대부분 고출력(150~1000kw)송출시스템으로, 우리나라의 출력 구성과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은 FM 고출력 시설을 해주와 개성에 설치하여 대남선전용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단파방송은 국내외의 3개 송신소와 31개의 주파수를 통해 송출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라디오 수신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선 라디오방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1. 조선중앙방송
북한의 가장 대표적인 라디오방송입니다. 1927년 2월 16일 설립된 '경성방송국'의 시설을 토대로 1945년 10월 14일 개국한 '평양방송국'이 '평양방송', '북조선 중앙방송'이란 이름을 거쳐, 1948년 11월 '조선중앙방송'으로 개칭했습니다. 1967년 12월부터 제1중앙방송(대내용)과 제2중앙방송(대외·대남용)으로 분리·운영했는데, 1972년 제1중앙방송은 '조선중앙방송'으로, 제2중앙방송은 '평양방송'으로 개칭했습니다. 타방송과 달리 대내용으로만 운영되는 조선중앙방송은 초창기 1개의 파장으로 하루 3시간만 방송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파 3채널과 단파 4채널로 하루 22시간 방송하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매체가 전부 관영 소속이기 때문에, 조선중앙방송 역시 검열된 관영 인쇄매체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서 반복적으로 방송하며, 우상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2. 평양방송
1972년 조선중앙방송에서 대남·대외용으로 분리·독립하여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되었습니다. 편성을 살펴보면 교양·오락·보도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으며, 하루 24시간 중 30분을 제외한 23시간 30분 동안 방송됩니다. 대외용이기 때문에 북한체제의 우월성 선전에 주력하고 있으며, 대남 선전 또한 계속되고 있습니다.
3. 평양FM방송
1989년 1월 1일 개국하였으며, 혁명가곡 등의 음악을 통한 대남 청소년 심리전방송입니다. 대남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개성과 해주에 중계소를 설치하여 우리나라 중부지방까지를 가시청권으로 삼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8시간 동안 방송하며, 공휴일에는 24시간 내내 방송합니다. 음악 이외의 문예물도 방송하기도 하는데, 김일성의 빨치산투쟁을 찬양하고,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연속극에 한정됩니다.
4. 구국의 소리 방송
1967년 3월 평양 순안에 개설된 '남조선 해방민주민족연맹방송'이 시초인 대남흑색방송입니다. 1969년 '통일혁명당 목소리방송'으로, 1985년 '구국의 소리 방송'으로 개칭했습니다. 이 방송은 해주에 기지를 두고, ITU에 미등록된 주파수를 사용했으며, 타 라디오방송과 달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의 관리 및 통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1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상호비방 방송 중단'에 합의함에 따라 2003년 8월 1일부터 전격 중단되었습니다.
5. 유선 라디오방송
제3의 방송 혹은 유선 스피커방송이라고 불리는 유선 라디오방송은 1948년 8월 평양시에서 창립되었습니다. 그 후, 1955년 4월 전국방송을 시작했고, 1961년부터 본격적인 보급이 추진되었습니다. 유선 라디오방송은 공장, 협동농장 등의 유선방송실을 통해 각 가정에 설치된 스피커로 유선 중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라디오총국 내 제3방송편집국에서 제작되는데, 내용을 보면 교양 및 체제 유지 선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을 녹음한 것을 방송하는데, 하루 한두 시간은 지방소식을 내보냅니다. 또한 유선 중계 방식의 특성 상, 외부에는 비공개지만 주민들에게는 꼭 전달해야 할 사안들을 유선 라디오방송을 통해 아침 일찍 방송하기도 합니다. 북한은 1977년 유선 라디오 수신기의 전국 보급률이 65%라고 발표했는데, 1995년에는 99.4%가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유선 라디오방송은 라디오 수신기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중요한 정보전달 매개체이며, 북한 언론 특성과 부합하여 집단청취를 통한 선전선동에 최적화되어 있는 매체입니다.
-북한의 신문-
우리나라에는 일간지, 주간지, 지역지, 무가지 등 여러 종류의 종이신문이 있습니다. 또한 고도의 인터넷기술의 발달로 인한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백 개의 온라인신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전문지, 종합지 등 신문의 다양한 성격에 따라 취사선택하여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에는 어떤 신문이 있을까요? 보통 '북한의 신문'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노동신문'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북한에는 노동신문 하나만 발행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북한에는 노동신문 외에도 여러 가지 신문이 많답니다.
▲ 노동신문 (출처: 연합뉴스)
북한의 신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문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북한의 신문은 '노동계급성과 당성의 원칙, 인민성과 대중성의 원칙, 진실성과 전투성'의 원칙에 따라 발행됩니다. 따라서 북한의 신문은 조선노동당과 정권기관, 사회단체 등이 발행하는 기관지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신문은 독자 범위에 따라 중앙지와 지방지로, 발행횟수에 따라 일간지, 격일간지, 주간지 등으로 구분됩니다.
