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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류승범은 왜 베를린을 노리는가? - BDA를 주목하라


※주의

아직 영화 ‘베를린’을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스포일러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베를린' 포스터

(출처 :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89218&imageNid=6321948)


  최근 한국영화의 화제작으로는 단연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을 꼽을 수 있다. 베를린은 하정우, 전지현, 류승범, 한석규 등 초호화 캐스팅을 앞세워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듯 베를린은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단기간 50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평단에서는 현실에 맞게 탄탄하게 구성된 줄거리와 세계시장에 내놔도 손색없을 액션신을 극찬했다. 


  그러나 관객들 사이에서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이는 초반의 빠른 내용 전개와 국제정치적 맥락이 뒤섞여있기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 역시 인터뷰를 통해 영화 초반에 집중하지 않으면 줄거리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 베를린은 초반 복잡한 이야기의 퍼즐들이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조각조각 맞춰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관객들이 어려워하는 초반부 사건들의 배경을 잘 파악하면 영화 베를린을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왜 베를린 공관을 차지하려하는가?


  동중호(명계남)와 동명수(류승범)는 대체 왜 베를린 공관을 차지하려고 하는가? 바로 이 질문에서 관객들은 줄거리를 따라가는데 가장 큰 애를 먹는다. 이에 대해 답을 하지 못하면 영화를 보는 내내 하정우와 류승범의 액션신만 감상하는 셈이다.



주인공 표종성(왼쪽)과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 리학수(오른쪽)

(출처 :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89218&imageNid=6324514)


  북한의 재외공관은 오래 전부터 마약거래나 위조지폐와 같은 불법행위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1976년부터 약 50건이 넘는 마약 관련 사건에서 북한의 외교관들이 체포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베를린 공관을 특히 수익이 높으며, 또한 김정일의 비자금도 관리하는 곳으로 설정해놓았다. 이는 리학수(이경영) 대사가 죽기 전 표종성(하정우)에게 힌트를 주며 알려준 계좌의 어마어마한 액수를 통해 알 수 있다. 



극중 북한의 권력자 동중호(왼쪽)와 그의 아들 동명수(오른쪽)

(출처 :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89218&imageNid=6326217,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89218&imageNid=6316960)


  한편 동명수(류승범)의 아버지인 동중호(명계남)는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 계열의 사람으로서 마카오에 있는 BDA(Banco Delta Asia) 은행의 비밀계좌를 관리해왔다. 그러나 2005년 9월 6자 회담이 진행될 당시 이 계좌가 발각되고 미국이 이를 동결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북한은 이러한 조치에 크게 당황했으며, 영화 속 동중호(명계남)의 입지 또한 흔들리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김정남의 이복동생인 김정은이 새로운 지도자가 되면서 동중호(명계남)와 동명수(류승범)는 살 길을 모색하게 된다. 그 때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베를린 공관이다. 동명수(류승범)는 표종성(하정우)을 잡기 위해 아랍의 무기 거래상 압둘을 설득하면서 자신이 베를린 공관을 차지하면 위조지폐인 ‘슈퍼노트’를 싸게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BDA가 무엇이길래?


  BDA동결은 지금까지도 가장 효과적이었던 대북제재 방법으로 기록된다.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은 1935년에 설립되었으며 마카오에서 10번째로 큰 은행이다. 북한과는 1970년대부터 거래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전경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1539064)


  2차 북핵위기가 일어나자 국제사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을 개최했다. 2005년 9월 4차 회담을 통해 ‘9·19 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성명이 발표된 직후 미 재무부는 애국법 31조에 따라 BDA를 ‘주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는 형식상으로만 보면 BDA가 북한에 의한 불법거래 혐의가 있으니 함부로 거래하지 말라는 공고 조치였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금융을 지배하는 만큼 미 재무부의 이러한 경고는 BDA에 있던 북한의 2,400만 달러가 사실상  묶여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북한은 미국의 조치에 크게 반발하면서 2006년 7월에는 미사일 발사 실험을, 10월에는 핵 실험을 강행했다. 그러다 2006년 12월에 6자회담이 재개되면서 BDA문제 해결의 물꼬가 텄고, 우여곡절 끝에 2007년 6월 BDA의 북한 자금을 러시아 은행의 북한계좌로 입금하면서 일단락되었다.


구희상

mejunate@nate.com


[참고자료]

오일환, “2·13 합의와 BDA 문제”, 『아태 쟁점과 연구』, 제2권1호(2007)

http://www.dailynk.com/korean/read.php?cataId=nk00500&num=93480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2&aid=000008958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31458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302041804270510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94

http://etv.sbs.co.kr/news/news_content.jsp?article_id=E10002485738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9&aid=0000434067