중앙지는 전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로 모든 계층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북한의 중앙지로는 조선노동당 기관지이 '노동신문', 정무원 기관지인 '민주조선', 김일성 사회주의청년동맹의 기관지인 '청년전위' 이렇게 3가지가 있습니다. 이들 중 '노동신문'은 당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당기관지이기 때문에 여러 계층의 주민들이 읽을 수 있지만, 나머지 2개의 신문은 전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계층의 독자에만 국한됩니다. 3개의 중앙지 모두 일간지에 속하는데, 특히 노동신문은 연중무휴 발행되며 6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한글로 전면 가로쓰기를 하고 있으며, 사설과 논평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신문과는 달리 광고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지방지]
북한에는 각 도의 노동당위원회에서 발행하는 11개의 지방지가 있습니다. 각 시·도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지에 속합니다. 지방지는 해당 지역의 근로 대중을 독자로 보기 때문에, 한 도에는 하나의 지방지만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인 지방지로는 수도 신문인 '평양신문'이 있으며, '개성신문', '평북일보' 등도 있습니다. 특히, '평양신문'의 경우, 광고·만화·날씨기사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그외의 신문들]
위의 3개의 중앙지와 11개의 지방지 외에도 다양한 여러 신문들이 있는데, 대부분 주 2회 혹은 주간·격주간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행부수에 제한적이어서 일종의 사보 특성을 띤다고 합니다. 그 예로 정무원의 각 부서에서 발행하는 교육성의 '교원신문', 인민무력성의 '조선 인민군', 철도성의 '교통신문', 수산성의 '수산신문', 체육지도위원회의 '체육신문' 등이 있습니다. 또한 각 대학 별로 발행하는 '대학신문'과 같은 하급신문이 있으며, 해외홍보용으로 발행되는 '평양타임스(The Pyong Yang Times)'가 있습니다.
-북한의 통신사-
방송·신문·인터넷 등으로 뉴스를 볼 때, 사진 속에 AP 혹은 로이터라는 로고가 박혀있는 것을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AP와 로이터는 세계적인 통신사인데요. 여기서 통신사란 휴대폰 산업에서의 통신사가 아니라 '뉴스나 사진 등을 수집하여 매스 미디어나 정부기관 등에게 일정한 대가를 받고 계속해서 공급해주는 전문적인 조직'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 등의 통신사가 있는데요. 북한에도 통신사가 있을까요?
북한에는 '조선중앙통신'이라는 단 하나의 통신사가 있습니다. 1946년 12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직속으로 설립된 '북조선통신사'를 모체로 한 조선중앙통신은 1948년 10월 내각 직속기관으로 편입되어 현재의 명칭으로 개칭되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설립 이후 줄곧 북한의 대내외적 정보를 지도·총괄하는 등 북한 언론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조선노동당의 입장을 대내외에 선전·대변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신화사,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등 세계 46개 통신사와 보도협조협정을 체결하여 뉴스 교류를 하고 있으며, 러시아·영어·불어·스페인어 등 4개 국어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정권의 공식 보도 매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에 부정적인 뉴스는 묵살하고 긍정적인 내용만 선별하여 보도하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통신사의 본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라디오방송과 신문, 통신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북한의 언론을 소개합니다' 기획 기사를 통해 북한의 언론 현황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흥미롭게 보셨나요? 저는 이번 기사를 기획하면서 흥미로움과 동시에 안타까움도 많이 느꼈습니다.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고, 그에 따른 보도를 하는 것이 언론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국민들의 눈과 귀도 활짝 열리고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러나 북한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는커녕, 오히려 관영매체라는 특성을 이용하여 언론을 체제 유지와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가 닫히게 되었고, 북한 사회도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하게 되었지요.
비단 북한이 언론을 정치적 도구로 여기는 것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북한의 낙후된 방송·통신 기술 역시 언론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의 경우 보급률이 매우 낮은 뿐더러 평양·개성 위주의 가시청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라디오방송 역시 수신기 보급률이 낮습니다. 또한 신문의 경우 전 대중을 대상으로 발행되지 않고, 특정 계층만을 주된 독자로 형성하는 기관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북한 주민들이 정보에 접근할 기회는 매우 적으며, 주민들 대부분이 유선 라디오방송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북한이 텔레비전, 라디오 수신기 보급에 힘쓰지 않고, 유선 라디오방송의 전국화에 주력을 다했기 때문인데요, 이 내면에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신문 등은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지만, 유선 라디오방송은 유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직 북한 주민들에게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앞으로는 북한이 언론을 사상 교육과 선전·선동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남북 간 방송·통신 기술의 교류·협력이 이루어져서, 북한의 언론 및 통신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된다면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가 더욱 신장되지 않을까요? 참고로, 북한의 텔레비전 방송과 노동신문 등의 출판물은 통일부 소속의 북한자료센터에 방문하여 볼 수 있습니다. 이상 6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한솔 기자였습니다!
황성진 외 3인, "북한 방송통신부문 및 남북 방송통신 교류협력 현황 보고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책연구 09-83, 2009.
김건호, "북한 방송 대국민 정보지원 서비스", 통일부 정세분석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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